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수민 기자 (soommminn@skkuw.com)

쓰는 건 쉽지 않다.

조판은 늦은 시간에야 끝난다. 집으로 돌아가려면 한강을 건너야 한다. 택시를 타고 강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날. 자정이 넘어서야 현관문을 연다. 아침은 금방 온다. 몇 시간 잠들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다. 나는 돈 버는 게 좋다. 솔직하게 돈 버는 게 좋다. 어느 날은 계산대 앞에 서서 졸았다. 졸면서도 돈 버는 게 좋다.

인터뷰를 가면 사람들의 말씨를 곧장 따라 한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의 눈동자를 꼼꼼히 보고 또 본다. 그때는 잠깐씩, 돈 버는 것보다도 사는 게 좋다. 누군가의 말마디를 따라 삶을 들여다보면 가슴이 쿵쾅댄다. 도둑질하는 것도 아닌데 온몸으로 비밀스럽다. 내가 묻는 말마다 또 다른 삶을 비집어내려는 욕심이 있다. 과연 자격이 있을까. 인터뷰를 마치는 모든 걸음에 따라붙었던 물음이었다.

기사 마감일이 가까워지면 쉬운 문장만으로 기사가 쓰인다. 내가 적은 문장인데 교묘히 멀었다. 습관처럼 기자가 지녀야 할 책임감을 운운하면서도 이리저리 책임감을 회피하려는 문장을 적었다. 경쾌한 마침표를 찍고 내가 만났던 면면들을 기억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내가 듣고자 했던 누군가의 삶이 덜컥 버거웠었다.

이번 발간에도 보도면을 채우며 여러 사람을 만났다. 리걸클리닉 이해완 소장님과 한동훈 학생운영단장, 오훈영 자과캠 총학생회장과 박한을 문화국장 그리고 권정인 교수님까지.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고마운 이름들이다. 기어코 이번에도 시간에 쫓겨 기사를 써 내렸지만 그 익숙한 이름 앞에서 잠시 멈췄다. 멈춰서 인터뷰했던 날을 떠올렸다. 저마다의 말씨, 저마다의 끄덕임, 저마다의 웃음. 이런 사람 냄새를 맡고선 비겁해지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여전히 쉬운 문장이 좋고 그밖에 쓸 줄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을 만나 그들에 대해 듣고 적어내는 일은 불가해하다. 내가 서툴러 내 문장이 불완전하더라도 큰따옴표를 열기 전 잠깐 멈춰선다. 호흡을 고르고 지나간 분위기를 떠올린다. 기사를 써 내려갈 용기를 얻기 위해, 녹취록에는 없는 간단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