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은진 차장 (qwertys@skkuw.com)

지난 25일 우리 학교 국제관에서 ‘연속기획, 탈근대론 이후2 - 한국의 학술 엘리트 : 성격과 이데올로기’ 학술회의가 열렸다. 우리 학교 동아시아학술원(원장 진재교) 인문한국(HK)연구소 주관하에 우리 학교와 경남대, 서울과기대 등 각 대학에서 모인 교수 11인의 발표와 토론자 5인의 종합 토론으로 진행됐다.

발표는 빨치산과 친일파, ‘뉴 라이트’의 이론과 사상, 박정희 정권기의 지배적 담론, 페미니즘 등 10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우리 학교 동아시아학술원 한기형 교수는 개회사를 맡아 “지난 20여 년간 우리는 ‘탈근대론’의 시대를 살아왔으나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누구도 확실히 알지 못한다”며 “더 늦기 전에 뜻을 모아 탈근대론 이전과 이후를 포괄하는 사유를 시작해야 한다”는 말로 학술회의의 취지를 설명했다.

 

탈근대론은 과학·기술주의,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근대 체계의 모순과 역기능을 인지하고 이를 비판, 보완하려는 데서 등장했다. 첫 발표를 맡은 천정환 교수(이하 천 교수·국문)는 “오늘날 ‘탈’, ‘포스트’, ‘후기’ 등이 포스트모더니즘의 ‘post’의 자리에 쓰이고 있으나 이들은 서로를 대체할 수 없는 각자의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고 설명을 더했다.

천 교수는 ‘탈근대론과 한국 지식문화 : 담론과 전개과정에 대한 평가를 위한 사설’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한국 지식문화사 탈근대론의 30년간의 경과를 요약한 연표를 제시했다. 또한, 이 연속기획의 주제라 할 수 있는 ‘학술엘리트’라는 용어를 ‘실학으로부터 페미니즘에 이르기까지 어떤 주제로 모인 학자들이 모일 수 있는 공동의 장 또는 공통의 집합적 정체성의 소지자들’이라 정의했다.

이어 한국교원대 장신 교수(이하 장 교수)가 ‘민주화, 그리고 사회주의 이후의 한국사’를 주제로 “학문은 어떻게 우리 사회에 개입해 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민주화 이후 문제의식과 주제가 다양화되어 과거에는 다루지 못했던 것들까지 연구의 범위가 넓어졌으나, 여전히 ‘역사 전쟁’은 계속되고 학문의 자율성은 논란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답정너’의 현실을 깨닫고 극복하자”는 말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이 ‘답정너’의 현실이란 학자들이 닥친 문제에 대한 논의를 확장하지 않고 과거의 책에서 이미 정해진 답안을 찾으려고만 하는 현실을 말한다. 장 교수는 학자는 이런 태도를 지양하고 “이미 연구와 진상규명을 거쳐 얻은 ‘정설’과 ‘통설’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해체와 재해석을 거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학술회의 ‘한국의 학술 엘리트 : 성격과 이데올로기’는 ‘연속기획, 탈근대론 이후’의 2차 회의로, 1차 회의 ‘식민성과 중첩된 시간들’은 지난해 8월에 열렸다. 3차 회의 ‘근대의 시간관과 학술사회’는 올해 11월에 열리며 마지막 4차 회의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는 2018년 2월로 예정돼있다.

동아시아학술원 진재교 원장은 “이번 기획이 끝난 뒤에도 탈근대론을 사유하는 근원적인 지적 실험을 계속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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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를 줄인 신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