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과 ‘공존’할 수 있는 사회 만들고 싶어요
노숙인들과 ‘공존’할 수 있는 사회 만들고 싶어요
  • 김아영 기자
  • 승인 2017.05.14 16:41
  • 호수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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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역에서 3년, 서울역에서 2년… 김태현 작가는 불과 7년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노숙인 중 한 사람이었다. 글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일어설 수 있는 정신적인 힘을 얻었고 현재는 작가, 칼럼니스트,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자활을 이뤄낸 김태현 작가에게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 | 유하영 기자 melon0706@

2년 5개월, 노숙인이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이기까지

“1993년, 그때 돈으로 550만 원짜리 양복을 입고 다녔어요.” 김 작가는 한때 잘나가는 무역회사의 CEO였다. 최고급 자동차였던 ‘로열프린스’를 타고 다닐 만큼 사업 규모가 컸지만 1997년 급작스레 닥쳐온 IMF 외환위기는 그에게 감당할 수 없는 이자와 빚을 안겨주었다. “언론에서는 사업이 망하면 바로 노숙의 길을 걷는다고 이야기하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김 작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버티려 노력하지만 반복되는 실패로 인해 노숙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 역시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재기를 위해 해보지 않은 일이 없었다. 여수에서 수산물을 수출하기도 하고 영어 학원에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성인용 조립장난감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원사업이 망하면서 배달, 카페 아르바이트, 정화조 청소를 하며 근근이 생활했다. “신용불량이었고 아무도 밥 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하루 3500원을 내고 찜질방에서 컵라면만 먹으며 두 달을 버텼죠.” 찜질방에 머물 돈이 다 떨어지자 2007년부터 여수역 대합실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쓰레기통에서 남은 음식을 냇물에 씻어 먹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김 작가는 본인이 노숙인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는 거지가 아니어야 하니까 겨울에도 파카를 입고 위에 양복을 입었어요. 양복은 나의 정체성이니까.” 이런 상황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그는 포장마차에서 훔친 소주 5병을 마시고 영하의 바닷가에서 자살을 기도했다. 결국, 2년 5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노숙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젊은 시절 거지를 그토록 경멸했는데, 살려면 내가 거지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사회의 관심으로부터 시작된 자활

여수 엑스포를 위한 재개발로 3년간 생활한 여수역에서 쫓겨난 김 작가는 서울역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서울역에서 우연히 만난 한 사회복지사로부터 길거리에서 지내는 노숙인들이 매년 300명 정도 죽는다는 사실을 들었다. “길거리에서 사람이 죽는데 아무도 신경을 안 쓴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노숙인들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대중들에게 알리고자 인터넷 커뮤니티인 다음 아고라에 노숙인의 실상과 관련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글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후원해주는 사람도 50명이나 만났다. 김 작가는 후원자들과 함께 설날 아침, 노숙인들에게 옷가지와 사골국을 나누어주는 등 노숙인을 위한 자원봉사를 하며 지냈다.

김 작가는 글을 쓰고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정신적인 아픔을 치유했고, 서서히 사회로 복귀하게 되었다. 자활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원인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사람들의 관심 덕분”이라고 답했다. 그렇게 그는 사람들의 따뜻한 손길에 힘입어 5년간의 노숙인 생활을 끝냈다.

ⓒ 웹툰 <길리언>

노숙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세요

노숙인에서 벗어난 그는 노숙인들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웹툰 <길리언>을 제작했다. 그는 노숙인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길에서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길리언>을 만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원래부터 알코올중독자, 사회부적응자였던 사람이 노숙인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에요. 노숙 생활이 정신에 타격을 줘 술과 도박에 빠지는 경우가 일반적이죠”라며 익히 생각하는 부정적인 모습의 노숙인은 소수라고 전했다. 따라서 그는 국가가 나서서 정신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같은 사회 구성원인 노숙인들을 게으르고 세금을 갉아먹는 존재들로만 보지 말고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현재 김 작가는 <중앙일보>의 칼럼니스트이자 작가 혹은 강연자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계속해서 노숙인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고 그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지원 확대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도 노숙인 문제에 관심을 둘 것을 부탁하며 “취업준비와 공부로 바쁘겠지만 가끔 사회복지와 관련된 책도 읽어줬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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