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과캠 만남 - 이동혁(기계 01) 동문

기자명 강동헌 기자 (kaaangs10@skkuw.com)

 

 

“크고 작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목표했던 공학 연구자가 되었어요.”
로봇 연구를 통해 사람들의 불편을 해소해주는
로봇 박사 이동혁(기계 01) 동문을 만나봤다.

과학에 호기심 많았던 유년시절
“어렸을 때부터 로봇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충청북도 청주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이 동문은 원래 로봇 분야보다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이 동문은 당시 프로그래머나 공학자가 유망한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어 막연하게 생각이 있었는데, 우연히 친척집에서 쓰던 컴퓨터를 집에서 쓰게 된 이후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 “컴퓨터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였어요. ‘어떻게 이런 물건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신기했죠. 특히 ‘버추어 파이터’라는 게임은 정말 충격적으로 다가올 정도였죠.”
그렇다고 마냥 컴퓨터 게임에만 몰두했던 것은 아니다. 이 동문은 여느 또래처럼 자동차나 비행기와 같은 기계 장치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야외에서 떠들썩하게 놀기보다 집에서 조용히 책 읽기를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그가 관심 있게 읽던 책은 과학 분야, 그중에서도 나사의 우주탐사분야의 책이었다. 어릴 적부터 가까이하던 컴퓨터와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그를 자연스럽게 공학도의 길로 이끌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학생활
청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이 동문은 2001년 우리 학교 공과대학에 입학하였다. 그는 대학생활을 되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회상했다. 1학년 때 대계열로 입학한 그는 어릴 적 관심 분야인 컴퓨터공학과에 지망하고 싶었지만, 당시 컴퓨터공학과는 전자전기공학과와 함께 큰 인기를 끌었고 이 동문은 학점이 그리 좋지 않아 기계공학과를 선택하게 되었다. 2학년 전공 진입에서 발목을 잡았던 학점은 이후에도 계속 그의 발목을 잡았다. “공부 자체를 싫어하진 않았지만 시험기간에 급하게 하는 벼락치기 공부가 정말 안 맞았어요. 덕분에 학사 경고도 2번이나 받았죠.(웃음)” 이 동문은 오히려 시험이 끝나면 공부를 본격적으로 했다고 한다. 수학을 못해서 시간이 남을 때 선형대수나 공학수학을 주로 공부했는데, 학사 경고를 2번이나 받고 나니 그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다가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점 관리에도 신경 쓰고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돌아가다
2008년에 졸업한 이 동문은 당시 삼성테크윈의 항공 엔진 부문에 입사했다. 하지만 연구직으로의 근무를 원했던 그는 학사 학위로는 연구직으로 가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입사한 지 한 달 만에 퇴사를 결심했다. “망설임 없이 퇴사를 결정했는데 막상 하고 나니 막막하더라고요. 우리 학교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놓고 무작정 수원으로 올라왔죠. 다행히 최혁렬 교수님을 찾아뵙고 상황을 말씀드리니까 연구 자리를 마련해 주신다 하셔서 학교로 다시 돌아오게 된 거죠.” 이 동문이 본격적으로 연구자의 길로 들어선 데는 최 교수의 도움이 컸다. 석사 과정의 길로 이끈 것도, 박사 과정 중 힘들어서 방황할 때 잘 타일러 잡아준 것도 최 교수다. 최 교수는 연구자로서 이 동문의 가능성을 미리 알아보았던 것일까. 이 동문이 연구 과제와 업무에 지쳐 고충을 털어놓았더니 최 교수는 별말 없이 이 동문에게 몇 달간의 휴가도 주었다고 한다.

대학원 생활,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다
이 동문은 학부 시절 전공을 따라 대학원에서도 기계공학을 선택했다. 기계공학 중에서도 로봇 연구를 택한 특별한 이유를 물으니 그는 “원래 좋아했던 컴퓨터 분야와 학부생 시절 공부했던 기계공학을 융합할 수 있다는 것이 로봇 학문의 매력”이라 답했다. 로봇 공학은 하나의 독립된 공학 분야이지만 △기계 △소프트웨어 △전자 △재료 등 수많은 공학 분야를 접목한 종합적 학문이기도 하다. 로봇이 인간의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사실은 그로 하여금 로봇에 더욱 매료되도록 하였다. 그가 참여한 대표적인 연구로는 △건물 외관 청소 로봇 △배관 청소 로봇 △의료용 수술 로봇 연구가 있다.
이 동문은 그중에서도 수술 로봇에 관한 연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 유익한 연구라고 한다. “정말 합이 잘 맞는 후배를 만났어요. 그때는 연구를 함께 진행하면서 토론도 많이 하고 논문도 많이 썼어요. 요즘도 가끔 그 친구와 얘기하면 ‘그때가 인생의 전성기였다’하며 농담하기도 합니다.” 최 교수에 이은 그의 2번째 귀인이다. 덕분에 그는 연구를 정말 열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고 논문 성과도 좋았다고 회상했다.

