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혼술, 혼밥, 혼영…. 1인 가구가 급증했다더니 ‘혼자’하는 문화생활이 오늘날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재미난 것은 혼자 하는 것이 트렌드인 동시에, 사람들이 많이 두려워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혼자 놀기, 어디까지 해봤니?’와 같은 포스팅만 보더라도 이 양가적인 성을 알 수 있다. ‘레벨 1, 혼자 쇼핑하기. 레벨 2, 혼자 영화 보기. 레벨 3, 혼자 노래방 가기. 레벨 4, 혼자 1박 이상 여행가기. 레벨 5, 혼자 콘서트 / 페스티벌 가기. 레벨 6, 혼자 샐러드바 가기. 레벨 7, 혼자 놀이동산 가기’로 혼플 고수가 되기 위한 단계도 나누어져 있다. 이 레벨 표에 따르면, 나는 혼자 놀기 레벨 6은 되는 것 같다. 친구들에게 이에 관해서 말하면 다소 의외라는 반응들이다. 나는 친구들과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인사가 “우리 그래서 언제 또 놀지?”이고, SNS에서 핫하다는 맛집에 친구들을 태그하며 “조만간 꼭 가자!”고 부추기기 때문이다. 정말 말하는 것만 보면 사람들과 어울려서 노는 것이 세상 제일 행복한 사람인 것 같지만, 사실 현실은 매우 다르다. 나는 집순이는 아니다. 집에 있는 것보다 밖에 나오는 것을 더 좋아한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혼자 야외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정도가 될 것 같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혼놀’이 얼마나 즐겁고 건전한 취미 생활인지 어필해보고자 한다.

사실 나에게는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다. 신입생 때는 바쁠수록 남는 것이 많을 것이라는 믿음 하에 정말 다양한 교내 활동을 했다. 물론 교내 활동을 통해서 소중한 친구들을 얻었기에 활동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정작 나에게는 스무 살의 패기와 열정으로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고찰과 혹은 도전 의식을 다질만한 시간은 없었다. 심지어 방학에는 드림 클래스까지 했기에 신입생 시절을 생각하면 왁자지껄하고 정신없었다는 기억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 쉬는 것도 쉬어본 사람만 하는 것이라더니, 이학년 때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시간이 남는 것이 마치 인생의 낭비라는 생각에 또다시 교내 단체에 들어갔고, 단체 활동과 새로 시작한 전공 공부에 허덕이면서 스스로를 조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대학 동기의 제안으로 둘이서 유럽 여행을 한 달간 다녀온 것이 굉장한 터닝 포인트였다. 서두를 것이 하나도 없었다. 사람들과 왁자지껄하게 있어야 할 필요가 없었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내가 이런 말을 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에 관하여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잔디밭에서 혼자 두시간 동안 낮잠을 자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었고, 잔디밭 근처의 노점상에서 체리나 복숭아를 한 봉지 사서 먹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듣고 싶은 노래를 듣고, 보고 싶은 경치를 보고,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면서 하루를 온전히 나를 위해서 보내는 것은 정말 굉장한 일이었다. 그 이후로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팀플이나 과제를 하기 위해서 만날 때는 와이파이가 잘 터지고 왁자지껄한 카페에 가지만, 절대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가지 않고 혼자서 책을 읽기 위해 가는 카페들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과 약속을 잡기 애매한 시간에, 혼자 무언가를 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하지 않는다. 그 시간이야말로 잠시 쉬면서 오로지 내게 집중하고, 오늘 하루를 다시 잘 견뎌낼 수 있는 충전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내 상황에 맞는 소비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지갑이 가벼울 때는 밥을 굶고 아이쇼핑을 하면서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등…. (아이쇼핑은 지갑이 가벼울 때 해야 충동구매를 막을 수 있다) 건전한 소비를 할 수 있다. 혼자 노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혼자만의 힐링 타임을 즐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혼플, 이제는 새로운 문화이다. 많은 혼플족들 파이팅! 

변예슬 (영문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