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수(철학 11) 학우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2년 전쯤의 일이다. 꿈을 꿨다. 이제 와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느낌만큼은 강렬했는지 깨자마자 비몽사몽의 정신을 이끌고 가장 가까운 노트에 단말마 같은 단어를 몇 자 적었다. 아프리카, 가뭄… 뜬금없는 말들이었다. 이후, 낱말 몇 개를 남기고 휘발된 꿈의 포장지를 적당히 접어 가슴 한구석에 처박아 두었다. 그 사이 낱말은 제멋대로 자라나 문장이 되었고 한 문단 정도의 분량으로 머릿속에 단단하게 자리 잡았다. 마침 나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하마라는 생물에 관심이 많던 시절이었고 ‘동물의 왕국’ 따위를 찾아보며 ‘하마란 정말 무시무시한 생물이군’, ‘하마 녀석 무시무시하기가 이를 데 없군’, ‘그거참 무시무시한 하마로군’ 등의 감상에 젖곤 했다. 끈적끈적한 강물에 수십 마리씩 엉겨 붙어 있는 하마 무리가 나는 무서웠고, 이 막연한 두려움이 언젠가 꾸었던 꿈의 정서와 흡사하게 여겨졌고, 때맞추어 처박아둔 낱말을 뒤져 보니 어느새 한 문단 분량의 문장이 되어 있었고, 이거 곰팡이가 따로 없군, 감탄하면서

『하마』를 썼다.

작년 10월께 초고를 완성했고 지난봄 서너 번 퇴고해 성대문학상에 출품했다. 나라는 인간이 노상 그러했듯 쓰는 내내 많은 책의 신세를 졌는데 배은망덕하게도 대부분은 기억이 나질 않고 한 권 정도가 간신히 떠오른다. 존 리더라는 사람이 쓴 『아프리카 대륙의 연대기』(남경태 역, 김광수 감수, 휴머니스트, 2013)라는 책이다. 아프리카에 대한 지질학적, 고고학적, 역사학적 정보가 과다 함유되어 나 같은 얼치기 독자에겐 과분한 책이었다. 케냐의 대문호 응구기 와 티옹오의 작품도 몇 장 읽었는데 도움이 되었는지 도움이 되지 않았는지 묻는다면 알 수 없다는 생각이므로 이름만 언급해두기로 한다.

무엇보다 『하마』를 읽어 주신, 읽으신, 읽게 되실 모든 분께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글을 쓴 사람에게 글이 읽히는 것만큼 복된 일은 없다. 이는 전적으로 성대신문 덕이므로 성대신문 관계자분들께도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박강수(철학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