이 동문이 연구했던 수술용 로봇 그림.
ⓒ이동혁 동문 제공

그땐 몰랐던 아쉬운 기회
수술 로봇 분야에서의 왕성한 연구는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그는 수술용 로봇과 관련된 촉각 피드백 센서에 관해 연구했다. 의사가 직접 손으로 수술하는 것과 달리 로봇에 의존해 수술하는 경우, 손에 닿는 느낌에 대한 정보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기 어렵다. 수술하는 의사는 시각적인 자료에만 의존하여 로봇 수술을 진행했기 때문에 정교한 작업을 하는 데 불편함을 많이 느꼈고 별도의 훈련과정이 필요했다. 이 동문이 연구한 로봇 센서는 수술 과정에서 발생하는 촉각적인 느낌을 로봇에서 인간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장치다. 그는 박사 과정 동안 센서에 관한 연구를 통해 다수의 논문과 상을 일궈내는 등 의미 있는 결과를 끌어냈다.
“6축 센서 관련 기술을 개발했는데 그 기술을 이용한 사업 제의가 들어왔었어요. 당시에는 시장이 그리 크지도 않았고 사업에는 소질이 없어서 그냥 국내 한 중소기업에 팔았어요. 그때 사업을 시작했다면 지금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네요.(웃음)” 이 동문이 개발한 6축 센서는 수술로봇의 촉각 피드백 센서를 적용해 만들어 낸 장치다. 기존의 6축 센서는 활용도가 높아 수요가 많았지만 1000만 원을 호가하는 비싼 가격 때문에 많이 쓰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 동문은 촉각 피드백 센서에서 착안하여 기존의 6축 센서를 기존에 몇십 분의 일의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최근 모 대기업에서는 해당 중소기업에 6축 센서를 수 천대 주문했고 한화에서는 관련 기술의 로봇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의 근무
박사 과정 이후 이 동문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에서 비상근 연구원으로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연구원으로서 일하기 위해 박사 학위까지 공부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정규 근무자가 아닌 비상근 근무여서 주어진 월급으로 생활하기 힘들었을 뿐더러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가 착수한 연구인 ‘로봇 핸드’는 대학원에서 연구한 분야와는 다른 부분이 많았다. 대학원에 있을 때는 수술로봇을 연구하다가 ‘로봇 핸드’를 연구하려다 보니 남몰래 공부했던 적도 많았다 한다.
하지만 그는 1년여 간의 비상근 연구원 생활을 견딘 끝에 상근 연구원이 되었고 마침내 *‘포스트닥 펠로우십’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만든 논문과 발표 평가 때 연구 계획을 열심히 준비한 덕분이라며 상황이 좋지 않아 절박한 자세로 임할 수밖에 없었다며 겸손하게 전했다. “박사는 매년 1000명 이상 배출되는데 그중에서 극히 일부만 정규직으로 취업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계약직을 전전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매우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5년 정도는 다른 걱정 없이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겠어요.” 그는 펠로우십 선정 소감을 밝히며 연구에만 몰두하기 힘든 제도적 현실을 꼬집었다. 재정적 뒷받침이 있어야 지속적인 연구가 가능한데 지원을 받아내고 유지하는데 신경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 동문은 이번 지원을 바탕으로 ‘로봇 핸드’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라 밝혔다. “사실 의료용 수술은 이미 상용화된 수준이기 때문에 연구실을 떠난 분야입니다. 반면 ‘로봇 핸드’는 갈 길이 아직 한참 남았죠.” 로봇 분야는 크게 센서 부분과 엑추에이터 부분으로 나뉜다. 센서는 인간의 피부와 같은 역할을, 엑추에이터는 몸을 움직이는 근육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두 분야 모두 시작이 한참 느릴뿐더러 발전 속도도 더딘 상태다. 이 동문은 센서 부문에서 5년 간 단계적 발전을 통해 인간의 손과 같은 정밀함을 구현해내는 고난이도 작업이 가능한 ‘로봇 핸드’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후배들에게 한마디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학점이나 기초 과목에 충실할 것’을 당부했다. 연구자의 길을 걷든 아니든 다른 것들은 부족한 부분을 졸업하고 채워나갈 수 있지만, 학점은 되돌릴 수 없으므로 할 수 있을 때 성실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한, 그는 공모전과 같은 프로젝트보다는 기본을 익히는 공부가 중요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 부분이 더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사도우미

◇포스트닥 펠로우십=40세 이하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7년 이내 젊은 연구자를 선정하여 지원하는 제도. 창의적인 신진 연구자들을 육성한다는 명목 아래 2011년부터 시행되었으며 펠로우십에 선정되면 1인당 최대 5년간 연간 1억 3000만 원~1억 5000만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된다. 올해 11명이 선정되어 대통령 명의의 지정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