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관우 기자 (ansrhksdn@skkuw.com)

지난 12일, 조 교수가 ‘儒·佛·道의 고전과 오늘날의 학문’을 주제로 청중들에게 1차 인문학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2일 인사캠 퇴계인문관 31406호에서 문과대학(학장 권인한 교수·국문) 중어중문학과와 중국문화연구소가 주관한 ‘청년들을 위한 원로의 고전&인문학 특강’이 열렸다. 이번 특강은 우리 학교 문과대학 코어(CORE)사업의 취지인 학생들의 인문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하며 총 2회로 구성됐다. ‘儒·佛·道의 고전과 오늘날의 학문’을 주제로 한 이번 1차 특강에서는 서울대 조동일 명예교수가 연사로 참석했다. 국문학자인 조 교수는 계명대와 영남대 및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하며 국문학의 체계를 바로 세우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국문학 외에도 동아시아 문학 및 유학 사상 등 연구 분야가 다양하다.

먼저 조 교수는 강연의 주제에 맞게 유가·불가·도가의 고전이 오늘날의 학문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논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유럽문명권과 달리 동아시아의 유산은 근대 동안 버려져 그 가치가 발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유가·불가·도가로 대표되는 동아시아 고전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오늘날의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으로 구성된 강연은 △고전과의 대화 △유가·불가·도가 비교논의 △(고전의 학문적 유산) 이어받기의 순서로 이어졌다.

‘고전과의 대화’라는 키워드 아래 조 교수는 유가·불가·도가의 중요한 공통점으로 이치 탐구에 필요한 방법을 제공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것이 유가뿐만 아니라 불가와 도가도 함께 배워야 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또한 조 교수는 “진부한 교훈에서 벗어나 신선한 발상을 고전에서 얻어야 한다”며 “고전을 아득히 우러러보고 거리를 두지 말고 속마음을 주고받는 친구처럼 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전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을 마친 조 교수는 유가·불가·도가 등 세 사상을 비교 논의했다. 그는 세 사상을 비교해 평가하고 발전하는 작업을 실천하는 이론으로 유가의 ‘정명(正名)’, 불가의 ‘가명(假名)’, 도가의 ‘무명유명(無名有名)’을 소개했다. 정명론은 말 그대로 ‘이름을 바르게 한다’는 뜻이며, 자신의 위치에서 본분을 바르게 해 인륜을 분명히 한다는 내용을 주로 한다. 반면 가명론은 고정된 이름을 거부하고 ‘가짜 이름’으로 진정한 인식을 추구해야 집착과 번뇌를 떨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조 교수는 “상반되는 유가의 정명론과 불가의 가명론을 오늘날의 학문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 두 이론을 모두 인정하고 포괄할 수 있는 도가의 무명유명론이 또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교수는 ‘이어받기’라는 소제목 아래, 고전에서 어떤 시사점을 이어받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덧붙였다. 그는 “정명론과 가명론, 무명유명론 모두 오늘날의 학문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며 무명유명론의 연장선으로 ‘생극론’을 설명했다. 생극은 서로 화합하는 상생(相生)과 서로 투쟁하는 상극(相剋)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음과 양의 상생 관계가 구현되어 서로 싸우면서 화합한다는 것이 생극론의 원리이다. 그는 “생극론으로 하는 학문은 성과가 가능성을 따르지 못해 아직 시작단계에 있다”며 “생극론을 활용한 다양한 개발의 여지가 남아있는 만큼 고전은 언제나 열려있는 토론 상대”라고 말했다.

강연의 마지막 순서로 질의응답 및 토론 시간이 이어졌다. 서다인(일반대학원 중어중문학과 석사과정 수료생) 원우는 “한 가지 연구결과나 한 견해를 접하게 되면 그 틀을 깨는 것이 어려운데, 강연에서 강조한 무명유명론을 연구에서 실천하려면 어떤 훈련이 필요한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조 교수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듯이 무슨 생각이든 창의적인 생각이 있으면 내뱉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에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1차 특강에 이어 오는 19일에 열리는 2차 특강은 '중국 고전 명시의 인문정신'이라는 주제로 개최된다. 연사는 강원대 최상익 명예교수가 맡게 되며, 1차 특강과 같은 장소에서 오후 1시부터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