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가능하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자 건강검진이 성행하는 우리 나라에서 지난 10년간 갑상선암 진단 건수가 급증한 것이 불필요한 초음파 검사에 따른 과잉진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것이 과연 과잉진단인지 아닌지 논란이 일어나고, 뒤 늦은 암 진단으로 소중한 생명을 잃는 모습을 본 일반 시민들은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당연히 좋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우리나라 전체 사망의 약 4분의 1이 암으로 인한 것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은 그렇게 발견된 질병이 치료가 잘되어 후유증이나 사망이 적을 것임을 전제로 한다. 만약 질병의 증상이 나타나 자연스레 의사를 찾게 되어 진단되어도 치료가 늦은 것이 아니고 그 결과도 무증상 상태에서 발견된 경우와 비슷하다면 굳이 아무 증세도 없는데 건강진단을 받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어떤 증세가 생기면, 마치 감기 증세가 심하면 그러하듯이 의사를 만나 통상적인 진단 과정을 밟으면 될 것이다. 또 암 발생이 과거에 비해 늘어나면 그에 비례해서 암 사망률도 일정하게 늘어나야 할 텐데, 발생에 비해서는 사망률의 변동이 없다면 과잉진단을 의심하게 된다. 즉 발견하지 않아도 될 암을 너무 일찍 발견해서 발생률만 늘어났을 뿐 그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하지 않았으므로 조기진단의 효용이 없는 셈이다. 혹시 그렇게 조기 발견하여 잘 치료해서 암 사망률이 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틀린 말인 것이 조기발견의 효과가 있다면 암 발생이 일정하거나 늘더라도 이전에 높았던 사망률이 오히려 낮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갑상선 초음파 검사는 갑상선암의 창궐(?)을 초래한 과잉진단이고 반대로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는 위암 사망률을 낮춘 효과적인 조기 진단이다.       

과잉진단은 단순히 효용이 없는데 그치지 않는다. 불이 나지 않았는데 가짜 경보가 울려 애를 먹듯이 초음파에 결절이 보이면 나중에 암이 아닌 것으로 판명될 때까지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거나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 조직검사를 받아야 하고 불필요한 걱정에 휩싸여 지낸다. 문제는 검사기술의 발달로 이런 결과가 드물지가 않아서 대략 추정해보면 1000명이 검사하면 150~200명 정도는 추가 검사를 하고 이중에 절반 이상은 조직검사도 하게 되는데, 실제 암은 5~10명 정도에서 진단된다. 그런데 그 발견했다는 암의 90% 이상이 천천히 자라며 상당히 예후가 좋다면 부수적인 피해 정도가 만만치 않다. 갑상선암이 바로 이런 경우이다.

우리 사회에는 모든 암은 일찍 발견하여 치료해야 좋다는 잘못된 통념이 존재한다. 그래서 암에 대해 공포감을 가진 사람들은 전신 CT 혹은 PET 검사 같은 정밀한 영상진단을 요구하기도 한다. “반짝인다고 금이 아니다” 라는 속담처럼 이런 검사도 결국 가짜 양성소견을 보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라 부수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또 검사 자체가 정밀하면 할수록 물고기를 잡을 때 그물이 촘촘할수록 월척뿐 아니라 피라미도 건지는 것처럼 의미없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혈액검사로 하는 암표지자 검사에 혹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 검사가 95%의 정확도를 가졌다고 하면 암 환자 100명 중에 5명은 음성이고, 또 건강한 사람 100명 중에 5명에는 양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정 암이 10만 명당 백 명 수준으로 발생하다고 볼 때 검사가 양성이면 실제로 암일 확률은 50명에 1명 꼴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피로 검사하는 암표지자는 암 검진 목적으로 유용하게 쓸 수 없다.

암의 조기진단은 검진에 따르는 불필요한 가짜 경보도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이 질병에 걸릴 위험도를 파악한 환자가 의사와 상의해서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무슨 암이든 방치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으므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하여 과잉검사와 과잉진단, 불필요한 치료를 방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는 암 진단을 놓치는 경우와 같은 누락 실수에는 아주 엄격한 반면에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는 수행 실수에는 너무 관대하다. 수행 실수에도 책임 추궁이 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