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주성 편집장 (qrweuiop@skkuw.com)

필자는 ‘취준생’이며 이번 학기가 흔히 말하는 ‘막학기’다. 취준생으로 살아가며 느낀 것은, 취업을 위해서 갖춰야할 것이 참 많다는 것이다. 높은 학점과 유창한 외국어 실력, 거기에 자격증은 덤이고 학교에서만 머무르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한 인턴경력이나 여러 대외활동은 밋밋한 이력서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양념과도 같다. 여기저기 올라오는 스펙들을 보고 있자면 내가 열심히 대학생활을 해온 것이 맞는지 의심스럽기도 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대학생활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도 부족한 점이 많이 느껴지기도 한다. 자아성찰의 시간이다.

자아성찰의 시간은 서류심사 후에도 이어진다. 거의 대부분의 기업이 서류심사의 기준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탈락하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지난날을 반성할 수밖에 없다. 왜 탈락했는지 알면 그 부분을 보완하면 될 텐데, 알 방법이 없으므로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보완해야 한다. 이는 인적성과 면접에서도 마찬가지다. 인적성이야 공부해서 풀면 된다지만 면접은 당최 왜 떨어졌는지 알 수가 없다. 인사를 잘못했나 아니면 역시 자기소개가 별로였나 하는 생각을 하다보면 자존감에 큰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취준생들은 점점 자신감을 잃어간다. 이쯤 되면 ‘사회가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막학기를 다니는 학생은 그 나름대로 고충이 있다. 각 대학마다 학생이 졸업을 하는데 여러 가지 기준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요건을 충족시킨 사람만이 학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우리 학교 역시 삼품과 졸업논문(혹은 졸업시험이나 졸업논문대체프로그램), 소정의 학점 이수와 일정 평점평균 이상의 성적을 받은 사람만이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여기에 한 가지 요건을 더하곤 한다. 바로 ‘취업’이다. 졸업생은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그럴 것으로 의심되는’ 낭설 때문에 생겨난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취업이 일종의 졸업요건으로 인식되는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다. 몇몇 학우들이 경험했을 재수기간을 제외한다면, 대개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항상 어딘가에 속해있게 된다. 물론 재수생도 학원에 속해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인간은 어딘가에 소속돼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던데, 취준생이 되면 처음으로 소속을 잃을 수 있는 가능성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막연한 두려움이 취업 후 졸업을 하게 만드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필자 역시 마지막 학기가 끝나감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회에서의 자리를 마련하지 못했다. 추가학기와 수료, 졸업을 두고 고민을 하고 있는데, 많은 후배들이 길에서 만나면 “언제 졸업하세요”하며 인사를 건넨다. 학교에서는 삼품취득기한 안내메일이 오고, 졸업사정 전 학점취득현황을 다시 확인하라는 공지도 나온다. 설마 그렇지야 않겠지만, 가끔은 ‘학교가 나를 밀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막학기가 되어야만 취준생이 될 수 있기에 막학기이며 취준생인 학우들은 한 쪽에선 밀려나고 한 쪽에서는 가로막는, 갈 곳 없는 답답함을 느껴야한다. 사회가 이렇게 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유를 찾아 무엇하랴.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