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관우 기자 (ansrhksdn@skkuw.com)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qwertys@

국내 사립대학(이하 사립대)의 정보공개 운영이 전반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정보공개에 대한 법정 기준을 지키지 않고, 심지어 대학마다 같은 정보를 요구했음에도 정보공개의 범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사립대는 국공립대와 마찬가지로 정보공개 청구에 응할 의무가 있는 엄연한 공공기관이다. 그럼에도 2015년까지 대부분의 사립대는 *정보공개포털(이하 포털)에 등록하지 않았고 각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처 또는 담당자를 찾아야만 정보공개 청구가 가능했다. 하지만 사립대도 공공기관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시민단체나 학생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지난해 12월 행정자치부는 전체 사립대의 약 98%를 포털에 등록시켰다. 포털을 통해 40건이 넘는 정보공개청구를 해온 세종대 경영학과 김학성 씨는 “사립대가 포털에 등록하기 전에는 직접 방문해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불편함이 있었다”며 “이제는 내 청구서가 현재 어떤 절차를 밟고 있는지 포털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정보공개에 대한 이의신청이나 불복절차도 인터넷으로 편리하게 가능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포털에 등록한 사립대 중 상당수는 법정 기준인 열흘 이내에 공개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늦장 답변을 하거나 청구 목적을 묻는 등 정보공개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2월에 대학교육연구소(이하 대교연)가 직접 전국 156개 대학에 ‘명예박사학위 수여 및 취소 현황과 관련 규정’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 결과 법정 기준을 지켜 ‘통지 또는 처리 완료’한 대학은 약 66%(103개교)에 그쳤다. 즉 나머지 약 34%의 대학은 열흘 안에 ‘공개’ 또는 ‘비공개’ 결정을 하지 않아 정보공개가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일부 대학은 공개 여부 결정에 불필요한 정보공개의 청구 목적을 요구했다. 실제로 경기도의 한 사립대는 “정보공개의 타당성을 검토하는데 참조할 예정이니 정보의 사용용도 및 사용처를 밝혀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메일을 청구인에게 발송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청구인이 공공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목적을 밝혀야 하는 강제적인 조항은 없다. 정보공개 관련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여부가 결정될 때 청구 목적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 권리를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똑같은 정보를 요구했음에도 대학마다 자체적으로 정보의 공개 범위가 다른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대교연이 명예박사학위 수여 및 취소 현황과 관련 규정에 관해 정보공개를 청구한 전체 156개교 중 법정 기준을 지키고 청구 양식에 따라 정보를 공개한 곳은 약 37.1%(58개교)에 불과했다. 그외 대부분의 대학은 ‘개인정보 침해’로 정보를 비공개하거나, 명예박사의 수여 날짜만 공개했다. 심지어 명예박사 수여자에 대한 언론 보도 사례가 있음에도 수여자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대학들도 있었다. 해당 대학 관계자는 “개인정보 침해라는 법적인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이름을 제외한 명예박사의 수여연도와 횟수, 국적만 공개했다”고 답변했다.

한편 우리 학교를 비롯한 △고려대 △농협대 △서강대 △연세대 △원광대 등 6개 대학은 아직 포털에 등록하고 있지 않다. 서강대 측 정보공개 담당자는 “포털에 등록하지 않더라도 기존의 절차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정보공개 포털은 사립대가 아닌 다른 공공기관에 최적화된 시스템”이라고 말하며 포털 등록을 유보하는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포털 등록을 거부한 고려대와 연세대의 경우 지난해 해당 대학의 총학생회가 경영 상 비밀이라는 학교 측 정보 비공개 사유를 받아들이지 않아 법적 공방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결국 포털 등록을 하지 않았을 때의 이득이 더 크다고 생각해 포털 등록을 거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법적으로 사립대의 포털 등록을 강제할 근거는 마련돼 있지 않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지속해서 포털 등록을 독려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의 노력을 했지만 강제 사항이 아니기에 설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보공개에 대한 사립대들의 인식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정보공개센터 관계자는 “최근 사립대에서 벌어지는 비리 사태나 구조조정 등 여러 가지 문제는 대학 본부의 독단적 의사결정과 무관하지 않다”며 “정보공개 제도도 그러한 맥락에서 투명한 학교 운영을 위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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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포털=공공기관의 각종 자료를 청구 혹은 열람할 수 있도록 정부가 운영하는 포털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