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촌사람들 - 자과캠 동자설렁탕 김경자(55) 씨

기자명 김나현 기자 (nahyunkim830@skkuw.com)

성균관대역을 나와 건너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설렁탕집이 하나 보인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이 식당은 사실 학교 곁을 지킨 지 어언 30년이 되어가는 베테랑 설렁탕집이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느껴지는 진한 고기 냄새에 괜히 배가 고파온다. 따뜻한 국물 한 그릇에 정성을 담아내는 동자설렁탕에서 고운 미소의 김경자(55) 씨를 만났다.

 

“26살 때부터 식당을 했으니까 지금은 거의 30년 가까이 돼가죠.”
사람들은 그를 보며 일에 타고난 구석이 있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30여 년 동안 매일 가게 문을 열면서도 그의 얼굴에는 항상 밝은 빛이 있기 때문이다.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던 적 없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딱히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단골손님들이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는 말을 해줄 때마다 힘이 돼요”라며 웃어 보였다.
어쩌면 그의 미소는 가족의 덕일지도 모른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그의 곁에는 항상 가족이 있었다. 그가 처음 식당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시어머니의 음식점 일을 도우면서부터였다. 아이가 하나 있다 보니 따로 일하기 어려워 조금씩 도운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제가 영업할 때 좀 적극적인 편이고 또 젊은 사람이 서빙 하니 손님들도 좋아하곤 했어요. 시어머님도 잘할 것 같다고 칭찬해주시고 점차 식당일에 관심을 두게 됐죠.” 그러던 도중 시어머니가 일을 그만두시면서 그에게 가게를 하나 차려주셨는데 그때부터 혼자 가게를 운영하게 됐다. 평소 손님들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것도 사실 시어머니를 보고 배운 것이다. “시어머님이 손님들에게 성심성의껏 잘해주셨는데 그 모습이 존경스러웠어요. 그걸 보며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시어머니가 그의 시작이었다면 지금은 남편이 함께한다. “남편이 시장도 봐주고, 근래에는 농사를 짓기 시작해서 봄부터 가을까지는 직접 기른 채소를 많이 써요.” 덕분에 싱싱하고 질 좋은 채소를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게 됐다.
따뜻한 정에 이끌려 가게에 들어서니 한편에 붙어있는 ‘학생 할인 5000원’이라는 종이가 눈에 띄었다. 다른 가게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놀라 이에 대해 묻자 그는 학생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라며 말을 이었다. “8년 전 다들 가격을 올릴 당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지만, 학생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생각했어요.” 학생들에게는 5000원만 받기로 하고 붙였는데 그때부터 8년째 쭉 붙어 있는 종이다. 지난해에도 고깃값이 많이 올라 고민했지만, 이것만큼은 하는 데까지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고마워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잘하는 일이라고 느낀다는 그.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메뉴가 설렁탕인데 그 가격이 오르면 부담이 될 것 같아요. 큰 도움은 아니더라도 먹는 것에 대해서는 작은 도움이나마 되고자 해요.”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처럼 그는 자기 일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마음을 긍정적으로 먹어요. 이것을 일이라고 생각하면 힘들겠지만 일이 아닌 직업이라고 생각하니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아요.” 가능하면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하고 싶다며 적어도 60세 넘어서까지는 일을 할 것이라고 한다. “가게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전수해주고 싶은 생각은 있죠.” 그는 기회가 된다면 체인점을 하나 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곳을 떠나면 안 되니 자리를 지킬 생각이라는 그에게서 식지 않는 열정이 느껴졌다.
성균관대역 건널목 ‘동자설렁탕’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