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고려대 심리학과 김학진 교수

기자명 이가영 기자 (lvlygy@skkuw.com)

뉴로 마케팅은 이미 다가온 미래
소비자는 열린 마음으로,
기업은 넓은 시각으로 바라봐야

ⓒ 김학진 교수 제공


뉴로 마케팅이 실제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나.

세 가지 종류의 금연 광고를 제작해 흡연자들에게 보여주고 가장 설득력 있는 광고를 고르도록 했다. 동시에, 세 개의 광고를 보는 동안 뇌 반응을 측정하고 이를 토대로 금연에 가장 효과적인 광고를 선정했다. 피실험자가 고른 광고와 뇌 반응을 토대로 선정된 광고는 서로 다른 주에 각각 방영됐다. 이후 광고가 나가기 전과 후의 금연 전화 신청자의 수를 비교한 결과, 뇌 반응을 토대로 선정한 광고가 방영된 주의 전화 신청자가 더 많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실험은 소비자의 무의식적 뇌 반응이 광고의 효과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증명했다.
 

뇌 반응 연구를 마케팅에 적용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면.

윤리적인 문제가 제기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부 소비자들은 뉴로 마케팅을 자신에 대한 ‘세뇌’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인간의 무의식을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세뇌라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마케팅의 목적 자체가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다. 뉴로 마케팅은 마케팅의 근본적 목표를 달성함에 있어 마케터의 직관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을 벗어나 과학적인 방법론을 통해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뇌 과학을 통한 연구는 소비자의 특정 반응을 분석해 정교한 설득전략을 수집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들에 의해 소비자들이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이는 엄연히 소비자 권익에 대한 침해이다. 예컨대, 소비자의 뇌를 자극하는 중독성 강한 게임을 개발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 그러나 게임에 심각하게 중독돼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소비자들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목적 자체가 왜곡되는 것은 위험하지만, 소비자를 설득하는 전략을 수집함에 있어 윤리성을 고려한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할 방법은 무엇인가.

뇌 과학적 정보가 이용되는 목적이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상품의 발전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오직 마케팅만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태도가 소비자에게 환영받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상품 개발의 과정에서 소비자의 무의식적인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시도는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이다. 예컨대 소비자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미묘한 만족도 차이를 EEG나 fMRI를 통해 측정하여 최적화된 디자인을 선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소비자와 제작자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대처 방안이 있다면.

뉴로 마케팅이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개인적 차원에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찾아내고 증명하는 것은 소비자보호원와 같은 정부 기관의 몫이다. 소비자의 권익 침해에 대해 철저하게 감시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일은 뇌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할 때 가능하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뉴로 마케팅의 피해에 대응하는 법안이나 정책을 입안함에 있어 뇌 과학자나 심리학자가 참여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다. 하지만 뉴로 마케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을 고려한다면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