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주성 편집장 (qrweuiop@skkuw.com)

요즈음이 성대신문사가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다. ‘차기’ 데스크를 구성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우리 신문사는 오랫동안 학기 중 마지막 2회의 발간을 인수인계기간으로 두고, 차기 데스크단의 관할 아래 신문을 발행해 왔다. 따라서 필자 또한 차기 편집장에게 인수인계를 진행해야 한다.

문자가 개발된 이래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필자는 ‘정보의 저장’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단순히 정보를 저장할 수 있음이 위대한 것이 아니다. 저장된 정보는 후대 누군가가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일종의 길잡이가 돼준다. 크게 보면 역사가 그렇다. 선조가 기록해둔 역사를 참고하면 비슷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과거에 비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우리 신문사 또한 마찬가지다. 매번 쓰는 기사는 달라지지만 시기마다 해야 하는 일은 비슷하다. 그러니 예전에 어떤 방식으로 일을 처리했는지 알게 되면, 수월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정보의 저장’이 중요한 이유는 정보의 전달을 가능하게 해줬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떠나가는 입장에서 보면 인수인계를 하는 것만큼 귀찮은 일도 없다. 일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내용들이 대부분인 것을 굳이 일부러 알려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인수인계의 중요성은 단순히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전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신 일을 처리하면서 무엇이 어렵고 힘들었는지, 어떤 실수를 했었는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차피 같은 목표를 향하는 입장이라면 내가 겪은 실수를 다시 겪지 않아야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 또한 신문사 내부에 대대로 내려온 ‘편집장 인수인계 문건’에 필자의 경험을 덧붙여 넣었다.

많은 국민들의 관심 속에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다.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설치 없이 바로 임기를 시작하는 문 대통령의 초반 국정운영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실망보다는 기대가 큰 상황이다. 하지만 인수인계에 문제가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지난 4년 반의 박근혜정부 대통령 비서실장 업무보고가 오로지 10장의 문서로만 이뤄졌고, 기타 문서나 전산 기록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박근혜정부의 청와대에서는 퇴근시 모든 문서를 파쇄하라는 규정이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상황을 보니 오바마-트럼프 간 인수인계와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권이 교체되고 서로 많은 앙금이 있다고 알려졌던 둘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새 대통령과 전 대통령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평화로운 인수인계를 공언했다. 대통령직은 특정 당을 위해 존재하는 자리가 아니라, 미국 전체를 위한 자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록 다른 정당에 속해있지만 국정공백을 막기 위해서, 그리고 더 나은 미국을 만들기 위해서 내린 결론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성숙한 의식이 형성돼야만 더 나은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