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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으로 일깨운 내 안의 흥, 함께 나누고 싶어요”인사캠 만남 - 박재희(동양철학 83) 동문
채진아 기자  |  jina9609@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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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6호] 승인 2017.04.10  13: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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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원준 기자 saja312@

“영원히 가슴 떨리는 일, 제겐 고전이 그 시작이었어요.”
동양고전의 대중화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존재 자체로 아름다운 내면의 우주를 선사하는
‘국민훈장’ 박재희(동양철학 83) 동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훈장을 꿈꾸던 소년,  꿈에 한 발짝 다가가다
“어렸을 적 꿈도 훈장이었어요.” 훈장이던 조부의 가르침 하에 한학(漢學)을 배운 박 동문은 어린 시절 수많은 동양고전을 접하며 자연스레 고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학창 시절 장래희망을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훈장이라고 답하곤 했다. 입시 준비에 한창이었던 고등학생 때에도 고전을 향한 애정은 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기에 우리 학교 동양철학과에 진학했다.
“저는 정말 흥이 많은 학생이었어요.” 박 동문은 ‘흥’을 ‘관심사에 대한 열정’이라고 이야기한다. 남들이 선호하지 않는 동양철학의 길을 선택한 것도 ‘흥’ 때문이었다. 그는 동양철학이나 고전과 관련된 세미나, 학술회의가 있으면 항상 참여했고, 답사 또한 꾸준히 다녔다. 한학 공부를 하고 싶어서 대학생 중에는 보기 드물게 당시의 한학 연수 기관이었던 고전번역원을 찾기도 했다. 학교 공부를 마치면 고전번역원을 찾아 대학교 2학년 때부터 3년간 하루 네 시간씩 고전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공부했다. 박 동문은 고전 이외에도 ‘예스러움이 주는 매력’에 누구보다 민감한 학생이었다. 국악의 매력에 빠진 그는 당시 인간문화재였던 녹성 김성진 선생의 제자가 되어 대금을 연주했고, 차(茶)를 좋아하여 다도를 배우기도 했다. “남들이 보기엔 이해가 되지 안됐을 수도 있지만, 내 전공과 관련된 것이라면 흥이 나서 쫓아다녔죠.” 학창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그에게서 동양철학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동양철학에 대한 깊고 넓은 공부를 통해, 박 동문은 고전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달라졌다. 어린 시절엔 그저 한자를 배우고 고전을 외우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다. 전공으로 동양철학을 접하며 심화된 공부를 하며 단순한 해석을 넘어 고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 진정한 고전의 역할임을 깨달았다. “고전 속 문장들이 단순히 종이 위의 활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현실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혼의 떨림이 없는 시대와 마주하다
박 동문은 졸업 후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도가 철학을 연구하는 등 △한국 △중국 △일본을 오가며 연구에 매진했다. 그러던 와중에, 미국 텍사스 공대 측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와 처음으로 미국에 방문했다. 강의 일정을 마친 후 곧장 귀국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시 뉴욕에 머물렀는데 그곳에서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자발적으로 근무하는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의 모습을 보았다. 이후 찾은 런던에서도 사람들의 생활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열심히 일을 하면 더욱 행복해져야 하는데, 사람들이 끊임없이 불안해하는 것은 어디에서나 똑같아 보였다.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은 채 살아가는, 영혼이 떨림이 없는 이 시대에 고전을 통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다시 뛰게 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야겠다고 느꼈어요.” 그는 고전을 통해 사람들의 내면에 다시 흥을 일깨우겠다고 다짐했다.

