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진아 기자 (jina9609@skkuw.com)

저출산과 고령화가 그려내는 한국 사회의 미래는 다소 비관적이다.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미래를 앞두고, 인구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개인의 삶 앞에 놓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해진 미래의 저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를 만나 인구학으로 진단한 세대 간 현실과, 인구학적 관점의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세대별 인구 분석, 사회적 맥락
이해의 핵심으로 작용해

『정해진 미래』라는 책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가.
인구는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기 때문에, 미래가 어떻게 변화할지 알려면 인구변화를 살피는 것이 필수다. 인구는 약 20년까지는 다른 어떤 기준보다 정확하게 미래를 알려준다. 출생, 이동, 사망에 의해 변화되는 인구보다는 20년 동안 변하지 않는, 즉 이동하거나 사망하지 않고 그 나라에 그대로 있는 인구가 훨씬 많으므로 비교적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해진 미래’라는 표현은 미래가 이미 정해져 있고 그것은 바꿀 수 없다는 비관적 결정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인구변화에 대한 인식 및 분석은 미래 사회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알려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 인구학자가 현재의 인구문제에 대해 책을 쓴 것은 처음인데, 계기가 있다면.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라는 말은 누구나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실감하지 못한다. 2002년부터 시작된 저출산 세대가 아직도 중학생 정도의 연령이다 보니 실제 사회나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저출산 세대가 사회에 진입하여 생산과 소비의 주역으로 등장하게 되는 시기와, 주요 생산연령대의 인구가 급속하게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기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부작용이 갈수록 심해지게 될 상황을 앞두고, 복잡한 통계보다는 인구 현상들이 어떻게 내 삶과 주변에 영향을 주는지를 나타내고자 했다.

책 속에서 코호트 집단의 크기와 성향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인구 현상을 설명하고 있는데, 인구학에서 코호트가 중요한 이유는.
실제로 인구학에서는 어느 특정 시점보다는 그 즈음 같이 태어난 사람들의 크기가 더 중요하다. 이들의 삶 전체를 따라가며 어떤 시기를 사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코호트란, 특정한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합을 의미하는데, 일상적으로 ‘세대’라는 개념과도 통용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도 코호트 집단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이하기 전까지 베이비부머 1세대(1955년~1964년생)와 베이비부머 2세대(1965년~1974년생)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면 대부분 직장을 가졌다. ‘내가 마흔 정도에는 그래도 부장쯤은 돼 있겠지’라는 기대가 코호트 집단의 구성원들에게 현실화된 것이다. 하지만 현재 2030 세대의 경우 이런 기대를 가지기 어렵다. 이것이 바로 각 코호트가 겪는 경험의 차이다. 이처럼 코호트 사이의 변화를 추적하다 보면 변화의 방향이 드러나고, 자연스럽게 미래에 어떤 현상이 가속화될지 가늠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코호트 집단에 대한 분석이 중요하다.

조 교수의 저서 『정해진 미래』
다가올 미래에는 인구통계를
유의미하게 풀어내는
해석력이 관건


경제 성장과 코호트 집단의 상호 연관성이란 무엇인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과 인구 현상을 연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는 1980년대 무렵부터 시작돼 1990년대 들어 해마다 7~8%의 경제 성장률을 보이며 급성장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긴 했지만 2000년대에도 4~5%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했다. 이때 주목해야 할 것은 성장의 정점이었던 1990년대 이후부터가 베이비부머 1, 2세대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해 경제활동을 시작하고, 결혼과 출산을 하는 시기였다는 것이다. 급격히 커진 인구 규모를 바탕으로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고도성장은 베이비부머 세대라는 인구가 생산과 소비의 규모를 늘려 시장 경제를 활성화시켰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서로 다른 코호트 집단 간에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는가.
흔히 세대갈등이라 하면 청년층과 노년층, 즉 2030 대 5060의 갈등을 연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더불어 베이비부머 세대 간의 갈등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58년 개띠와 70년 개띠 간의 대결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 두 세대는 인구 크기가 얼추 비슷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그중 베이비부머 1세대가 이제 막 은퇴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은퇴가 목전에 닥치자 노후를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은퇴연령을 60세로 늦췄다. 그다음으로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2세대는 1세대에 비해 인구가 더 많고, 일자리에서 최대치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주도권을 쥐고 있다. 또한 그들의 뒤를 따라오는 젊은 세대는 크기가 작아 힘이 없고, 상대적으로 직무 수행 경험도 적다. 베이비부머 2세대들은 은퇴 없이 평생 일하는 사회 구조를 만들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 은퇴가 불가피했던 1세대는 이를 보고 반발하며 일자리에 복귀를 희망하며 갈등이 전개된다. 2세대의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이 두 세대 간의 갈등이 본격화될 것이다.

