기자명 곽윤선 기자 (dbstjs1106@skkuw.com)

보리밥 풋나물을 알맞추 먹은 후에

바위 끝 물가에 슬카지 노니노라

그남은 여남은 일이야 부럴 줄이 있으랴.

-윤선도

 

위의 시조는 속세를 떠나 자연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주제로 한 윤선도의 시조이다. 자연은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고대부터 사람들에게 의식주를 제공하는 삶의 터전이자 풍경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풍류의 장소이기도 했다. 또한 수백 년 전 조상들에게 자연은 관리의 수탈과 세금 부담으로 생긴 삶의 비애를 극복할 수 있는 치유제였다. 사람들은 자연과 함께, 자연 속에서 삶을 살아갔다. 하지만 1970년대 급격한 도시화는 들과 바닷가에 있던 사람들의 거처를 ‘건물 숲’으로 옮겼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밥을 먹고 따뜻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 나물을 캐고 장작을 패야 했던 일상을 회사에 가고 보일러 버튼을 누르는 삶으로 바꿔놓았다. 사람들의 일상에서 ‘자연의 것’은 점차 찾기 힘들어졌다. 점점 커지는 도시의 크기와 날로 발전하는 기술 때문에 자연은 우리의 생활과 멀어져갔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자연을 찾는다. 농촌 관광프로그램, 생태체험 여행, 템플스테이는 일시적으로나마 답답한 도심을 떠나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은, 자연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힐링의 존재로 자리 잡았다. 자연을 거니는 취미생활 또한 신체적·정신적 치유의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2015년에 발표된 통계청의 ‘등산·트레킹 국민의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약 1370만 명의 인구가 등산 및 트레킹을 즐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명의 삶을 뒤로한 채 자연 속에서 사는 사람을 일컫는 ‘자연인’의 생활 방식 또한 미디어를 통해 주목받는다. TV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 <갈 데까지 가보자>, <코리아 헌터>는 산과 바다에 기대어 사는 자연인의 모습을 비춘다. 강에서 주운 돌멩이를 넣어 찌개를 끓여 먹으며 찌개에서 강에서 사는 민물고기의 향이 난다고 말하는 자연인, 깊숙한 산 속에서 약초를 먹으며 몸을 정화하는 자연인 등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은 많은 호응을 얻으며 자연에 대한 현대인의 그리움을 자극했다.

도심에서 바쁜 삶을 살면서도 마음 한 쪽에 자연에 대한 그리움과 열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기술과 문명의 사각지대에서 사는 자연인의 모습은 우리에게 한 가지 물음을 자아낸다. 자연을 즐기고 동화되는 삶 그리고 이러한 삶을 표방하기 위해 사람들이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