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나눔과 나눔’ 박진옥 사무국장ㆍ부용구 전략기획팀장

기자명 황병준 기자 (hbj0929@skkuw.com)

 

지난달 20일 무료장례지원단체 ‘나눔과 나눔’ 사무실을 찾았다. 박진옥 사무국장(이하 박)과 부용구 전략기획팀장(이하 부)은 5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서울시 무연고사망자 장례의 절반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죽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 사각을 손수 메워온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용구 전략기획팀장(왼쪽)과 박진옥 사무국장.
사진 | 김수현 기자 skrtn1122@


기억에 남는 사례는.

부: 27살 청년이 있었다. 17살 때 부모님이 이혼해서 아버지와 따로 살고 있었는데 10년 뒤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연락이 온 거다. 27살이 무슨 돈이 있겠나. 시신 인수를 포기했는데, 그 청년이 구청에 연락해 화장날짜를 알아낸 뒤 우리에게 찾아왔더라. 우리랑 얘기하는데, 아버지가 원망스럽지만 자신은 예를 다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그날 이후 그 청년을 본 적은 없지만, 그 청년은 살아가며 아버지라는 존재와의 관계를 재설정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만약 오지 않았더라면 그 청년의 경우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평생 한이 되지 않았을까. 이런 경우를 볼 때 장례라는 것이 죽은 사람뿐만 아니라 산사람에게도 참 중요한 절차라는 생각이 든다.

고립사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부: 관계의 단절이라고 생각한다. 혼밥, 1인 가구 등 ‘혼자 하는’ 문화가 젊은 세대의 트랜드로 자리 잡았다. 긍정적 측면이 없지 않겠지만, 늙어서 혼자 산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지원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와의 관계라는 것은 단기간에 형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젊을 때부터 미리미리 관계를 쌓아야 한다. 나이가 들어서 관계를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중장년 고립사가 화두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박: 중장년 고립사 현상은 IMF가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당시 가장이었던 30, 40대가 지금 50, 60대가 됐다. 그런데 요즘 50, 60대분들 중 평균 기대수명에 미치지 못한 채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평균수명보다 20년이나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다. 우리는 이것을 자연사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걸 자연사라고만 볼 수 있을까. 50, 60대 고립사가 제일 많다. IMF 이후 20년 동안 가족과 단절되고 각자도생하다가 결국 빈곤해진 결과인 듯싶다. 죽음이 하나의 신(新)사회 위험으로 드러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해결책은 없을까.
박: 복지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요람에서 죽음까지’ 많은 복지혜택이 있지만 ‘죽음에서 무덤까지’는 방치되어있는 듯하다. 현재로써는 75만 원 장례지원금 주는 것이 전부다.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국가가 정책을 통해 보완해준다. △교육 △취직 △육아 등이 문제들이 그렇지 않은가. 다만 이제는 혼자 죽는 문제에 있어서도 국가가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박: 우리의 삶을 돌이켜보면, 혼자 힘으로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20대가 되면 나 혼자 살아간다고 생각을 많이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부모님, 친구, 선생님, 회사 동료로부터 많은 도움을 우리는 끊임없이 받는다. 노인이 되어선 말할 것도 없다. 사람들은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면서 살아가는 거다. 도움받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자신을 못난 인간이라 증명하는 것도 아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 받고,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주면 된다. 이것이 청년 세대의 고립사 해결의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