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몸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 몸이 전부가 아닙니다
  • 한지호 차장
  • 승인 2017.08.28 20:52
  • 호수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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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다양성 보장 움직임 활발
사회에도 변화의 바람 불어

몸 다양성 보장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달 서울 명동역에서 ‘문제는 마네킹이야’ 기자회견이 열렸다. 여성환경연대는 기자회견에서 ‘획일화된 몸매를 칭송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표준체형과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마네킹을 지적하고, 다양한 사이즈가 갖춰지지 않은 의류브랜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6일에는 ‘다다름 네트워크’에서 외모 다양성 영화제 ‘다다름 필름 파티’를 개최하기도 했다. 영화제는 외모와 사이즈에 대한 고민, 섭식장애, 비만 등 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상영과 함께 참가자들이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플러스 사이즈모델 애슐리 그레이엄(Ashley Graham)

이러한 몸에 대한 담론 형성은 ‘자기 몸 긍정주의’의 대두로 촉발됐다. 자기 몸 긍정주의란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 맞추지 않고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을 일컫는다. 자기 몸 긍정주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받으며 퍼져나갔다. 자신의 몸을 긍정하는 일은 몸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몸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인종, 나이, 몸매, 사이즈, 신체 능력 등 다양한 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기 몸 긍정주의 운동이 확산한 배경에는 몸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가 있다. 젊고 날씬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고, 나이 들고 뚱뚱한 것은 아름답지 못한 것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는 몸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세태가 반영돼있다. 이렇게 미의 기준이 획일화된 데에는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오해영(서현진 분)과 박도경(에릭 분)은 ‘그쪽이 늙어 할아버지가 되어 아무도 박도경의 매력에 빠지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어’, ‘너는 확 뚱뚱해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대사를 주고받는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로맨틱한 장면이지만 이 장면에서도 ‘늙으면 매력이 없어질 것’, ‘뚱뚱한 사람은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드러나 있는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미디어의 몸 다양성 확보를 위한 실태조사 결과발표회’에서 드라마 속 출연자의 외형 분석을 통해 뚱뚱한 배우에 대한 묘사가 뚱뚱한 사람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낳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편견은 △인물의 사회·경제적 지위 △배역 묘사방식 △외모 관련 대사와 장면을 통해 두드러지며, 뚱뚱한 사람을 대상으로 ‘많이 먹는다’, ‘세련되지 못하다’, ‘똑똑하지 않다’, ‘게으르고 자제심이 약하다’는 고정관념을 확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간혹 편견에서 벗어난 인물도 찾아볼 수 있지만 정슬아 미디어운동본부 활동가는 여전히 그러한 인물들이 부족한 현실을 지적하며 몸 다양성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더 다양한 몸을 가진 사람들이 비하와 조롱 없이 등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반증 모델 위니 할로우(Winnie Harlow)

자기 몸 긍정주의 운동은 사회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패션업계는 다양한 모습을 한 모델들이 등장했다. 플러스사이즈를 입는 애슐리 그레이엄(Ashley Graham), 사시인 눈을 가진 모피(Moffy), 백반증이 있는 위니 할로우(Winnie Harlow), 희귀한 유전질환 때문에 치아와 머리카락이 없는 멜라니 게이도스(Melanie Gaydos)가 모델로서 그 존재감을 알리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플러스사이즈 모델로 김지양, 이은비 씨가 활동하고 있다. 박세진 패션칼럼니스트는 “패션계에 체형, 인종 등 다양성을 고려한 컬렉션이나 캠페인의 시도가 일고 있다”며 패션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그런 모습에 익숙해지면 몸 다양성에 대한 사고의 전환도 이뤄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프랑스는 몸 다양성 보장을 위한 법안의 시행과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5월부터 시행된 ‘마른 모델 퇴출법’은 지나치게 마른 몸을 가진 모델이 런웨이에 서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편향된 아름다움의 기준을 바로잡고, 다이어트에 대한 지나친 강박이나 섭식장애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됐다. 올해 10월 시행예정인 ‘포토샵 고지법’은 잡지 등에 실리는 사진 속 모델의 모습을 보정했다면 반드시 ‘수정된 사진’(photograph retouched)이라는 문구의 명시를 의무화한다. 국내도 프랑스와 비슷한 법안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 활동가는 국내에서는 보정 사진에 보정됐다는 표기가 잘 되고 있지 않다며 “사진 보정으로 인해 다양한 스펙트럼의 몸이 드러나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박 칼럼니스트는 “사회적으로 획일화된 미에 따르는 것은 광고나 패션이 만들어낸 이미지에 경도된 결과”이기 때문에 자기 몸 긍정주의가 우리 사회에 온전히 정착하기 위해서는 일단 규제 등의 도입으로 미의 기준을 정상화하려는 사회적 노력과 함께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본인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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