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길(국문 10) 학우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나의 시에 나의 단어가 없다는 것
어느 복도 한 끝에도 자기 방이 없다는 것
나를 나라고 쓰지 못하는 모든 시들이
언젠가 자신에 의해 무너져 내리듯이
당신의 언어가 가본 적 없는 섬에서 흰 쌀밥을 짓듯이
복도의 닫힌 문들 사이에서 찾아낸 길이 나를 설명한다
혹은 내가 지나온 복도는 모든 닫힌 문들 사이에서 내가 걸어온 시간
항간에 떠도는 향으로 잠깐 바람개비가 돌아가듯
하나의 문을 여닫는 바람에 세상이 고요해진다
내가 끝내 나를 말해도 바람은 채워질 리 없고
친구가 연인이 동지가 죽음이 나를 만들어온 것을 알지만 그래서 때가 되면 떠날 것을 알지만
복도는 언제나 방이 아니었고
방이 없는 집에 복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금요일 복도 어느 한 끝에서 돌아오고 있는 매일
언젠가 그 복도가 나의 시였다고 누구에게 말할 수 있다는
작은 상상 낮은 마음 굳게 맺힌 얼굴과 이름 들
나의 단어가 없는 저수지 풍등 올린 복도에서
슬픔도 그리움도 없는 시간 이끼와 녹
흐르지 않아도 썩을 리 없는

김영길(국문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