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지호 기자 (jiho2510@skkuw.com)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카페 ‘이더블커피’를 찾았다. 이더블커피는 국내 최초로 식용곤충 제품을 판매하는 식용곤충 전문 카페다. 밖에서 본 카페의 외관은 여느 카페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메뉴판에는 그 어느 카페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메뉴들이 적혀 있다. △고소애 쉐이크 △고소애 한방차 △영지 귀뚜라미 차 △누에 녹차 쉐이크 △한방 메뚜기 차가 눈길을 끌었다. 계산대 맞은편으로는 건조된 △귀뚜라미 △누에 △밀웜 △벼메뚜기와 식용곤충 분말로 만든 쿠키가 가득 진열되어 있다.
기자는 고소애 300 쉐이크와 스마일 초코쿠키, 몬스터 오트밀쿠키를 주문했다. 얼마 되지 않아 주문한 제품이 나왔다. 마카다미아와 밀웜이 토핑으로 올라간 쿠키는 빙그레 웃고 있었다. 이에 대해 카페 관계자는 “식용곤충을 분말화하여 안 보이게 만든 제품도 있지만, 오히려 곤충이 드러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식용곤충으로 만든 쿠키.

쿠키는 토핑으로 올라간 밀웜을 제외하면 곤충이 들어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할 평범한 맛이었다. 단지 평소에 먹던 과자보다 훨씬 덜 달았다. 뒤이어 고소애 300 쉐이크에 빨대를 꽂았다. 흔히 알고 있던 밀크 쉐이크의 시원한 단맛이 나다가 끝으로 갈수록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났다. 고소애란 걸 몰랐다면 견과류를 섞어 넣은 것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맛이었다. 기자가 마신 쉐이크보다 고소애 200마리가 더 들어간 고소애 500 쉐이크 한 잔이면 성인기준 일일권장 단백질섭취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24.4g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 두 잔이면 하루 치 단백질을 채우는 셈이다. 이어서 기자에게 건조 밀웜 한 사발이 권해졌다.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던 쿠키, 쉐이크와 달리 건조 밀웜 한 마리를 손으로 집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건조 밀웜은 건드리기만 해도 금방 살아서 꿈틀거릴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어렵게 집어 든 한 마리를 입에 넣고 씹었는데 바스락거리며 부서질 뿐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 눈을 질끈 감고 한 번에 다섯 마리를 집어 입에 털어 넣었다. 그제야 쉐이크에서 느낀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감칠맛과 텁텁함이 건새우와 흡사한 맛이었다.
왼쪽부터 건조 밀웜과 기자가 주문한 몬스터 오트밀쿠키, 스마일 초코쿠키, 고소애 300 쉐이크.
생애 처음으로 곤충을 먹은 기자는 의외로 담담했던 스스로의 모습에 놀랐다. 물론 곤충의 외관이 그대로 드러난 건조 밀웜은 시도하기 어려웠지만 먹어보니 ‘어? 이거 나쁘지 않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 학우들의 반응은 어떨까. 학교로 돌아온 기자는 카페에서 구매한 식용곤충 제품으로 경영관 1층에서 블라인드 시식회를 열었다. 제품에 식용곤충이 들어갔음을 알리기 전에 먼저 시식하고 평가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특정한 식품원료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자 블라인드 시식회를 개최함을 설명하고, 학우들에게 시식을 권했다.
시식용으로 △누에 롤 쿠키 △누에 녹차 버터링 쿠키 △누에 비스코티 △고소애 쉐이크를 준비했다. 총 24명의 학우가 매긴 평점을 합산해 평균을 내본 결과, 5점 만점에 4점이라는 높은 점수가 나왔다. 후기에는 부정적인 평가보다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긍정적인 평가에는 △맛있다 △고소하다 △담백하다 △건강한 맛이 난다는 의견이 있었다. 쿠키를 시식한 송해룡(신방) 교수는 “어릴 적엔 메뚜기나 굼벵이 같은 곤충을 불에 구워서 많이 먹었다”며 맛이 괜찮다고 평가했다.
반면, 부정적인 평가에는 △뻑뻑하다 △식감이 좋지 않다 △끝 맛이 텁텁하다 △목 넘김이 칼칼하다가 있었다. 방금 먹은 것이 사실은 식용곤충이었다는 것을 안 학우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그래요? 맛있는데요’라고 반응하는 학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학우는 매우 놀라워하며,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현지(중문 14) 학우가 식용곤충으로 만든 쿠키를 맛보고 있다.

장군호(경영 14) 학우는 “전혀 몰랐다. 충격적이다”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차라리 모르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는 학우들도 있었다. 다시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느냐는 질문에는 대부분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한편, 건조 밀웜을 보여주며 먹어보겠느냐고 물었을 때 시도해보겠다는 학우는 24명 중 겨우 2명에 불과했다. 건조 밀웜을 맛본 김유진(디자인 14) 학우는 “건조 밀웜은 찾아서 먹고 싶은 맛은 아니지만 쉐이크는 정말 맛있었다”며 “식용곤충을 이렇게 보이지 않게 만들면 누구나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시식회를 통해 알아본 곤충을 향한 편견은 생각보다 완고했다. 식용곤충이라는 걸 모른 채 맛있게 먹고 나서 정체를 알았을 때 ‘웩’하는 반응의 기저에는 혐오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식용곤충을 향한 사람들의 인식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가능성은 있다. 시식회에서 식용곤충은 많은 학우로부터 맛이 좋다는 평가를 얻었기 때문이다. “근데 진짜 맛은 있었어요”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가는 학우를 보며 언젠간 식용곤충이 누구나 편견 없이 마주할 수 있는 미래 식량으로 도약할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