국민훈장, 고전의 지혜를 전달하다
2년의 휴식기를 가진 박 동문은 고전을 통해 사회에 만연한 불안을 덜어주겠다는 생각으로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베스트셀러 작가 등 인문학 보급 활동을 활발히 진행했다. 그는 <KBS1 라디오>에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1537회에 거쳐 고전을 바탕으로 현실을 해석하고 메시지를 던지는 '라디오 3분 고전'을 진행했다. 특히 그는 여러 권의 저서를 통해 동양고전에서 얻을 수 있는 현실적 교훈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사서에 대한 해석이 담긴 『고전의 대문』에서는 『논어』 속 공자의 힘든 어린 시절을 통해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자세를 소개하는 등이다.
또한 박 동문은 현재 소속되어 있는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에서 유치원부터 대학생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군자학교를 운영했다. 군자학교는 △다도 △문학 △역사 △예절 △음악 △철학을 지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청와대 △관공서 △대기업 등 성인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다가 학생 교육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학생들에게 진정한 군자의 자세를 가르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군자는 주로 CEO나 정치인과 같은 이른바 리더의 유교식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박 동문은 자신의 삶과 타인, 사회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군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입시, 취업, 승진에 매몰된 사회 속에서 학생들이 동양철학 속 가치를 실천하며 타인과 교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나가길 바랐어요.”
박 동문은 그가 전달하는 동양고전 속 지혜가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일으킬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제 강연을 듣고 사람들의 언어와 생각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정말 힘이 나요.” 그는 인문학(人文學)을 ‘사람(人)의 문양(文樣)을 변화시키는 학문(學問)’이라고 정의한다. 고전 속 삶의 지혜를 통해 한 사람의 생활 패턴이 변화하고, 긍정적인 자기발전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남지방경찰청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박 동문.
ⓒ매일일보 인터넷판 캡쳐

고전이라는 발효과학이 변화시키는 삶
“고전은 발효과학이죠.” 박 동문은 고전은 검증된 가치를 지닌, 읽을수록 깊이 있는 책이라고 말한다. 트렌드에 민감한 베스트셀러는 시간이 지나면 외면받는 경우가 많지만, 고전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불어오는 인문학 열풍도 이러한 고전의 매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대사회는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불안해하죠. 세태에 민감한 베스트셀러와 달리 고전은 오래전에 쓰인 내용이지만 삶 속에서 마주하는 여러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 줘요.”
고전의 대중화를 위해 활동하는 박 동문은 인문학 열풍 속에서도 고전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고전이 원재료라면, 고전 해설서는 맛있는 요리죠.” 음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맛있는 요리를 먼저 맛봐야 하듯, 고전 역시 삶에 방향성을 제시하고 현실에 고전을 반영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책을 먼저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맛있는 요리를 먹고 나면 재료가 무엇인지 궁금해지듯이, 우리의 삶과 연관되게 풀어놓은 인문 고전에 접근해서 그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고전을 읽을 당시엔 많은 감동과 깨달음을 받지만, 책을 덮으면 그 내용을 잊는 경우가 많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전을 통한 깨달음을 바로 삶에 반영하기는 어려워요. 처음 느낀 그 감동과 깨달음을 끊임없이 내 삶 속에서 잊지 않으려는 훈련이 필요하죠”라고 조언했다. 그는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계속 그것을 잊지 않으려는 생각을 가져야 함을 강조했다.
   
최근 베스트셀러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박 동문의 저서 『고전의 대문』.

'국민훈장'에서 다시 마을 훈장으로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교수, 유명 강연자로 여러 직책을 갖고 있지만 명함에는 오로지 ‘훈장 박재희’이라는 글자만 새겨져 있는 것만 봐도 그가 ‘훈장’이라는 호칭에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시골의 이름 모를 서당 훈장님이 되어 꿈이 많은 어린 친구들, 자라나는 학생들과 만나고 싶어요.” 이를 위해 박 동문은 현재 강원도 홍천 소재에 그의 소박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 중이다. 마을 훈장이 되어 학생들의 마음에 잠재되어 있는 흥을 일깨워 줄 계획이다. 그는 우리 학교 학우들에게도 내면의 ‘흥’을 찾는 데 집중하라는 말을 전했다. “흥을 일깨우려면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길을 따라가야 해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그것이 발목을 잡아서는 안돼요.” 박 동문이 고전을 향한 애정으로 영원히 가슴 떨리는 길을 걸어 나가고 있듯, 그는 학우들 역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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