2030 세대의 취업난은 인구학적 관점에서 어떻게 분석할 수 있는가.
특정 코호트의 크기가 급격히 커지면 다른 인구 집단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2030 세대는 베이비부머라는 코호트 집단과 충돌하게 된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구학에서는 각 세대가 겪는 경험의 차이를 추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비교적 쉽게 직장을 얻어 연공서열에 따라 승진을 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는 코호트 집단이 큰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만 해당될 수 있었던 성공 공식이다. 해마다 대졸자 인구는 계속 늘어나는데,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일자리의 세대교체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변화는 생각하지 못한 채 ‘대학만 나오면 성공할 수 있다’라는 사고에 매몰돼 있었기 때문이다. 인적 자원의 질은 날로 좋아지는데, 노동 시장의 규모는 갈수록 줄어든다. 인구학에서는 자원의 공급과 사회적 수요를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현재는 심각한 불균형 상태다. 2030 세대의 취업난은 결국 정해진 미래였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임용대란에 대한 인구학적 해결방안이 있다면.
과거에는 교사 증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매우 컸다. 교육 시설 및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이루어졌다. 반면 지금은 학생 수가 매년 극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 수요자가 줄어든 만큼 공급도 조절해야 하는 상황임을 인식하고, 어떻게 공급을 줄여갈지 전략을 짜야 하는 시점이다. 이때 인구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구와 자원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교육에서 ‘공급’이라 함은 학교 등 시설과 교사를 의미한다. 그런데 학교는 건물만 있는 게 아니라 부지도 있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인력도 필요하다. 인구와 자원의 균형을 맞춘다고 해서 학생 수가 줄었다는 이유로 이를 갑자기 축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공급되는 교육의 양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 위해 교사 연구년제 도입이 한 가지 해법이 될 수 있다. 전문대학원의 형태로 졸업 이후 교사들에게 공부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공급자원의 측면에서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고, 교사 본인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임용대란 사태에 대한 대응전략은 교육의 양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에 관한 질적 고민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2000년대식의 양적 팽창에만 매몰될 경우 지금과 같은 혼란이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2030 세대가 처한 인구학적 구조가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면.
경쟁은 대개 같은 연령대끼리, 즉 자신의 코호트 내에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금 2030 세대는 윗세대와도 경쟁해야 한다. 그런데 코호트 크기가 너무 작아 세대 간 경쟁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스트레스와 좌절이 더 크다. 이처럼 미래가 암울하게 느껴지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안정을 추구하며 위험을 회피하려 한다. 개개인이 그렇게 대응하면서 사회 전체적으로도 축 가라앉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인구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현재도 사회적 차원에서 저출산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든 출산율을 높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문제 극복은 단순히 출산율을 높이는 것에 있지 않다. 작아지는 사회에 맞는 체질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2002년 이후 매년 약 45만 명씩 태어난 저출산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할 때 어떻게 하면 이전 세대들과는 다른 사회적 경험, 이를테면 대학입시나 취업, 자기계발 등을 할 수 있게 만들지를 고민하는 것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

국내에서 인구학은 아직까지 생소한 학문 분야인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래 사회를 예측하는 수많은 수단 중 가장 정확한 것 하나가 바로 인구다. 물론 각종 인구통계를 나열하는 것만으로 미래를 예측한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이 숫자들을 의미 있게 풀어내는 해석력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정해진 미래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인구학적 관점’이다. 인구를 둘러싼 여러 가지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는 눈을 가져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대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준비할 때 판단 기준을 오늘이 아닌, 자신이 사회에서 가장 활동을 활발히 하게 될 시점에 둬야 한다. 비록 그 모습을 100% 예측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구 변동과 연령 구조가 나타내는 사회적 흐름을 바탕으로 자신이 가고자 하는 분야의 미래를 그려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사회적 미래는 정해져 있을지언정, 개인의 미래는 매 순간의 판단과 선택, 노력으로 정해나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