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형정 기자 (hj01465@skkuw.com)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qwertys@

시대별로 다르게 묘사된 청년들

우리나라 젊은 세대는 시대별로 다양하게 명명되어 왔다. IMF 경제 위기가 오기 전, 1990년대 초의 청년들은 광고 전문가와 문화 비평가들에 의해 ‘X세대’로 불렸다. 풍요로운 경제를 경험한 그들은 개성 있고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세대라고 여겨졌다. X세대를 지나 2007년에 떠오른 새로운 화두는 바로 ‘88만 원 세대’였다. 이는 당시 20대가 월 88만 원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의미로, 사회적으로 감춰져 있던 문제점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파급력이 있는 표현이었다. 이어 4년 뒤 <경향신문>은 청년들을 ‘삼포세대’라고 묘사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청년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의 담론 외에도 미디어를 중심으로 청년들은 이름 붙여져 왔다. 이처럼 청년세대의 특성을 반영하여 명명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학교 김봉석 사회학과 초빙교수는 “기성세대의 기준으로 봤을 때, 젊은 세대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발생한다”라며 “그럴 경우, 젊은이들의 행태를 바탕으로 특성을 뽑아내서 범주화시키려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양면성을 가진 청년세대론

김 교수는 청년세대를 명명하는 것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 “88만 원 세대라는 담론은 그 당시 사회적으로 문제라고 인식되지 않았던 청년들이 겪는 노동 불안정 문제를 이슈화시켰다”며 “청년세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사회적으로 청년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라고 전했다. 그 이후 사회경제학적 시선에서 다룬 삼포세대부터 ‘N포세대’ 담론의 등장은 청년을 위한 복지정책을 확대하는 데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청년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 현실을 왜곡할 위험도 있다. 가령, 2년 전 <TV조선>에서는 20, 30대를 ‘달관세대’라고 소개했다. 취업의 어려움과 폭등하는 집값 등 힘든 상황 때문에 욕심을 버리고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삶을 사는 젊은 세대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청년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욕심을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있는데, 이것을 나름대로 만족하며 달관하고 있다고 바라보면 오히려 그들이 겪는 실상을 가려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결코 하나로 묶을 수 없는 청년들

청년세대 담론은 하나의 이름으로 청년을 일반화해 이해한다는 점에서도 한계가 있다. 청년세대 내에서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의 이질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가지고 태어난 부유함의 정도에 따라 그 이후의 삶이 상당 부분 고착화 된다”고 말했다. 동일한 학제를 거치고 동일한 사회적 사건을 경험할지라도 개별적인 여건에 따라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 문화사회학 강의를 맡고 있는 박치현 사회학과 초빙교수는 개인에 따른 경제적 여건 외에도 △대학교 △사는 지역 △최종학력 등에 따라 청년들의 특성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따라서 청년세대에 이름을 붙이는 것에 대해 김 교수는 “청년세대가 처한 상황적 여건과 경험에 대한 최대한의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청년들도 목소리를 높여야

지금까지 청년세대는 미디어를 포함한 기성세대에 의해서 규정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청년들이 자체적으로 담론을 생성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 교수는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규정하는 것이 청년세대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청년들이 자체적으로 담론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자체생산이 힘든 이유에 대해서는 “청년들의 응집력이 약함과 동시에 사회경제적 풍요를 누리기 힘들기 때문에 여유가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