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동헌 기자 (kaaangs10@skkuw.com)

흰개미 미생물로부터 '항진균' 기능의 천연물질을 발견한 김기현 교수.

우리 학교 김기현(약) 교수 연구팀(이하 연구팀)이 흰개미의 미생물로부터 ‘항진균’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신규 천연물질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미국 하버드 의과대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남아프리카 흰개미에 공생하는 미생물에서 추출한 천연물질의 3차원 구조를 밝혔다. 연구팀은 이 물질을 흰개미의 이름(macroternes neatalensis)에서 착안하여 'macrotermycin A-D'이라고 이름 붙였다.
흰개미는 생존을 위해 버섯 농사를 짓는데 이 버섯에는 곰팡이와 같은 독성 *진균이 증식할 가능성이 있다. 흰개미 공생 미생물은 흰개미를 숙주로 기생하지만, 천연물질을 통해 이와 같은 독성 곰팡이의 증식을 억제함으로써 흰개미의 생존을 돕는다. 이 억제 기능을 인간을 위한 의약품으로 활용할 경우, 칸디다증이나 비듬과 같은 질환을 일으키는 진균을 억제하는 데 쓰일 것으로 보인다.
약학 연구에 있어서 천연물질에 대한 연구는 비교적 최근에서야 시작되었다. 흔히 시중에서 접하는 일반 의약품은 대부분 천연물질에서 효능이 입증된 단일 성분을 추출한 뒤, 이를 화학적으로 합성한 것이다. 그러나 화학합성 물질은 자연 상태에 존재하지 않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물질이기에 부작용 예측이 어렵다는 문제점을 지닌다. 이에 반해 천연물질은 자연 상태에 존재하기 때문에 화학합성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 또한, 천연물질은 미생물의 독특한 생활환경 속에서 오랜 기간 진화과정을 거쳐 생성되기 때문에 저마다 독특하고 복잡한 분자구조를 지니고 있다. 진화론적 관점에 따르면 수만 년의 기간이 이어져 내려오는 동안 기생물은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의 생존방식을 적용하였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분자구조를 만들어냈다. 그만큼 연구를 통해 새로운 화합물질이나 새로운 생리학적 특성이 있는 물질을 발견하기 쉽다는 뜻이다.
천연물질 연구 초기에는 식물 분야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동·식물의 미생물뿐만 아니라 해양천연물에 주목하는 추세다. 워낙 알려지지도 않은 종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동·식물이나 해양 천연물보다는 곤충의 미생물에 주목했다. 동·식물의 생물 종도 다양하지만, 곤충 생물 종은 동·식물의 3배에서 4배나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연구에 쓰인 남아프리카 흰개미 종 하나만 해도 60~70종의 미생물이 존재하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그중 하나의 미생물에서 4종의 천연물질 구조가 밝혀졌을 정도다. 곤충 미생물 연구는 대상이 무궁무진 하다.
신규 천연물질의 구조를 밝히는 데는 NMR 분광학적 분석과 고정밀도 양자 화학적 NMR 계산 프로그램이 사용되었다. 이에 김 교수는 “분자적으로 크고 복잡한 천연물질에 NMR 계산 프로그램이 적용된 것은 이번 연구가 최초”라고 밝혔다. 천연물질에는 분자가 크고 예상치 못한 구조들이 많이 발견된다. 예전에는 밝힐 수 없었던 복잡한 구조를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고 그중에 하나인 NMR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한편 김 교수는 앞으로의 연구 방향에 대해 국내 곤충들을 대상으로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 쓰인 흰개미는 남아프리카의 곤충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곤충이 많은데 이를 대상으로 연구하고 싶다. 누에고치, 사마귀, 개구리 독, 매미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포부를 전했다. 또한, 이전에 해오던 우리나라 버섯에 대한 연구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균=곰팡이, 효모, 버섯 등 수만 개의 균으로 구성된 미생물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