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지호 기자 (jiho2510@skkuw.com)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qwertys@

인류에게는 오래전부터 곤충을 먹는 식충(食蟲)문화가 존재했다. 식충문화의 역사는 지역과 시대를 막론한다.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매미는 그리스 사람들이 즐겨 먹던 별미였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동물의 역사』에서 ‘매미의 유충은 껍질이 벗겨지기 전이 가장 맛이 좋다’고 서술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다. 식충문화는 동양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고대 중국 문헌에서도 곤충 소비 관습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한의학 저서 『동의보감』 탕액편 충(蟲)부에서도 약재로 활용할 수 있는 95가지 곤충의 효능을 다루고 있다. 한편,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메뚜기를 불에 구워 먹거나 시장 구석에 자리 잡은 번데기 장수는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인류가 농경과 목축을 시작하면서 단백질 공급의 일등공신이던 곤충은 소, 돼지, 닭 등의 가축에게 밀려났기 때문이다. 도시화가 이뤄지면서 자연과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아 곤충을 식량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자연스레 축소된 것도 한몫했다. 게다가 곤충이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이라는 부정적인 인식과 곤충을 먹는 것이 원시적이고 미개한 문화라는 편견이 굳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유구한 역사를 가진 식충문화는 점차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리는 듯했다. 
그런데 최근 인류의 식충문화는 재조명되고 있다. 2013년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곤충을 유망한 미래 식량으로 선정하며, 식용곤충이 주목받고 있다. 식용곤충은 △환경적 △경제적 △영양 측면에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가축과 달리 곤충은 분뇨로 인한 토양오염이나 메탄가스로 인한 대기오염 걱정이 없다. 곤충은 온실가스와 암모니아 배출량, 물 소비량이 훨씬 적다는 점에서도 친환경적이다. 또 곤충은 짧은 기간에 대량생산이 가능하여 경제적이고, 높은 토지 이용 효율과 *사료 효율을 자랑한다. 마지막으로, 곤충은 ‘작은 가축(Little Cattle)’이라 불릴 정도로 몸집은 작지만 알찬 영양공급원이다. 곤충은 지방, 단백질, 비타민, 섬유질, 미네랄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환자식이나 구호 식품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점을 가진 식용곤충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는 이미 식용곤충 전문 식품업체가 많이 등장했다. 일례로 미국에는 곤충 에너지바인 엑소바(Exo-bar)가 있다. 귀뚜라미 가루를 주원료로 하는 엑소바는 개당 귀뚜라미 40여 마리가 들어간 고단백의 건강식품일 뿐만 아니라 바나나, 블루베리, 사과 같은 다양한 맛으로 출시되며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가정에서 식용곤충을 직접 사육할 수 있는 케이지나 야외에서 식용곤충을 즐길 수 있도록 고안한 *커트러리 키트가 나오는 등 누구나 자연스레 곤충식을 즐길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한편,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 함께 우리나라도 식용곤충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식품원료로 인정받은 곤충은 아직 7종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오는 28일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은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와 손잡고 곤충식품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곤충식품산업협의체’를 개최한다. 행사 관계자는 해당 협의체가 곤충식품의 정착과 식용곤충의 소비 확대 방안을 마련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늘날 식용곤충산업의 성장에 있어서 가장 큰 과제는 소비자의 수용여부다. 곤충이 소비 식품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식용곤충에 대한 인식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국내에서는 식용곤충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잇따르고 있다. 농진청은 2015년부터 국민과 식용곤충의 친밀감을 높이고자 식용곤충의 애칭을 정하는 대국민 공모전을 개최해왔다. 그 결과, 밀웜(갈색 거저리 유충)은 고소한 맛을 내는 애벌레라는 뜻의 ‘고소애’, 장수풍뎅이 유충은 식용으로 이용하면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애벌레라는 뜻의 ‘장수애’라는 애칭을 얻게 되었다. 그 밖에도 흰점박이꽃무지 유충은 ‘꽃벵이’, 쌍별 귀뚜라미는 ‘쌍별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농진청 관계자는 “최근에 식용곤충의 새로운 애칭을 널리 알리기 위해 농진청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식용곤충 애칭 맞히기’ 이벤트를 진행했다”며 “이번 달에는 카드뉴스를 올리는 등 식용곤충 관련 온라인 기획 홍보를 활발히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식용곤충이 가진 식품영양학적 가치를 알리고, 더 많은 사람이 곤충요리를 경험할 수 있도록 곤충요리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노력은 국가적 차원뿐만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곤충요리전문점 ‘빠삐용의 키친’과 식용곤충 전문 카페 ‘이더블커피’는 국내 최초로 곤충 식품을 판매하며 식용곤충을 널리 알리고 있다. 건국대학교 식용곤충동아리인 ‘KEIRO’는 식용곤충에 관심을 가진 대학생들이 모여 캠페인 활동을 통해 식용곤충에 대한 인식 개선에 힘쓰고 있다.
식용곤충을 먹어보지도 않고 그 맛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많은 사람이 곤충이 징그럽다며 먹어보기도 전에 거부감이나 혐오감을 느낀다. 하지만 당신의 입맛에 곤충이 맛있을지 어찌 아는가. 먹어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식충문화의 전성시대를 앞둔 당신도 식용곤충을 한번 먹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