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시간, 진짜 축제 이야기
여덟 시간, 진짜 축제 이야기
  • 김나현 기자
  • 승인 2017.05.14 19:15
  • 호수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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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기자가 직접 축제 실무단으로 활동한 내용을 르포형식으로 담았습니다.

4년간 학교에 다니며 매년 축제를 봐왔지만, 축제 실무단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었다. 당연히 총학생회(이하 총학)에서 모두 주관할 것으로 생각한 것과는 달리 축제 진행요원은 총학과 실무단의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지난 2일 진행된 실무단 OT의 자기소개시간, 총학을 제외하고 기자의 학번이 가장 높았다. 다시 새내기로 돌아간 듯 어색함을 뒤로한 채 OT를 마무리했다.

실무단을 체험하기로 한 지난 12일 아침, 조금 일찍 학교로 향했다. 강의실로 향하는 학우들을 지나쳐 허전한 금잔디 광장(이하 금잔디)을 가로질렀다. 조용히 들어선 총학생회실엔 녹초가 된 몸을 일으키며 마지막 축제를 준비하는 진행요원들이 있었다.

오전 10시, 축제에 필요한 주류를 나르는 것으로 활동이 시작됐다. 후들거리는 팔다리는 아침 운동을 대신하는 셈 쳤다. 서로에게 상자를 건네며 “자몽이요, 사과요” 하는 소리가 꼭 노동가처럼 들렸다. 그 후 곧장 필요 물품을 금잔디로 가져와 주간 행사를 준비했다. 각 부스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은 주간뿐 아니라 사람이 몰리는 야간을 고려해 가능한 모든 곳에 설치했다. 금잔디에 각종 행사 물품을 배치한 후 행사 시작 십 분 전인 오전 11시 50분, 다른 진행요원들과 행사 포스터를 한 아름 안고 건물 곳곳을 돌며 포스터를 배부했다. 일분일초가 아쉬웠는지 어느 순간 볼이 상기된 채로 뛰고 있는 기자 본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해가 머리 꼭대기에 오른 정오, 주간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기자는 외부에서 들여온 바운스 놀이기구를 하나 맡아 게임을 진행했다. 여러 겹 쌓아 올린 쿠션 위에 한 사람이 올라가서 뛰는 순간 다른 한 사람이 망치로 쿠션을 쳐내는 게임이었다. 쿠션 위 높이 솟은 사람을 보곤 많은 친구들, 연인들, 그리고 체험학습 온 고등학생들과 담임선생님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뛰기 시작했다. 거대한 풍선 위에서 넘어져도 즐거워하는 사람들, 아쉬움에 계속해서 다시 찾아오던 사람들을 보며 어느샌가 기자도 그들의 성공을 빌며 함께 뛰었다. 그렇게 진행하기를 두어 시간, 식사하시라는 다른 진행요원의 말에 허기가 느껴졌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간 운영부스에는 다른 진행요원들이 식사하고 있었다. 백승철(국문 12) 정책집행국장은 “더 좋은 것을 드려야 하는데”라고 멋쩍어하며 컵라면과 밥버거를 넘겨주었다. 식은 밥버거와 국물이 졸아든 컵라면은 씹을 새도 없이 넘어갔고 곧장 다음 행사를 위해 달려갔다.

오후 3시, 명륜당에서 알성시가 열렸다. 흙이 묻을세라 조심스럽게 돗자리 깔기가 한창일 무렵 참가자들이 하나둘 도착했고 곧이어 진행 요원이 과거시험 시작을 알렸다. 왕과 왕비가 앉아있는 명륜당 아래로 궁녀와 유생들이 참가자 주변을 돌았다. 한 진행요원에게 행사 준비하느라 고생했겠다고 말하자 그는 “축제 기획팀을 꾸려 일주일 동안 밤새 회의를 했는데 보람이 있네요”라며 웃었다. 알성시를 마무리하고 금잔디로 돌아간 오후 4시 무렵, 주간 행사가 끝나며 모두 야간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한 진행요원은 구세주라도 발견한 듯 빈손인 기자를 잡아끌며 의자를 넘겨주었다. 그렇게 정리하기를 한 시간, 주간 활동이 끝나는 오후 5시였다. 여덟 시간의 끝이었다.

기자의 체험은 끝났지만, 그들은 야간 행사를 시작했다. 한 진행위원은 “진짜 실무단을 체험하시려면 야간 행사가 제격인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의 말대로 야간 행사 진행은 주간과는 달리 술과 음악에 취한 사람들을 통제해야 하므로 안전관리에 진을 뺀다. 행사가 모두 끝난 마지막 밤에는 설치한 천막을 모두 철거하고 사용한 책상과 의자 하나하나 모두 확인해야 한다. 사람들이 남긴 쓰레기까지 모두 그들의 몫이다. 그들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고생을, 그냥 지나치는 자리를 묵묵히 감수했다. 모두가 당연하게 즐기는 즐거운 축제, 그 당연함에 당연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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