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4차산업혁명의 열풍이 거세다. 수천 개 이상의 센서가 교신하는 자율주행자동차가 거리를 질주하고,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를 인공지능 알파고가 어린아이 다루듯 한다. 스마트팩토리가 만든 물건을 드론이 배달하는 모습과 빅데이터 분석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일도 이미 일반화되었다. 그러나 대학은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환경과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4차산업혁명을 계기로 논문 개수나 연구비 규모, 언론의 평가 등 구태의연한 가치 척도를 넘어 대학의 근본부터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지금까지 대학은 사회가 요구하는 전문 인력의 산실인 동시에, 지속적인 사회 발전을 위한 기술과 인문학의 기반 이론을 제공하는 역할로 미래를 선도해왔다. 때론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기도 하고 대학 본질을 훼손하는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했지만, 오늘의 대학은 미래를 준비하는 주체였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과 함께 변하지 않으면 대학의 존재 가치마저 상실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대학 구성원 모두가 겸허히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대학은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을 막론하고 R&D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단순한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산업 기반의 원천기술 개발, 기업이 하지 않는 장기 연구, 불확실성이 큰 투자 기피성 연구 등에 주력하고, 산업에 밀착된 응용 개발은 산업체에 돌려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정보통신 관련 연구가 인공지능을 활용한 서비스 개발이나 빅데이터가 분석하는 결과에만 매달려 있으면, 자율자동차, 빅데이터, 인공지능 자체의 개발은 요원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에 있는 떡이라도 마구 먹지 않아서 ‘선비는 고고한 존재로서의 가치’를 유지해 왔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대학은 젊은이들에게 변화하는 산업과 직업의 미래를 예견하고 정확한 방향과 미래를 제시해야 한다. 유엔 보고서는 기자, 운전기사, 의사, 변호사 등의 선호 직업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직업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인공지능 ‘왓슨’이 환자를 진단하고, 공장과 집이 똑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주목되는 사회복지사, 환경전문가, 예술인, 공간 설계자 등도 제시하고 있다. 대학도 현재보다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로 육성해야 한다. 교수가 배웠던 지식, 해왔던 연구 방식을 가르치는 것으로는 비전 제시가 불가능하다. ‘청년들이 말하는 청년의 모습’이 주장하는 현실과 대학이 제시하는 미래의 비전을 융합해 내일의 주인공을 육성할 책임이 대학에 있다.

대학은 새로운 사회 질서와 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가치관, 생각, 수행방식, 평가 기준이 변화하는 격동기에 전문가로서 해야 할 책무다.  소비도 생산만큼 중요하고, 쉽게 달성되는 일도 어렵게 성취하는 것만큼 의미 있다는 사고의 전환을 통해 노는 방법, 여가를 즐기는 방법을 가르침으로서 여가 산업의 단초를 제공해야 한다. 공부의 방법도 집단 강의 중심에서 탈피해 개인 코칭으로 변화함은 말할 나위 없다.

4차산업혁명은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에게 기회인 동시에 도전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를 밟고 지나갈 적이기도 하다. 시대의 변화를 적으로 만들 것인지 기회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대학 스스로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