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살충제 계란 파동에 이어 유독성 생리대, 그리고 E형 간염 유발 돼지고기 소시지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먹거리와 생필품의 위해성 문제가 드러나면서 ‘케미 포비아’라는 말까지 등장하고 시민들은 뭘 어떻게 먹고 써야하는지 혼란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80년대 우지라면 파동부터 쓰레기 만두, 멜라민 분유, 카드뮴 낙지, 가짜 백수오 사태 등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최근에도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시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 중 일부는 실제 유해성이 입증되었고 그 위험성이 축소 발표된 경우도 있는 반면 그 위험이 과장되어 식품이나 생필품으로서 적합성이 왜곡된 경우도 있었다. 이번 살충제 계란 관련해서도 연일 언론에서 헤드라인으로 보도되고 대형마트에서 전면 판매가 중단되는 동시에 식약청에서는 꾸준히 엄청난 양을 섭취했을 때에만 치명적이라고 발표하면서 혼란을 조장했다.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식품과 생필품의 위해성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오히려 증가하는 양상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미숙하고 언론은 적절한 가이드라인 없이 선정적, 부정적으로 보도하는데 치중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는 다양한 영역에서 확대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을 오래 전부터 예측하고 위험 사회(Risk Society)의 개념을 학문의 영역에 소개한 대표적인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Ulich Beck)는 현대 산업사회가 그 발전과정에서 도입하거나 유발하는 다양한 해로운 요인과 불안전에 일상적으로 대처해야하는 상황을 중심으로 사회가 재편된다고 지적했다. 베크가 정의한 위험(Risk)의 개념은 인간의 판단에 의해 나타나고 정치 문화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어서, 자연적이고 불가항력적인 외부요인에 의해 초래되는 위기(danger)와 구분된다. 현대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위험은 환경오염, 경제위기, 감염성 질환, 테러, 전쟁, 기후변화 등 사람에 의해 생산된 불확실성(manufactured uncertainty)에 기초한다는 것이다. 위험은 이미 발생한 재앙이 아니라 미래 발생 가능성에 관한 예측이며, 그 원인과 결과가 지역적으로 시기적으로 다양하고 여러 집단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정확하게 인식, 평가하기가 힘들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와 같이 위험은 주관적 판단에 의해 규정된다는 측면에서 존재의 여부보다는 인식과 해석의 차원이 중요하고 이 과정에서 언론 보도와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이 중요하게 대두된다. 위험과 관련 지식이 시민들의 담론으로 노출되고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과정에서 미디어의 역할이 크다는 것에 관해서는 많은 학자들이 동의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위험에 관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정부의 소통과 언론의 보도가 신뢰할만한 내용으로 시기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평가할 필요가 있다. 안타깝게도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과 관련해서 그 위험의 정확한 측정과 대처방법에 관해 아직도 시민들에게 제대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디서 어떻게 생산된 계란을 얼마만큼 먹었을 때 어떠한 위험이 나타날 수 있는지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잘못되거나 과장 혹은 왜곡된 정보로 시민들은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아직도 혼란스러울 뿐이다. 특정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만 안 먹으면 되는 것인지, 하루에 한 두 개 정도는 괜찮은 것인지, 계란과 닭고기 관련 가공 식품은 모두 위험하여 다른 식품으로 대체해야하는 것인지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정부의 발표나 언론의 보도가 매우 미흡하다. 정부 부처의 성급한 조사와 발표로 인한 혼선, 그리고 그 위험 정도와 수준을 제대로 평가 반영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대서특필하며 충격을 주는 언론의 보도행태는 개선되어야 한다.

현대사회의 위험은 그 존재를 없애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위험에 관해 시민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측면이 더 중요하다. 소통의 필수조건은 신뢰이다. 위험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며 발표를 번복하고 언론이 과장 혹은 축소하여 제대로 된 보도를 못한다면 시민들은 정부와 언론 모두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위험이 일상화되어 있는 사회에서 신뢰의 부재는 불안과 공포를 확대하고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 루머를 생산하며 재앙적 파급 효과를 낳게 된다. 위험 상황에서 정부와 언론은 신뢰를 제 1의 목표로 하여 시민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차분히 기다리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