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집단탐구생활 - 수선관 고양이 회장 정현화(신방 13) 학우, 회원 Kaelin Lopriore(연기예술 16) 학우

기자명 곽윤선 기자 (dbstjs1106@skkuw.com)

“단순히 고양이를 좋아해서 만들게 된 동아리는 아니에요.” 동물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기꺼이 우리 학교 안과 밖을 넘나드는 길고양이들의 집사가 되기로 한 ‘수선관 고양이’의 정현화(신방 13) 회장과 Kaelin Lopriore(연기예술 16) 학우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Kaelin 학우(왼쪽)와 정 회장.

수선관 고양이는 3월에 첫 동아리 신입생을 모집한 신생 동아리지만, 창립한 지 3개월 만에 400명가량의 SNS 팔로워가 생길 정도로 학우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SNS 페이지에 업로드되는 수많은 고양이의 사진들을 본 사람들은 수선관 고양이를 고양이 보호 동아리로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생각과는 달리, 수선관 고양이는 단지 고양이만을 위해 만든 동아리가 아니다. 정 회장은 “교내에는 동물의 권리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임이 없기도 하고,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에게 조직적인 의견을 전달하고 싶어서 동아리를 만들게 됐다”며 “고양이들을 위한 활동을 주로 하고 있지만 동물의 권리에 대한 공부와 논의를 병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지난 3개월 동안 수선관 고양이는 매주 화요일에 모여 △동물의 권리와 관련해 토론하는 자리를 가지고 △학교 근처 고양이들의 안전한 환경을 위한 활동과 함께 △대동제 축제 부스를 열기도 했다. 정 회장은 “동물도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이다”라며 “하지만 도시 환경이나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동물이 배려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방면의 공부와 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수선관 고양이는 학교 주변의 길고양이들을 위한 활동도 병행한다. 3월에는 고양이들의 건강을 위한 먹이를 준비했고, 지난달에는 법학관과 600주년기념관 근처 두 곳에 임신한 고양이들을 위한 임시 거처도 마련했다. 현재 이들이 가진 단기적인 목표는 교내에 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는 것이다. 정 회장은 “개체 간의 경쟁이나 학대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고양이가 많아 이들이 위협받지 않고 먹이를 먹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향후 설치를 위해 학우들의 인식조사와 함께 급식소 설치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서명을 받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환경 조성에 필요한 자금은 외부의 후원과 회원들의 모금으로 마련된다. 지난 대동제 때는 활동에 필요한 자금 확보와 동아리 홍보를 위해 축제 부스를 열어 회원들이 만든 수제 간식과 캐릭터 배지를 판매하기도 했다.

그간 교내에서 동물에 대한 권리를 위주로 이야기하는 동아리가 없었던 만큼, 수선관 고양이는 새로운 주제에 대한 개척자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동아리를 만들면서 ‘왜 굳이 동물의 권리를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듣는 등 동물의 권리가 사람들이 생소하게 여기는 주제라고 느꼈다. 특히 동물에 배타적인 일부 사람들의 태도는 회원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실제로 고양이의 물그릇에 담배꽁초를 넣거나 물그릇을 발로 차는 행위가 있다고 정 회장은 설명했다. Kaelin 학우는 “고향인 미국에서는 교육 과정이나 사람들의 인식이 동물의 권리 확보에 열려있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아 놀랐다”며 “한국에서는 동물 착취에 대한 반대의 의미로 한 개인이 채식을 하거나 채식주의의 단계를 밟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수선관 고양이는 향후 건학기념제나 세미나를 통해 동물의 권리에 관련한 학우들의 인식 개선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동물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굳이 이들을 화풀이의 대상으로 삼거나 괴롭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