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 나무와 망치를 든 예술가의 이름
목수, 나무와 망치를 든 예술가의 이름
  • 우성곤 기자
  • 승인 2017.05.22 18:02
  • 호수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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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동혁(34) '카펜터 그룹' 목수

처음에는 ‘대기업 임원 연봉을 버는 청년 목수’라는 타이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연봉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졌다. 그는 “더 가치 있는 목수가 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올해 34세의 나이로 인생의 절반을 목수로 살아온 ‘카펜터 그룹’의 김동혁 목수를 만났다.

 

지하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 들어서자 서늘한 공기와 함께 목재 특유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첫눈에 들어온 그의 작업실은 목재의 빛깔과 세련된 인테리어가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언뜻 봐도 초보 목수가 연습하다 실패한 것 같은 책장부터 고급스러운 목재 장식까지 목공품들이 가득했다.

학창시절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던 그는 돈을 벌어야겠다는 일념으로 17살부터 망치를 잡았다. 어린 나이로 목수 일에 뛰어든 만큼 공사현장의 막내로서 그가 느낀 무게감은 더욱 무거웠다. 하루하루 힘겨운 목수 생활을 하던 그가 처음부터 목수 일에 지금과 같은 애정을 품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목수라는 직업에 따라붙는 ‘막노동’, ‘노가다’라는 꼬리표가 싫었다.

“일을 시작하고 한참 동안 목수라는 제 직업을 멋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워낙 힘들기도 했고 현장 분위기가 험하다 보니 더욱 그랬죠. 그러다 문득 지금 하는 일을 멋지게 해내지 못하면 결국 어떤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러한 그의 태도는 그를 더 이상 주어진 일만 하는 수동적인 목수로 남아있지 못하게 했다. 그는 목수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목수를 멋진 직업으로 만들기 위한 구상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목수라는 직업 안에서 그가 성취할 수 있는 일들의 지평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넓어졌다.

그는 우선 ‘카펜터 그룹’이라는 단체를 조직했다. 처음 그가 이 단체를 만든 것은 새로운 후배 목수를 양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사람들이 카펜터 그룹하면 젊고 유능한 목수들이 모인 단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길 바랐다. 이런 인식이  널리 퍼지면 목수라는 직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목수는 지저분하고 후줄근한 작업복을 입는다는 부정적인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단체를 대표하는 유니폼을 3벌이나 맞췄다.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언제나 세련된 모습을 보이기 위한 그의 노력이었다.

김동혁 목수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인테리어 장식을 만들고 있다. 목수는 주로 현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자기의 작업실을 갖는 경우는 흔치 않다.
 ⓒ 김동혁 목수 제공

그가 손을 대는 공간들 역시 이전과 전혀 다른 세련된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많은 카페와 미용실, 백화점과 옷가게들은 그의 손을 거쳐 영화의 한 장면에 나올듯한 매력적인 장소로 변모했다. 한편 그는 얼마 전부터 의뢰받은 작업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나무 인테리어 장식을 만드는 일에도 열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실내에서 나무 인테리어 장식을 찾아보기 힘들죠. 하지만 외국에서는 집집마다 만들어서 걸어 놓고는 합니다.” 그의 작품들은 모두 버려진 폐목으로 만들어진다. 그는 버려진 나무들로부터 다시 한 번 아름다움을 찾아 꺼내놓고 있었다. 인터뷰 도중 나무 테이블에 커피를 쏟은 기자에게 “그대로 두세요. 마르는 대로 새로운 무늬가 되니까”라는 그의 말은 가벼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자신의 개성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일은 화가나 음악가들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잖아요. 하지만 이제 우리 목수들도 그 한 축을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작품들이 100여 점 정도 모이면 그만의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목공을 하나의 예술 퍼포먼스로 승화시키는 일도 계획하고 있다. 순수하게 폐목으로만 꾸민 카페 가운데에 유리로 방음처리 된 방을 만들고 그 안에서 목공 작업을 선보이는 것이다. 그는 음악가나 화가, 배우의 예술 행위처럼 목수의 작업과정도 사람들로 하여금 예술적 가치를 발견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업과정 뿐 아니라 폐목을 이용해 만든 인테리어 소품들 자체도 *‘업 사이클’이라는 주제로서 또 하나의 문화적 가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만든 인테리어 장식품. 그는 누군가의 주문제작을 받는 것이 아닌 목수로서의 기술을 살려 자기의 창작품을 만들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목수 중에서 인간문화재를 배출시키는 것이다. “한옥장인들은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국가에서 인간문화재로 지정되잖아요. 우리 목수들도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의 목공기술 대부분이 일제 강점기에 넘어왔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한국 목공기술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얼마 전 일본으로 출장 다녀오며 느낀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목공기술은 일본과 근본적으로 다른 우리만의 기술이라는 사실이에요. 순수한 코리안 카펜터.”

그는 목수라는 직업 안에서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들을 개척해나가고 있었다. 그는 청년들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어쩌면 해야만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자신의 가능성을 설계해보라고 말했다. “저도 제 일에 대한 자세가 처음부터 지금 같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일에 흥미를 갖고 노력하다 보면 그 일이 자신의 일이 되고 앞으로 어떤 가치 있는 일들을 이뤄낼 수 있을지가 보이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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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 사이클= '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Recycle)'을 합친 단어로, 더 의미 있고 멋있게 재활용 하는 것을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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