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주성 편집장 (qrweuiop@skkuw.com)

취재에 동행하면서 가보게 된 소록도의 첫 인상은 ‘아름답다’였다. 남해에 있는 섬답게 바닷물이 맑고 푸르렀는데, 고향인 서해 근처에서 보던 흙탕물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소록대교를 건너 섬에 들어서자 소나무숲길이 보였다. 이어 나타난 소록도 중앙공원에는 수목원을 방불케 하는 다양한 종류의 관상수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공원에는 나무들 외에도 여러 조형물과 돌들이 보기 좋게 배치돼있었다. 소록도 중앙공원 외에 일반인에게 공개된 또 다른 장소인 박물관 역시 깔끔한 현대식 건물로 보기 좋게 지어져있었다.

하지만 소록도에 대한 인상은 본격적으로 취재를 시작하면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박물관에는 무지에서 비롯된 야만과, 그 아래에서도 삶을 계속 이어가야했던 한센인들의 슬픔이 담겨있었다. 이어 듣게 된 65년째 소록도에서 살아오신 한센인 할머니의 이야기는 제3자의 시각에서 담겨진 박물관 속 이야기보다 훨씬 절절했다.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소록도 중앙공원은 사실 한센인들의 강제노동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할머니는 멋지게 시가 새겨진 시비(詩碑)를 ‘죽어도 놓고 바위’라고 불렀다. 거대한 바위를 손발이 성치 않은 한센인들이 직접 옮겨왔는데, 그 과정에서 쓰러지면 바위에 깔려죽거나 감독관의 매질에 죽어갔다고 했다. 한센인들은 이래도 저래도 죽는다고 항의하며 작업을 중단했고, 여기서 ‘죽어도 놓고 바위’라는 이름이 유래됐단다. 소록도의 실상을 알게 되자, 그토록 아름답게 보이던 섬의 광경이 더는 아름답지 않아 보였다.

실상이 알려지며 다른 이미지를 가지게 된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올림머리다. 올림머리는 우아하고 귀족적인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스타일로 평가된다고 한다. 수십 개의 실핀이 필요하고 손질을 마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인지 일상생활에서는 쉬이 사용되지 않고 결혼식 같은 행사가 있을 때 활용되곤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항상 올림머리를 고수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올림머리를 박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로 여긴다. 사람들은 그의 올림머리에서 육영수 여사의 향수를 찾았고, 정치인 박근혜의 흐트러지지 않는 올곧음을 보았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여러 행적들이 밝혀지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재난상황에서 올림머리를 하느라 대응이 늦었다는 의혹이 벌어졌고, 이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도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는 보충의견으로 결정문에 기록됐다. 특검의 수사에 응하지 않을 때도, 탄핵소추가 이뤄지고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도, 그는 항상 올림머리를 한 모습이었다. 최근 드러난 일련의 사건 중에도 그의 올림머리는 여전했다. 이 때문에 정치인 박근혜의 ‘빛’을 상징하던 올림머리는 ‘대한민국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자 무능함과 부패라는 ‘어둠’의 상징이 돼버리고 말았다.

지난달 31일 발부된 구속영장으로 인해 그의 상징과도 같던 올림머리가 그 자신의 손으로 풀리고 말았다. 최근 무능함과 부패를 상징하던 그의 올림머리가 풀어헤쳐진 것을 ‘어둠’이 사라지고 우리 사회가 더 밝은 사회로 나아가고 있음으로 본다면 너무 과한 해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