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떠나가는 고인의 삶을 정리하다
홀로 떠나가는 고인의 삶을 정리하다
  • 김수현 차장
  • 승인 2017.03.23 22:49
  • 호수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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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황병준 기자 hbj0929@

지난달 21일 오전 5시 30분, 불광동에 자리한 특수청소업체 ‘스위퍼스’ 사무실을 찾았다. 스위퍼스 길해용 대표가 현장 나갈 채비로 분주했다. 그는 ‘혼자 죽은 이’의 흔적을 정리하는 유품정리사다. 그에 따르면 유품정리는 간단한 물건 정리부터, 부패된 시신이 있던 현장을 정리하는 특수청소까지 아우르는 말이다. 스위퍼스는 특수청소 현장만을 맡는다. 이날 의뢰받은 현장도 50대 남성이 사망하고 20여 일이 지난 후 발견된 현장이다. 채비를 마친 길 대표는 트럭에 올랐다.
나란히 앉은 기자들에게 길 대표는 “혼자 죽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그들의 흔적을 정리하는 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고독사 관련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고독사 사망자 수는 2011년 693명에서 2015년 1245명으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이는 무연고자 사망자에만 해당된다. 여기에 유가족이 있는 경우와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경우를 더하면 ‘혼자 죽는 이들’의 수는 더욱 늘어난다.
길 대표는 “혼자 죽다 보니, 그 죽음을 알아채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고 전했다. 실제로 혼자 죽은 이들 중, 죽어서도 혼자인 이들이 있다. 무연고사망자의 경우, 보통 악취를 감지한 이웃주민이나 집주인의 신고로 시신이 발견된다. 유가족이 있어도 생전 관계가 단절된 경우가 많다. 그는 “유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해, 집주인이 현장 정리 의뢰를 하는 경우가 있다. 결국 집주인이 모든 책임을 감당한다”고 말했다.
길 대표는 “일의 특성상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람이 많은 편”이라며 “직원을 따로 두지 않고 의뢰가 들어올 때마다 폐기물처리업체 사장님과 같이 필요한 일손을 찾는다”고 전했다. 길 대표와 함께 현장을 정리할 동료들이 이미 도착해있었다. 길 대표는 현장 상태를 가늠하기 위해 동료들과 먼저 현장으로 향했다. 잠시 동안의 시간이 흐른 뒤 길 대표가 차 유리창을 두드렸다. 거리를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현장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선 길 대표는 “보통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평일 오전과 낮 시간에 작업을 한다”며 “주차 문제로 시비를 거는 사람도 있고 현장 밖으로 새어나가는 냄새 때문에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혼자 죽은 이’의 흔적을 정리하는 일은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에 들어선 길 대표는 냄새로 인해 방독면을 착용했다. 그는 “평소보다는 냄새가 옅다”며 고인이 죽은 방으로 향했다. 작은 방 안에는 침대와 책상이 있었다. 길 대표는 고인이 갑작스런 심정지로 침대 위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길 대표는 매트리스 커버를 벗긴 뒤, 밖으로 옮겼다. 곧이어 커터칼로 장판을 도려내기 시작했다. 그는 “시신이 오래 방치된 경우, 장판 아래 시멘트 바닥에까지 이물질이 스며들 수도 있다”며 “장판과 벽지를 완벽히 제거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저렴한 비용에 혹해 다른 업체에 일을 맡겼다 냄새가 사라지지 않아 길 대표를 찾는 이도 있다고 했다. 그는 “특수청소만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는 거의 없다.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5곳 정도밖에 안 된다”며 “나는 시간을 더욱 들여서라도 확실히 정리하려는 편이다”고 전했다.
부엌에선 찬장과 냉장고를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냉장고 안의 음식들은 다 버려졌다. 식기구도 마대자루에 모두 담겼다. 큰방과 거실에는 책이 가득했다. 작은방에서 나온 길 대표가 책 틈에 낀 로또 종이를 들어보였다. 그는 “현장을 정리하다 보면 고인의 삶이 머릿속에 그려진다”며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를 이용해 홈페이지에 ‘고인의 넋을 위로합니다’와 같은 문구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해 이목을 끌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있는 그대로 이 일을 보여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오전 11시 50분, 잠깐 일손을 멈추고 큰방에 모여 점심을 먹었다. 자장면과 군만두를 입안에 넣었다. 길 대표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다 사람 사는 곳이다”며 개의치 않고 그릇을 비웠다. 길 대표는 “편견을 가진 이들이 줄어들어 사회적으로 이 일의 중요성이 인정되고 공감돼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짧은 점심식사를 마친 후 다시 작업이 시작됐다. 거실에 마대자루가 꽉 들어차 발 디딜 틈조차 없어지자 물건을 자루에 담는 작업이 끝났다. 길 대표는 “이제 이 짐들을 외부로 옮겨야 한다”며 “이후 벽지를 제거하는 등 냄새를 완전히 없애는 작업을 시작한다”고 전했다. 사다리차가 도착해 모든 짐을 실어갔다. 정리된 짐은 쓰레기 처리장과 폐기물 처리장으로 옮겨진다.
오후 5시 10분, 모든 짐이 빠져나갔다. 이날의 작업은 끝이 났다. 이후 5일여 동안 길 대표는 마무리 작업을 실시했다. 고인이 떠난 지 30여 일이 지난 뒤에야 그의 흔적이 말끔히 정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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