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박영주 세려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기자명 최하영 기자 (chy7900@skkuw.com)

현행법 상 데이트 폭력은 어떻게 처벌되고 있을까? 세려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이자 데이트 폭력 및 성폭력에 관해 많은 사건을 맡아온 박영주 변호사를 만났다.


데이트 폭력, 처벌 기준 모호해
연인 간에도 ‘싫다’는 의사표현 확실히 해야

박영주 세례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형법 상 데이트 폭력은 어떻게 명시되어 있나.

‘데이트 폭력’이라는 단어는 법률 용어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후에 언론에서 만들어낸 말이다. 대신 성범죄, 폭행죄, 상해죄, 모욕죄, 명예훼손죄 같은 명칭으로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 이런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처벌을 받지만 따로 데이트 폭력에 관한 특별법은 없다.


데이트 폭력의 범위는.

사소하게는 SNS에서 헤어진 애인에 대해 험담을 하는 것도 데이트 폭력의 일종이다. 일하는 곳에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거나 의심된다며 핸드폰을 감시하는 행동도 포함된다. 가장 많이 일어나는 데이트 폭력은 성범죄로, 상대방의 동의 없이 애인의 나체 사진을 찍거나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하는 것도 범죄에 해당한다. 당연히 연인 간에도 강간이 성립할 수 있다. 또한 애인의 집에 허락 없이 들어가는 것은 주거침입죄로 보고 있다.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의뢰가 많은가.

예전에는 데이트 폭력 때문에 변호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 않았다. 최근 들어 데이트 폭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신고에 대한 홍보도 활성화되다 보니 신고하는 건수가 늘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피해자들이 신고를 주저하고 있다고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애인에게 성폭력을 당해도 범죄가 맞는지 헷갈려 하고,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긴다. 혹시라도 불이익이 돌아올까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변호사를 찾아오는 피해자들은 중대한 범죄를 당했거나 여러 번에 걸쳐서 피해를 입은 경우가 대다수이다.


데이트 폭력의 처벌 수위는.

최근에 일어난 데이트 폭력 사건을 보면 가해자가 구속이 되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 대개 벌금이나 집행유예를 선고하지만, 최근 징역 5년을 판결한 경우도 있다. 데이트 폭력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됨에 따라 관심이 높아진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여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데이트 폭력 문제가 대두되면서 예전에는 벌금형을 내렸다면 지금은 그 심각성을 크게 판단하여 실형을 선고하고 있다.
 

데이트 폭력의 처벌 수위가 낮고 범죄로 인정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있다.

경계의 문제인 것 같다. 앞서 말한 성범죄, 협박죄, 폭행죄와 같이 법률상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경계에 미치지 못하는 데이트 폭력이다. 헤어진 후에 끊임없이 집 앞에서 기다리거나 멀리서 집 창문을 계속 쳐다보는 행위도 피해자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법률상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보호조치를 받을 수 없다. 상당수의 피해자들이 이러한 사소한 문제에서 법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고 무방비하게 노출되고 있다.


최근 증가 추세인 '리벤지 포르노' 범죄의 경우 어떻게 처벌이 되고 있나.

동영상을 촬영만 하는 경우, 인터넷에 유포하는 경우, 돈을 받고 업자에게 판 경우 각각 처벌수위가 다르다. 촬영만 한 경우에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한다. 동영상을 유포했다면 그 피해의 심각성을 인정받아 가중처벌을 하며 때에 따라 실형이 선고되기도 한다. 그런데 리벤지 포르노와 같은 디지털 성범죄는 입증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수사기관에서 피의자가 유포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한 번 유출되면 급속도로 확산되는 인터넷 특성 상 아이피를 추적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입증이 어려워 처벌이 쉽지 않다. 수사의 한계인 것 같다. 
 

데이트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개인이 해야 할 일은.

연인 간의 문제는 한쪽만 잘못해서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서로 안 맞는 것을 미리 인지하고 관계를 정리했어야 했는데 관계를 끌어오다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연인 사이에도 평소에 ‘싫다’라는 의사표현을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친구들이나 상담센터에라도 얘기를 해서 대처방법을 미리 알아두거나 증거를 남겨둬야 한다. 무엇보다 애인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애인을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사소한 문제라도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자세가 범죄 예방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