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촌사람들 - 자과캠 ‘우리집’ 박심자 사장

기자명 김해빈 기자 (dpsdps@skkuw.com)

‘어머니의 손맛이 그대로….’ 가게 이름과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지는 문구를 담은 식당을 방문했다. 자과캠 쪽문을 지나 밤밭-문화의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식당 ‘우리집’이다. 그곳에서 직원보다 더 분주하게 일하고 있는 박심자(58) 씨를 만났다.

남에게 받는 것보다 주는 행복이 더 커 
“우리 애들 먹일 건데 다른 사람한테 못 맡겨요”

 

자과캠 쪽문 밖 수많은 체인점을 지나 왼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듣기만 해도 포근한 이름의 ‘우리집’이 있다. 깔끔한 식당 내부에는 손질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파와 무가 곳곳에 자리 하고 있었다. “애들이 예뻐서. 내가 젊어지는 기분이 들거든.” 식당을 개업한 지 올해로 4년 차에 접어든다는 박씨는 ‘우리집’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소개했다. 원래 조리업계에서 일했던 박 씨는 자녀들이 모두 분가하고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적적함을 느껴 다시 식당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우리 애들은 정신없이 키우느라 몰랐는데, 이제 한숨 돌리고 보니까 젊은 애들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더라고.” 학생들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활력이 생긴다는 박 씨는 일반손님들보다 학생들이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며 학생들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그는 ‘우리집’이라는 식당 이름도 직접 지었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장사하는 집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정말 우리 이모, 우리 엄마가 있는 곳처럼 생각하며 찾아와주길 바라는 마음을 이름에 담았다. 자취하던 학생 중에는 밥이 떨어지면 식당에 밥통을 들고 찾아와 밥을 얻어가던 학생도 있었다. 남에게 받는 것보다 주는 행복이 더 크다는 박씨는 ‘이모 배고파요. 밥 주세요!’하며 마음껏 얻어먹고 가는 학생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난히 저렴한 가격의 메뉴판 때문에 박 씨는 이렇게 장사하면 안 된다는 소리도 가끔 듣는다. 가격을 올리라는 소리도 많이 듣지만 학생들 코 묻은 돈을 받는 기분이 들어서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단가를 맞추기 위해 값싼 재료로 음식을 만들면 마음이 불편하다는 박 씨는 돈이 더 들고, 몸이 힘들더라도 마음만은 편하게 장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생각 때문에 밑반찬으로 나오는 동치미부터 양념장, 된장찌개까지 모든 요리를 직접 한다. “우리 애들 먹일 건데 다른 사람한테 못 맡기겠더라고. 내가 해야 마음이 편하지.” 그제야 사장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보다 바빠 보이던 박 씨의 모습이 이해가 됐다. 직접 해준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다는 박 씨는 학생들에게 “공부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건강들 챙겨라”라며 매번 ‘밥 많이 먹어라’, ‘술 적당히 마셔라’ 하는 말이 잔소리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걱정돼서 하는 애정어린 이야기라는 걸 알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특히나 시험 기간에는 평소 식사량에 훨씬 못 미치게 먹는 학생들을 보며 ‘학교 다니는 것도 사회생활만큼이나 힘들겠구나’하고 느꼈다고 한다. 마치 자식을 생각하는 엄마의 걱정처럼 들렸다.

인터뷰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려는 기자에게 박 씨는 돈은 됐고 맛있게만 먹으라며 육회비빔밥을 만들어주었다.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을 대접받으며, ‘우리집’이 우리집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