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아영 기자 (kay8949@skkuw.com)

 
김진영 인천공항지상조업 근로자

피곤한 근로자 대용량 배수시설에 빠지기도
공공의 편의보다는 공공의 안전이 우선돼야

소위 ‘2박 3일’ 근무를 하고 있어요. 오전 7시에 출근해 매일 7시간 정도 연장근무를 하는데 비행기 지연으로 인한 잔업까지 마치면 오후 11시에야 집에 갈 수 있죠. 그 시간에 집에 다녀오려면 교통비 부담도 크고 수면시간도 너무 부족해서 회사 수면실에서 잠을 자고 다음 날 계속 일을 합니다. 하지만 소음도 심하고 불편해 자다 깨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피로가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일하고 있어요. 제대로 쉬지 못하기 때문에 터그카(공항 내 화물 컨테이너 운송 차량) 간의 추돌사고가 매우 빈번하고 공항의 대용량 배수시설에 근로자가 빠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저와 제 동료들은 항상 사고 위험을 안은 채 일하고 있어요.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하는 사람들의 가방 무게가 보통 20kg이 넘어요. 이런 가방을 하루에 천 개 이상 옮겨야 하기 때문에 손목 통증과 어깨관절염에 수시로 노출되죠. 비행기 내부에서 수그려 일하다 보니 디스크에 걸릴 확률도 굉장히 높아요. 휴무일에도 피곤해서 잠만 자다 보니 가족들과의 사이도 점점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근로기준법 제59조가 폐지되지 않으면 현재 공항 지상조업 근로자의 한 달 평균 80~100시간 연장근로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입니다. 공공의 편의도 좋지만 공공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과로로 집중력이 떨어진 근로자의 사소한 실수가 크나큰 인명 피해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윤현정 신경외과 병동 간호사

식사를 ‘마신다’고 할 정도로 바빠
인력충원·야간 전담 간호사 도입 필요해

대학 병동은 한 명의 간호사가 여러 개의 병실을 보는 체계에요. 간호사가 맡는 환자의 수가 기본적으로 많죠. 환자의 상태가 유동적이기 때문에 보통 한두 시간 혹은 그 이상의 초과근무는 기본이에요. 적어도 한 달에 40시간은 연장 근로를 하고 있죠. 연장 수당이 있지만 상급자를 통해 신청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신청을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요. 거의 인정을 못 받고 있다고 보면 돼요. 그리고 식사시간도 근무시간에 포함되기 때문에 식사를 ‘마신다’고 말할 정도로 빠르게 먹어야 하고 따로 휴식시간도 없어요. 오후 9시 넘어서 출근해서 오전 7시까지 근로하는 나이트근무를 한 다음 날이면 극도로 피곤하고 지치죠. 그래서 휴일은 거의 잠으로 때우곤 해요. 3교대 근무를 하다 보면 근무 스케줄이 매일 달라지기 때문에 수면 패턴이 자주 흔들려요. 실제로 많은 간호사가 불면증을 겪고 있어요. 서서 오래 일하기 때문에 하지정맥류도 간호사들에게는 흔한 병이에요. ‘임신순번제’도 실제로 있습니다. 임신하게 되면 나이트 근무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다른 간호사들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에요. 현재 우리나라 간호사들의 이직률이 높고 인력 문제도 심각한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야간 전담 간호사를 따로 고용하는 것과 같은 근무제도의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상길 영화 촬영 스태프

과속과 졸음운전은 다반사
장시간 근로 당연하다 생각 말아야

촬영하는 날 근로하는 스태프들은 대개 한 달에 280시간 정도 근로하고 있어요. 미술이나 연출 파트 스태프와 같이 미리 세트 준비를 해야 하는 분들의 경우 한 달에 적어도 340시간, 많게는 400시간까지도 일하고 있죠. 이 정도가 많이 개선됐다고 말하는 상황이에요. 장시간 근로가 일상인만큼 과속·졸음운전도 다반사에요. 졸리다 보니 최대한 빨리 가려고 소위 죽음의 레이스를 하게 되죠. 저도 카메라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데 졸다가 놓친 적이 많아요. 한편 장시간 근로는 정신적으로도 근로자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있어요. 긴 시간 동안 노출되다 보면 쉽게 무감각해지고 예민해지거든요. 서로 날카로워져 있기 때문에 폭언이 오가기도 하고 불합리한 상황이 일어나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다들 방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처럼 장시간 근로로 인해 최근의 영화 현장을 보면 스태프의 연령대가 굉장히 젊어졌어요. 감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20대와 30대 초반이고 30대 후반이나 40대는 보기 드물죠. 우리나라 영화 현장에서 젊은 친구들이 회복 없이 소모되다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에요. 영화산업은 특성상 장시간 근로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똑같은 사람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주시면 좋겠어요. 이를 위해서는 근로시간 특례제도 폐지가 우선돼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