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 박성준 센터장

기자명 김민진 기자 (kmjin0320@skkuw.com)

지난해 10월 동국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산하 블록체인연구센터를 설립했다. 블록체인연구센터의 박성준 센터장은 암호학 박사로 1996년 창립된 한국정보보호센터에 몸담은 바 있다. 당시 박 센터장은 종이 문서에 기초한 모든 업무를 인터넷 기반으로 재구축하는 ‘사이버 패러다임’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현재, 박 센터장은 사이버 패러다임 이후의 ‘블록체인 패러다임’을 역설하고 있다. 박 센터장을 만나 블록체인 패러다임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사이버 패러다임에서 블록체인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기존 인터넷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의 불균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은 정보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게 해준다. 기존 인터넷도 제도와 기업이 허락한다면 정보의 균형성을 맞출 수 있지만, 이익 문제가 결부되기 때문에 실현하지 못했다. 또한, 정보의 균형성을 맞추는 데 있어 큰 비용이 필요한 인터넷에 비해 블록체인은 경제적·효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블록체인 패러다임이 현실화되는 기간이 10년 정도로 짧게 예측된다. 이유가 무엇인가.
종이 기반 비즈니스 모델에서 사이버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때는 초고속 정보 통신망을 구축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두 가지의 제반 시설이 필요했다. 하지만 블록체인 인프라는 소프트웨어로만 이루어져 있다. 기존 하드웨어 인프라를 활용하기 때문에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전 세계 석학진들은 인터넷 기반의 비즈니스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이 2027년이면 충분하다고 예상한다.

블록체인이 도입된 미래에서, TTP(Trusted Third Party)의 한 종류인 중개 서비스들은 어떻게 될까.
사라지게 된다. 흔히 공유경제로 ‘우버’와 ‘에어비엔비’를 꼽는데 이들이 정보를 독점하여 돈을 버는 중개 서비스들의 전형적인 예다. 중개 서비스들의 정보들은 모두 사용자들에게서 나오는데, 그 정보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쪽은 중개 서비스다. 그러나 블록체인 패러다임에서는 중개 서비스 없이 클라이언트 간의 P2P 거래가 가능하다. 그리고 수익은 블록체인에 참여한 사람들이 나눠 가지게 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공유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은행 같은 거대 TTP들도 예외가 아니겠다.
그렇다. P2P로 인해 산업 간의 경계는 계속 허물어진다. 한 예로 증권회사 골드만삭스는 자신들이 IT 기업이면서 동시에 은행이라고 주장한다. 현존하는 은행 및 TTP들은 기존 기득권의 역할을 내려놓고, 앞으로 블록체인이 예견하는 P2P 금융 생태계 속에서 생존 전략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다채로운 블록체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은행가에서는 ‘컨소시엄 블록체인’을 통한 금융 비즈니스를 찾고 있다.

블록체인 시스템이 구현이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블록체인 시스템에 대한 오해들은 주로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동일시하여 생겨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속도와 관련된 오해다. 비트코인의 거래 속도는 7TPS(Transaction Per Second)정도다. 하지만 최근 일본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인 하이퍼레저 실증프로젝트에서 1500TPS를 달성하였다. 현재 개발 중인 퍼블릭 블록체인도 초당 300~1000TPS 정도를 달성했다. 게다가 속도는 점점 개선된다. 인터넷의 처음 속도는 텍스트도 보내기 힘들었다. 블록체인 역시 10년 후를 생각하며 연구해야 한다.

앞으로 블록체인 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어떤 일들이 필요할까.
블록체인은 현재 존재하는 신뢰기관을 사라지게 한다. 그래서 블록체인 관련 법 제도의 정비와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블록체인에 대한 법적 근거마련을 위해 ‘블록체인 기본법’을 주장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협업이 필요하다. 특히 블록체인 연구 및 프로젝트가 활발한 금융 분야뿐만 아니라 전 산업 분야의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대학가에서는 정보보호, 컴퓨터, 경제 등 다양한 분야들의 교수들이 블록체인 관련 강의를 개설하여 블록체인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현재 학교 내에서 공식적으로 블록체인을 과목으로 선택한 곳은 동국대밖에 없다. 대학생들이 사회에 나온 후에서야 블록체인을 이해하게 된다면 손실이 클 것이다. 학생들 역시 블록체인과 관련된 책들을 탐독하고,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미래는 앞으로 블록체인이 가져올 혁명을 통해 비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