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의과대학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유숙 교수

기자명 이호성 차장 (doevery@skkuw.com)

4월 5일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서 제정한 ‘ADHD의 날’이다. ADHD(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지난해부터 ADHD의 날을 제정하고 각종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아동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성인이 되어서도 그 증상을 보이는 경우인 ‘성인 ADHD’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28일에는 성인 ADHD 인지도 조사 결과 및 공존질환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발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사회 전반적으로 성인 ADHD에 대한 인식은 낮다. ADHD의 날을 맞아 학회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우리 학교 의과대학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유숙 교수를 만나보았다. 그가 말하는 성인 ADHD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와 치료법에 대해 들어보자.

   
 

이번 발표 내용에 대해 간단히 얘기해 달라.

성인 ADHD의 인지도 및 공존질환에 대해서였다. 일반인 1068명과 ADHD 진단 경험이 있는 전문의 108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조사 결과 일반인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성인 ADHD에 대해 알지 못했다. 심지어 응답자 중 4.3%는 ‘성인 ADHD 환자는 없다’고 알고 있었다. 또한 전문의 설문조사 결과 ADHD 환자의 절반 이상이 성인이 되어 처음 증상을 인지했으며, 병원을 방문하기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에 방문한 성인 ADHD 환자 중 추가적인 정신건강문제를 겪고 있는 경우도 95%에 달했다.

성인 ADHD에 대해 주목하고 조사를 실시한 계기는.
학계와 일반인들에게 성인 ADHD에 대해 알리고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예전에는 성인 ADHD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아동기에 ADHD로 진단받은 환자들을 장기적으로 추적 관찰한 결과 성인이 되어서도 증상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은 걸 알게 됐고 성인 ADHD에 대한 문제의식이 차츰 생겨나기 시작했다. 소아청소년정신과에서도 성인 ADHD에 대해 주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반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성인 ADHD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정신건강문제로 찾아온 환자를 진단할 때 성인 ADHD에 대해 고려하지 못한 채 진단하는 경우가 많았고, 적절한 정신건강 진단을 내리지 못했다.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는 ADHD를 질환으로 생각하게 된 게 10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인식수준이 더 저조하다. 그전까지는 이를 성격적인 문제로 봤다. 오늘날에는 아동이 ADHD 증상을 보이면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조사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성인 ADHD에 관해선 아직까지 인식이 부족하다. 환자가 자신의 질환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알리기 위해 이번 조사가 이뤄졌다. ADHD의 날을 제정하고 캠페인을 진행한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다. 지난해에는 아동기에 초점을 맞췄고 올해는 청년기에 초점을 맞춘 ADHD 인식 제고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도 캠페인과 동시에 홍보와 교육을 계속해서 실시할 예정이다.

ADHD가 아동기를 지나 성인이 되어서도 유지되는 이유는.
ADHD는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뇌가 균형적으로 발달하지 못하거나 뇌의 조절을 담당하는 부분에 활성도가 저하되면서 발생하는 뇌 발달질환이다. 아동기에 발현되어 성장하면서 호전되기도 하지만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기까지 증상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아동기에 적절한 치료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성인 환자들의 대부분이 아동기 때 증상이 있었어도 낮은 인지도로 인해 ADHD로 진단받지 못했거나 크면 좋아진다는 말을 듣고 방치해 둔 경우가 많다. 성인 환자들의 일부는 증상이 경미하여 어느 정도 제한된 틀 내에서 적응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이 성인이 되어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생활을 하게 되면서 인식하지 못했던 ADHD 증상들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다.

ADHD를 앓고 있는 성인은 어떤 증상을 보이나.
아동기 때의 ADHD 환자는 과잉행동 인해 산만함이 두드러진다. 반면에 성인 ADHD 환자는 과잉행동 경향은 줄어들지만 부주의성과 집중력 감퇴, 충동성, 그리고 낮은 자제력을 보인다. 이로 인해 약속을 잊거나 약속 시간에 늦는 등 시간 관리가 안 되고 하나에 집중하지 못해 계속해서 일을 미루고 효율적으로 일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집단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감정 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자주 화를 내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아동기보다 증상의 정도가 약해지기도 하지만 성인기에는 생활반경이 넓어지고 사회적 역할이 증가해 아동기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된다.

성인 ADHD 환자들은 우울증과 같은 추가적인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그 이유는.
성인 ADHD를 앓고 있는 환자들의 대부분이 질환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능력이나 의지 부족 문제로 돌린다. 그러다 보니 매번 ‘내가 게을러서 그런 거야’하며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고 우울증, 조울증과 같은 추가적인 정신질환까지 앓게 되는 것이다. 청력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이비인후과에 가서 치료를 받고 보청기를 한다. 마찬가지로 ADHD 환자들도 내 탓만 할 게 아니라, 자신이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올바른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일반적으로 약물치료가 일차적인 치료이며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할 시 도움이 된다. 약물은 뇌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물질들을 추가로 제공해 주기 때문에 ADHD 환자들은 이를 통해 망가져 있던 생활패턴을 개선하게 된다. 지난해 9월까지는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에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았지만 새롭게 법이 개정되어 많은 환자가 혜택을 보고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ADHD의 주요 증상을 감소시켜줄 뿐만 아니라 자기효능감과 자존감 향상 같은 추가적인 효과 또한 기대되기 때문에 약물치료와 병행하기도 한다.

성인 ADHD와 같은 정신질환을 다루는 데 있어 사회적·제도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보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사라져야 할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정신질환 환자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 치료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를 간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기 일쑤다. 정신질환에 대해 아직 낯설기 때문이다. 급작스럽게 극도의 불안을 느끼는 ‘공황장애’의 경우도 최근까지 사회적으로 인식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몇몇 연예인들이 자신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음을 밝히면서 대중들에게 관련질환이 많이 알려졌고 그에 대한 편견도 차츰 사라졌다. 성인 ADHD의 경우도 개인의 의지 문제로 돌리며 환자를 게으른 사람으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해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제도적으로는 정신건강으로 인해 차별받는 경우가 사라질 수 있도록 법적인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취업 및 다양한 역할들로 인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학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늘날 대학생들은 현실적으로 힘든 게 많다. 이럴수록 자기를 사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뭔가를 이뤄내야지만 내가 소중한 게 아니다. 성취하지 못했다고 해서 내 본질적인 가치가 훼손되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인 것 때문에 내가 무너지면 안 된다. 이 말은 이기적으로 살라는 것이 아니다. 자기를 돌보고 소중히 하여 자존감을 높이라는 것이다. 나를 먼저 아끼고 사랑해야 남도 아끼고 사랑할 수 있다. 

 

 

기사도우미

◇인지행동치료=느낌이나 감정이 상황 자체가 아니라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는 인지모델을 근거로 하여, 환자가 부정적으로 왜곡된 사고를 직접 파악하고 재구성하도록 도우며 구조적으로 치료해 나가는 정신치료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