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자 속의 예술 - 영화 <트루먼 쇼> 속의 하이퍼리얼리티

기자명 장소현 차장 (ddloves@skkuw.com)

영화는 크레딧이 오르며 시작합니다. 각 인물의 크레딧마다 이어지는 인터뷰에서 주인공 트루먼을 제외한 인물들은 트루먼의 삶이 ‘숭고한 삶’ 혹은 ‘진짜 인생’이나 단지 조금 ‘통제’당할 뿐이라고 이야기하죠. 트루먼은 진정한 자기 삶의 주인공일까요.

트루먼의 하루는 오늘도 활기차게 시작됩니다. 늘 만나는 이웃 사람들에게 평소와 같은 인사를 나누며 다를 바 없는 하루의 반복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트루먼은 자신의 규칙적인 일상생활에서 같은 장소, 특정 시간대에 같은 사람들이 나타나는 등 무언가가 미묘하게 이상함을 느끼게 됩니다. 하늘에서 느닷없이 떨어진 촬영용 조명, 바다에서 익사한 줄 알았던 아버지의 등장 등 평범한 일상이 무언가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 됩니다.

사실 트루먼이 사는 ‘씨 헤이븐’이라는 도시는 거대한 돔으로 둘러싸인 인공 세트이고, 그 안에 설치된 5000대의 카메라가 트루먼의 일거수일투족을 찍고 있습니다. 오늘은 1만 990일째 트루먼의 출근 날, 즉 1만 990번째 생방송이었습니다.

화장실에서 혼자 거울을 보며 영화 대사를 흉내 내던 트루먼은 아내의 재촉으로 출근 준비를 마치고 현관문을 나섭니다. 집을 나서는 트루먼의 모습을 포착한 장면에서 관객은 카메라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게 되죠. 트루먼의 상체를 줌인(Zoom-In)으로 촬영한 이 장면에서 카메라는 등장하지 않지만 관객은 카메라가 조작되는 느낌을 선명하게 전달받습니다. 이와 같은 인위적인 줌 촬영기법의 노출을 통해 트루먼의 일상이 감시당함을 알 수 있습니다.

트루먼이 거리를 지날 때 그를 미행하는 차량의 사이드미러에 비친 모습에서도 감시당하고 있는 트루먼의 일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트루먼 쇼>에서 등장하는 거울은 모두 카메라가 숨어 있습니다. 즉 ‘트루먼 쇼’가 방영되는 220여 개국 시청자들은 거울 속에 비친 트루먼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엿보는 것입니다.
영화 초반부에 나온 크레딧과 영화의 후반부에는 서로 다른 크레딧이 나옵니다. 앞의 크레딧은 24시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트루먼 쇼’를 위한 것이고 끝의 크레딧은 영화 <트루먼 쇼>를 위한 것입니다.

 

엔딩 크레딧은 영화 <트루먼 쇼>를 구성하는 세 영역으로 구분하여 배우 이름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쇼의 주인공인 트루먼 △쇼의 연출자인 크리스토프 △쇼의 시청자로 구분되며 이는 각각 △트루먼의 세계(Truman's world) △크리스토프의 세계(Christof's world) △시청자들(Viewers)이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현실감을 가장한 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영화 속 텔레비전 프로그램 ‘트루먼 쇼’의 주인공 트루먼은 주위 인물, 상황, 심지어 날씨까지 연출된 가상세계가 자신의 현실이라고 믿었습니다. 어느 날 출근길에 주파수 혼선을 일으킨 자동차 라디오를 통하여 자신의 동선을 정확히 읽어내는 목소리를 듣게 된 트루먼. 그는 일련의 일들로 주변 상황에 의심을 하게 되며 결국 자신의 모든 생활이 조작되고 연출된 삶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죠. 감시의 눈을 속이고 두려워했던 바다, 사실은 스튜디오에 조성된 바다로 나선 트루먼은 감독의 감시와 통제 센터의 방해를 이겨내고 마침내 거대한 스튜디오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우리의 삶에서 실재가 가상 같기도, 가상이 실재 같기도 할 때가 있습니다. 트루먼이 결국 자신의 세계를 떠난 것은 자기 삶의 주체가 본인이 아니라 감독이었기 때문이겠죠. 인생의 주체로서 삶을 살아가는 건 그 무엇보다 행복한 일입니다. 가상 세계에 빠져 혹시 당신의 가상에 맞추어 따라가고 있지는 않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다음 트루먼 쇼의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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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딧=제작진과 주연배우들의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