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지호 기자 (jiho2510@skkuw.com)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qwertys@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에게 종교는 생활의 일부가 아닌 생활 그 자체다. 종교는 일상의 계율로서 무슬림의 식생활에도 엄격하게 적용된다. 무슬림의 식사는 알라신을 잘 섬기기 위한 에너지 충전의 의미로, 건강한 음식을 통해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유지하는 것은 곧 신을 위한 일이다. 음식을 절제하는 이러한 무슬림의 정신은 한 달간 단식을 실천하는 라마단 기간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이슬람 사회는 인간에게 허용된 음식과 금지된 음식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는데, 바로 할랄(Halal)과 하람(Haram)이다. 할랄이란 아랍어로 이슬람 율법상 무슬림에게 ‘허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말한다. 반면, 하람은 할랄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금지된 모든 것’을 뜻한다. 할랄과 하람은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모든 제품에 적용되지만 좁은 의미에서의 할랄은 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것’, 하람은 ‘먹을 수 없는 것’으로 통한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이 할랄이고, 어떤 음식이 하람일까?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는 ‘할랄은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것이고, 하람은 금지하신 것이나 코란에 아무런 언급이 없는 사항은 모두 너희에게 허락되어 있느니라’라고 기록하고 있다. 즉, 금지되지 않은 모든 걸 허용하는 것이 할랄 음식의 특징이다. 과일, 채소, 곡류 등의 모든 식물성 음식과 해산물은 할랄 음식에 속한다. 그러나 육류에서는 아무 고기나 먹을 수 없다. 고기를 먹지 않는 무슬림을 보고 채식주의자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무슬림은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무슬림도 고기를 먹을 수 있다. 다만, 무슬림의 고기는 까다로운 조건이 요구된다. 무슬림을 위한 고기는 이슬람식 도축법인 ‘다비하’에 따라 도축되어야 한다. 다비하는 일종의 종교의식으로 먼저 도축할 동물의 머리가 메카를 향하게 하고, 알라에게 감사하는 기도문을 외친 뒤에 도축한다. 오직 무슬림에 의해서 도축되어야 하고, 칼로 동물의 동맥을 단칼에 끊어 모든 피를 제거해야 한다. 무슬림에게 동물의 피는 오염된 것으로 하람에 속하기 때문이다.

육류 중에서 무슬림은 닭고기와 양고기를 주로 먹지만, 돼지고기는 먹을 수 없다. 이슬람교의 뿌리 깊은 돼지 혐오문화에는 환경과 문화의 영향을 받은 합리적인 이유가 따른다. 돼지는 이슬람 지역의 사막 유목민들에게 기르기 어려운 가축이었다. 피부의 습도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돼지는 중동의 기후에 적합하지 않았고, 잡식성이라 다른 초식동물에 비해 사육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슬람교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본 돼지의 게으른 품성과 오염물을 서슴없이 먹는 습성도 돼지고기가 금기시된 문화적 배경으로 여겨진다.

한편, 이슬람 음식문화인 할랄 음식은 무슬림만의 것이 아닌 세계인의 소비 식품으로 성장 중이다. 할랄 음식의 성장요인으로는 세계적인 무슬림 인구의 증가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최근에는 많은 비무슬림도 할랄 음식을 찾고 있다. 할랄 인증을 거쳐야 하는 할랄 음식은 생산부터 유통까지의 전 과정이 엄격하고 까다로워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인다. 이러한 이유로 비무슬림 소비자들 사이에서 할랄 음식이 깨끗하고 신선한 식품으로 인식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맛있는 할랄 음식 메뉴의 등장도 할랄 음식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종교적 이유를 떠나 할랄 음식이 ‘먹는 즐거움’과 결합한 결과다. 할랄 음식이 맛있어서 찾는 것이다. 중동 출신 택시기사들을 위한 음식트럭으로 뉴욕에서 시작해 지금은 글로벌프랜차이즈로 성장한 할랄 음식 브랜드 ‘할랄가이즈’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다. 닭고기 또는 소고기에 채소와 쌀밥을 함께 섞어 먹는 할랄가이즈의 대표메뉴 ‘플래터’는 꼭 먹어봐야 할 현지음식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할랄 음식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서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할랄가이즈 1호점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문을 열었다. 오픈한 날에만 무려 150여 명의 사람이 찾았으며, 새로운 문화에 개방적이고 경험 소비 지향적인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국내 대학교에서도 할랄 음식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서울의 한양대와 경희대 학생식당에서는 학식 메뉴로 할랄 식단을 내놓고 있다. 무슬림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한 할랄 식단은 지금은 무슬림뿐만 아니라 비무슬림 학생들의 지지를 얻으며 확장 운영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