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주성 편집장 (qrweuiop@skkuw.com)

문득 처음 신문사에 발걸음을 내딛던 날을 떠올려본다. 기획을 준비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조금은 대단해 보이던 때였다. 학교 곳곳에 놓일 신문 한구석에 이름을 걸고 무엇인가를 써낸다는 일이 부담스러우면서도 조금은 뿌듯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내가 쓴 좋은 기사를 통해 학우들에게 사실을 전달하고, 문제점을 개선해내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수습 기간을 마치고 기사를 맡아 작성하는 나날들이 이어지면서 부끄럽게도 저런 생각은 바쁨 속에 묻혀버리게 됐다. 원고지 8매 분량의 기사 하나를 작성하는데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전에는 몰랐다. 편집회의를 마치고 나면 취재를 언제 하고, 기사는 언제쯤 완성할 수 있을지를 걱정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방학 때면 모여서 기획을 준비하고 여러 가지 교육을 진행하는데, 이 때문에 여행이나 아르바이트 등은 애매한 시간으로 포기해야 했다. 확실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누구나 희생을 감수할 수 있겠지만, 신문사에 투입된 기자의 많은 시간이 만들어 낸 신문은 대개 외면당한다. 무엇을 위한 노력인지 허탈할 때도 있다. 학우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는 대부분의 학보사가 여태껏 풀지 못한 숙제다.
숙제의 답을 끝내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그런데도 신문사에 남아서 편집장까지 맡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필자도 명확히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권력욕’이라고 하기에는 학내 언론이 주류 언론만큼이나 영향력이 크지 못한 시대고, 물리적 지원은 신문사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에 비하면 그리 크다고 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그나마 가장 그럴듯한 이유를 꼽자면 ‘성취욕’이었던 것 같다. 숙제의 답을 찾아내겠노라고, 아무도 하지 못한 그것을 반드시 이뤄내겠노라고. 그런 생각으로 편집장이 된 것이 아니었나 싶다.

필자의 이름이 담긴 신문을 발간하는 것도 이번 호가 마지막이다. 사실 이미 내부적으로는 편집장의 역할이 거의 넘어간 상태이니 필자는 지금은 이름만 편집장일 뿐이다. 그런데도 옛정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신문을 집어 들게 된다. 그런데 편집장이라는 짐을 내려놓고 신문을 살펴보니 이상하게도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꽤 많다. 빽빽한 글에서부터 거부감이 느껴지거나, 당장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롭지도 않은 것 같다. 기자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신문을 만들고 평가해왔는데, 그 때는 미처 보이지 않던 것들이다. 갑자기 나 자신이 조금은 우습게 느껴졌다. 이렇게나 쉽게 찾아낼 수 있는 답을 찾지 못했구나 하는 자책이다.

이번 학기부터 본지에서는 기존에 진행하던 ‘독자와의 만남’을 ‘6:1 비대칭’이라는 코너로 개편했다. 조금 더 독자들이 우리 신문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직접 듣기 위해서였다. 비대칭을 통해 들어본 독자들의 평가는 신문사 내부적으로 하는 평가와는 아주 달랐다. 처음에는 ‘내부 사정을 모르니 저렇게 얘기하는 것’이라며 이른바 정신승리를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독자의 시각에서 보니, <성대신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렴풋하게나마 보이는 것 같다.

이제 편집장이라는 무거운 자리를 내려놓고 독자로 돌아갈 시간이다. 독자의 자리에서 앞으로도 <성대신문>이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께도 앞으로도 많은 관심 가져주십사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