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형정 기자 (hj01465@skkuw.com)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니?”
“32살이요.”
“아이고 결혼할 때 다 됐네. 만나는 이성 친구는 있고?”
“아… 아니요.”
“아이고 저런, 이제 결혼해야 하지 않아?”
“그… 그렇죠.”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qwertys@

결혼 권하는 사회

“취업했으니 결혼할 일만 남았네.” 명절마다 갓 취업한 조카에게 이처럼 안부 인사를 건네는 친척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결혼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짙다. 전통적인 가족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연애-결혼-가족-출산’의 단계들은 여전히 일반적인 가족 형성과정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 단계에서 벗어날 경우 우리는 흔히 ‘일반’의 범주를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각은 기성세대에서 강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조사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5’에 따르면, 1955~1963년생에 해당하는 베이비붐 세대에서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66.2%로 나타났다. 이는 그들의 자녀 세대인 에코세대와 비교했을 때 16.4%포인트 높은 수치이다.

결혼해서 정상적인 가족원을 형성해야 한다는 시각은 제도에서도 드러난다. 혼인 신고를 거쳐 결혼한 부부와 자녀를 가진 가정에만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동거를 하는 부부의 경우는 정부가 지원하는 주택 정책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이에 우리 학교 사회학과 최문희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근대의 핵가족을 이상향으로 삼는 정상가족이데올로기가 있다”며 가정을 꾸리는 것을 당연시하는 사회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는 단일민족이라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이에 청년들은 괴롭다. 정상결혼이라는 지배적 가치관에 청년들은 문화적, 제도적으로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다. 청년실업은 아린 상처에 소금 뿌리듯 괴로움을 가중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체감실업률은 23.6%를 기록하며 사실상 4명 중 1명이 경제적 안정을 취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의 생계유지 수단의 부재가 결혼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결혼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78.2%가 요즘 시대에 돈 없이 결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답한 것이다.

결혼, 나도 하고 싶어요

우리나라는 사회문화적으로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왔지만 혼인율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0년 *조혼인율은 10.6건으로 최고치에 달한 뒤 2011년에 6.6건까지 떨어졌고 이후로는 5년 연속 감소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적인 부담으로 인해 결혼을 후순위로 둔 청년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 불황으로 인한 불안정한 고용의 여파가 청년들이 결혼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정규직 직장을 가진 지 올해 3년 차가 된 이은혜(28) 씨는 “현재는 결혼을 하고 싶은 상태다. 일정한 수입이 있으므로 결혼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의 결혼 의향은 청년들에게 경제적 안정의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사회 구조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청년들이 경제적 안정을 실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악화된 청년실업 문제로 인해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까지 평균 2~3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한 직장을 구하더라도 개인에 따라 학자금 대출을 갚는 데 사용하거나 당장 생활비에 지출하다 보니,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기 위한 자금을 모으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주거마련 또한 결혼하기 위한 조건 중 중요한 요소로 인식된다. 하지만 사회초년생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비싼 집값 역시 청년들이 결혼을 망설이게 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4억 2153만 원이며 이는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과 비교했을 때 7.9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금액이다.

최 교수는 “현재 청년세대는 유년시절 경제적 부의 혜택을 가장 잘 누리며 자라왔기 때문에 경제적인 안정성이 충족되어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들이 취업 시장에 진출하는 현재 우리나라는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을 맞이했기 때문에 경제적 안정성이 충족되지 않아 결혼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가 권하는 결혼만이 정답은 아닌 걸요

이처럼 경제적 안정을 찾기 힘들어 결혼을 후순위로 두는 청년이 있는가 하면, 개인의 상황을 합리적으로 따져 기존의 가정 형성 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청년들도 있다. 결혼하면 무조건 아이를 가지는 것이 규범이었던 기존의 결혼관에서 탈피해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하는 부부가 늘어나고 있다. 아이가 없는 부부는 자녀 양육에 사용될 큰 비용과 시간을 자신의 여가활동이나 취미 생활을 즐기는 데에 투자할 수 있어 자기 계발을 하고 자아실현을 하는 데에 적합하다.

또한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결혼식을 올리거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동거를 하는 커플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최 교수는 “다양한 방법으로 가정을 꾸려가는 청년들의 모습을 봤을 때, 현재 청년들은 정상가정에 들어가는 결혼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합리적으로 상황을 판단하여 선택하는 개인주의화된 청년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상가족이데올로기가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아직 사회적으로 지지받지 못하고 있다. 최 교수는 “프랑스는 출산율 제고를 위해 정상가족이데올로기를 버렸지만, 고령화 사회가 심한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정상가족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결혼하고 싶은 청년들

기성세대에서 권유하는 전통적 결혼관을 청년세대에게 주입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취업난과 높은 주거비용 등으로 인해 경제적 안정을 얻기 어려운 청년들은 어쩔 수 없이 결혼에 대한 생각을 잠시 미루거나, 새로운 형태의 가정 형성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된 청년의 결혼관에 대해 최 교수는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더 이상 국가가 개인의 삶을 계획하고 개입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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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도우미

◇조혼인율=1년간 발 생한 총 혼인건수를 당해년도의 주민등록에 의한 연앙인구로 나눈 수치를 1000분비로 나타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