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즈는 플러스, 자존감은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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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지호 차장
  • 승인 2017.08.28 20:46
  • 호수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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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플러스사이즈모델 이은비 씨

모델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모델이라고 해서 44사이즈의 마른 몸매를 생각했다면 그건 오산이다. 77사이즈를 입는 플러스사이즈모델 이은비 씨를 만났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받아들여
“플러스사이즈 대표해  아름다움 알리고 싶다”

이은비 씨는 민낯에 가까운 얼굴에 민소매의 화려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는 “평소에는 진한 화장을 하지 않아요. 화장 안 해도 예쁜데 굳이 할 필요가 있나요?”라며 보통 뚱뚱한 사람들은 몸매를 가리기 위해 큰 옷을 입지만 자신은 노출이 있는 옷도 가리지 않고 즐겨 입는다고 말했다. 

이 씨의 첫인상은 자신감 넘치는 당당한 여성이었지만 그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는 “예전에는 내 모습에 당당하지 못했고 소심한 성격 탓에 친구도 많지 않았다”며 모델 이전의 삶을 ‘암흑’과도 같았다고 표현했다. 살집 있는 몸을 가진 그는 옷이 터질 것 같다며 놀리거나 뚱뚱하다고 무시하고 깔보는 사람들로 항상 주눅이 들어 있었다. 또 갑자기 손을 떨고 말이 잘 나오지 않아 병원을 가봤지만, 의사마다 원인을 알 수 없어 치료가 어렵다는 말뿐이었다. 지금은 증상이 많이 완화됐지만, 당시 이 씨는 이상하게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여 ‘난 왜 이럴까?’ 자책하며 매일 울기만 했다.

꿈도 하고 싶은 일도 없던 이 씨는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무기력한 20대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렇게 20대를 흘려보내는 것은 너무나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내 모습을 사진으로라도 남기자는 생각에 스튜디오를 찾은 그는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내내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즐거움을 느꼈다. 그것이 그가 모델에 도전한 계기가 되었다.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이 생기자 그는 그동안의 부정적인 마음가짐부터 고쳐먹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즐기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길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살집 있는 몸매의 이 씨는 모델 오디션에 지원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오디션에서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나이, 키, 몸무게의 조건이 그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플러스사이즈모델 오디션이었다. 이 씨는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지만 모델로서 그의 데뷔는 3년 전 플러스사이즈 의류를 취급하는 쇼핑몰 모델 오디션을 통해서였다. 그가 지원한 오디션은 대다수의 모델 오디션에서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키 170cm 이상, 몸무게 50kg 미만이라는 조건이 없었다. 단지 77사이즈 이상이라는 조건뿐이었다. 서류와 면접을 통과하고 카메라 테스트에서 마음껏 끼를 발휘한 그는 결국 쇼핑몰의 플러스사이즈 모델 1기로 발탁될 수 있었다. 이때부터 그는 모델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플러스사이즈모델로서의 존재를 알렸다. 덕분에 플러스사이즈 2기 모델 오디션의 경쟁률은 대단했다.

간혹 이 씨가 자신을 모델이라고 소개하면 위아래로 훑어보며 ‘네가?’ 하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있다. 그는 사람들이 색안경을 벗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뚱뚱한 사람들이 ‘게으르다’라거나 ‘건강하지 않다’는 건 편견”이라며 그건 개개인의 특성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마음을 여는 것도 중요하지만 뚱뚱한 사람들 스스로 당당해져야 사회의 편견이 사라질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사람들에게 뚱뚱해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는 이 씨는 플러스사이즈를 대표하는 여성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최근에는 다 같은 모델인데 플러스사이즈모델이라 불리는 것은 차별이라며 플러스사이즈라는 명칭을 지양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 씨는 오히려 그것이 일반 모델과 자신을 차별화해주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플러스사이즈모델은 일반 모델보다 볼륨감과 육체미가 돋보이잖아요”라며 해외에서처럼 우리나라에도 플러스사이즈패션쇼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 씨는 하루에 한 번 이상 전신 거울을 보면서 ‘넌 예뻐’, ‘훌륭해’라고 외친다. 그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일 때 나온다고 말한다. 인터뷰가 끝나고 사진 촬영을 부탁하자 이 씨는 사람들이 많은 카페에서도 주변의 시선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껏 포즈를 취해 보였다. 그녀는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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