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곤 기자 (hlnsg77@skkuw.com)

 
오래전 인류에게 힘도 기술도 없던 시절, 필요한 도구를 만들 때 가장 만만한 것이 나무였다. 나무를 깎아 그릇과 수저부터 의자와 책상을 만들었고, 집을 지었다. 나무를 대체할만한 재료도, 또 그것을 가공할만한 기술도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합금이나 플라스틱 같은 새로운 재료들이 발견되었고, 이를 가공할 수 있는 기술도 등장했다. 그 재료들은 목재보다 내구성이 높고 대량으로 제품을 생산하기에도 적합해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주변 곳곳에서는 여전히 목재가 사용된다. 이에 대해 ‘카펜터 그룹’의 김동혁 목수는 목재 자체가 연출하는 따뜻한 느낌이 사람들로 하여금 꾸준히 목제 제품을 찾게 만든다고 말한다. 사람이 각자 서로 다른 인격을 가진 것처럼 목재도 자기만의 고유한 색과 무늬를 지니고 있다. 가문비나무가 흰색과 연한 무늬를 갖고 있다면 호두나무는 진한 갈색과 짙은 무늬를 지녔다. 다른 재료의 공산품에서 느낄 수 없는 목재 특유의 감성은 목재가 그들과 다른 독특한 가치를 지니게 만든다.

원하는 물건을 자신이 직접 만드는 ‘DIY(Do It Yourself)’ 열풍은 목공의 가치를 더욱 부각했다. 그동안 소비자 개인의 취향이 담긴 물건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인트로엠 나무공방’의 박진용 공방장은 개인의 취향이 담긴 물건을 만드는 데에 있어 목재가 가장 적합한 재료라고 설명한다. 합금이나 플라스틱이 공장에서 획일적으로 대량생산 되는 것에 반해 목재는 보다 일반적인 장비와 공구로 가공할 수 있고, 제작자의 개성도 쉽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방에서 수업을 듣는 한 수강생은 “나무의 재질과 색, 무늬를 직접 고를 수 있고 내 생각대로 만들 수 있다”라며 “단순히 필요한 물건을 사서 쓰는 것보다 나의 개성이 담긴 물건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좋아 목공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목공은 재료 선택부터 제작까지 개인의 감성과 취향을 드러낼 수 있어 창작의 가능성이 짙게 배어있는 분야다.

이러한 맥락에서 목공을 업으로 하는 목수라는 직업에 예술적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도 있다. 2015년에 열린 ‘목수와 화가’ 전시회에서 목수의 가구와 화가의 그림은 같은 공간에 어우러져 전시되었다. 전시에 참여한 이정섭 목수는 김태호 화가와 함께 예술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감성을 목가구로 표현했다. 그는 목수를 ‘디자인하는 사람과 가공하는 사람이 분리되기 이전에 전반적인 것을 아우르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목수는 나무라는 재료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무를 이용한 디자인에도 가장 능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는 31일까지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우리가 몰랐던 가구 ; 展’에서는 32인의 목공장인들이 목가구에 각자의 독창성을 여실히 담아내어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가구 판매를 위한 가구 페어와 달리 이번 전시회는 목가구를 디자인하고 제작한 사람의 의도와 목재 자체의 질감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한편, 젊은 목수들이 모여 만든 ‘카펜터 그룹’은 목공 작업을 일종의 퍼포먼스로 만들어 그 안에 예술적 의미를 담아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