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소현 차장·김나현 기자 (webmaster@skkuw.com)

성균 씨의 아침은 분주하다. 스킨, 로션, 수분크림, 그리고 그 위에 자외선 차단제와 파운데이션을 바른다. 이리저리 거울에 얼굴을 비추는데 눈썹이 아쉽다. 아이브로우로 눈썹의 빈 부분을 칠하니 인상이 한층 더 강해진다. 화장을 마치고 옷을 고르는 데에도 한참이다. 겨우 옷을 고르고 머리를 손질하니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부랴부랴 집을 나서는 성균 씨의 발걸음에는 그 누구보다 자신감이 넘친다. 남성에게 꾸미지 않은 민낯, 편한 옷차림이 두렵지 않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사진 | 백미경 기자 b.migyeong@

그루밍족은 마부(Groom)가 말을 꾸미는 데서 유래한 말로 패션과 미용에 시간적, 금전적 비용을 투자하는 남성을 일컫는 신조어다. 오늘날 남자가 꾸미고 관리하는 것은 더는 이상한 사람을 쳐다보듯 따가운 눈길을 보낼 일이 아니다. 여권(女權) 신장으로 인한 남성의 사회적 영향력 감소로 관리하는 남자, 그루밍족이 등장했다. 과거보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갈수록 활발해지면서 남성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영향력이 줄어들게 되었다. 이에 따라 남성도 신체 자본이라고 표현되는 외모를 잘 가꾸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사고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실제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12월 남성 취업준비생 33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취업준비의 목적으로 외모관리를 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72%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면접 등 입사과정에서 외모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73%가 ‘그렇다’라고 응답했으며 이유로는 ‘자기관리 차원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을 것 같아서’라고 답한 비율이 41%, ‘외모나 인상이 업무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라고 답한 비율이 18%를 차지했다. 우리 학교 서인원(경영 14) 학우 역시 “외모 관리는 다른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매너”라며 “입사 시 사원 개개인이 그 회사의 얼굴이 되기 때문에 입사 과정에서 외모가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많은 남성이 외모가 취업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모 관리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가는 그루밍족의 시대가 도래한 지금, 외모를 꾸미고 신경 쓰는 남성의 관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어진다. 우선 머리 손질에 있어서 남성만이 이용할 수 있는, 남성을 위한 미용실 ‘바버샵(Barber Shop)’이 등장했다. 영문을 직역하면 ‘이발소’이지만, 기존의 이발소하면 떠오르는 낡고 오래된 이미지가 아니라 젊고 모던한 느낌의 현대판 이발소로써 남성만을 위한 뷰티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30세대 남성을 대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바버샵이 추구하는 헤어스타일은 정갈한 ‘포마드 스타일’이다. 여기에 면도를 더해 깔끔한 느낌을 주는 바버샵의 스타일링은 평범한 인물을 영화 <킹스맨> 주인공으로 탈바꿈시킨다. 바버샵을 방문하지 않고 집에서 셀프 스타일링을 하는 남성 역시 적지 않다. 유튜브 등의 채널에서는 남성이 스타일링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영상의 조회수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으며 미용 업계에서는 이들을 겨냥한 남성 전용 헤어 제품을 출시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

머리 손질을 마친 그루밍족의 신경은 패션으로 이어진다. 남성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남성 편집숍’ 시장의 확대를 들 수 있다. 편집숍은 해외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총망라한 곳으로 기존 남성복 매장 역시 편집숍 형태로 탈바꿈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루밍족에게 패션이란 옷뿐만 아니라 액세서리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모자 △타이 △가방 △양말 △구두 등 일상 소품은 디자인을 보다 중시하여 업그레이드됐고, 주얼리 역시 남성 전용으로 특화한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루밍족에게 있어서 화장도 빼놓을 수 없는 외모 관리 요소 중 하나이다. 이에 남자 화장품 시장은 날로 성장하고 있다. 그루밍족을 겨냥한 기초 화장품은 물론 남자 파운데이션이나 BB크림, CC크림, 컨실러 등의 메이크업 제품까지 다양한 화장품이 출시되고 있다. 남성용 BB크림 중 한 제품은 2015년 3분기와 비교해 지난해 3분기에서 47%의 매출액 신장을 보였다. 남성 고객을 타깃으로 출시한 쿠션 파운데이션의 경우 출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2주 만에 준비물량 1만 개가 완판되기도 했다. 세계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의하면 2010년 기준으로 한국 남성이 기초화장품 구매에 사용한 돈은 전 세계 시장의 18%인 4천445억 원으로 집계되어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메이크업 외에도 반영구 눈썹 문신과 왁싱 등의 시술 역시 그루밍족의 인기를 끌고 있다. 반영구 눈썹 문신의 경우 성형 수술이나 화장을 굳이 하지 않고도 뚜렷한 이목구비를 연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여성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지만 특히 남성의 경우 첫인상에 있어서 눈썹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눈썹에 자신감이 부족하던 남성 사이에 하나의 대안으로써 급부상 중이다. 또한 최근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남성의 왁싱을 소개하며 긍정적 인식을 전하고 있다. 이에 실제로 왁싱을 통해 △겨드랑이 △구레나룻 △눈썹 △턱 △팔의 털을 제거해 말끔한 인상을 얻으려는 남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제 그루밍족을 넘어 ‘그루답터(Groo-dopter)’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그루밍’에 남들보다 먼저 신제품을 사서 써 보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얼리어답터(early-adopter)’가 더해진 합성어로 누구보다 한발 빠르게 트렌디한 제품을 사용하고 자기관리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남성을 일컫는다. 외모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이에 대한 관리는 남녀를 불문하고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외모 관리 역시 이제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경쟁력 확보의 수단이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은 ‘아름다운 것은 어떤 좋은 목적을 만들어 낼 만큼 유용하고 적절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름다움이 경쟁력이 된 오늘날,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관리를 통한 아름다움은 좋은 목적을 만들어 내는 하나의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성에 대한 장벽을 깨고 미에 대한 본능을 표출하는 그루밍족과 같이, 외모 관리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남성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미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