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일반대학원 아동청소년학과 아동문학&미디어교육 석사과정ㆍ1기) 원우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바닷바람이 가파른 경사를 기어오른다
빨래를 널다 말고 내려다보면
아랫집 슬레이트 지붕의 휑한 정수리가
그대로 들여다보이는 감천동
한쪽이 부서진 빨래집게는
올이 풀리고 색 바랜 언니의 하루를
꽉 잡고 놓지 않는다 

감천 앞바다가
거둬들이지 못한 빨랫감처럼 흔들린다
난간에 올려둔 물탱크는
밤사이 집집마다 흘러든 울음소리로
또 하루, 동네의 목마름을 먹이고
온종일 볕에 내어 말려도
소금기 비릿하게 배어드는 옷가지
갈매기들이 멀리서 집게 같은 부리를 벌려
바다의 옷감을 틀어놓는다
 
비탈면마다 내걸은 빨래
해진 올 사이로 들여다보이는 것은
힘겹게 언덕을 올라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마음 깊은 수심이거나
제때 여미지 못한 그리움이었다
 
부리 끝이 부서진 바닷새처럼
좁은 걸음을 옮기며 빨래를 너는 언니 옆으로
화분 속 대파는 알이 굵어진다
눈 매운 날들을 흙 속에 묻고 단단해질 언니
둥근 뿌리는 점점 굵어지고 있을 것이다

김민정(일반대학원 아동청소년학과 아동문학&미디어교육 석사과정ㆍ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