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진아 기자 (jina9609@skkuw.com)

 
일자리는 줄고 부담은 늘고 
인구 오너스 시대
인구절벽, 인구 크기 아닌
연령 구조로 파악해야





벼랑 끝에 내몰린 우리나라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덴트는 “한국의 소비지출은 2010년부터 2018년에 정점을 찍고, 소비가 가장 왕성한 이 연령대가 줄어드는 2018년부터 경제 상황에 인구절벽이 어른거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구절벽은 그가 자신의 저서 『2018년 인구절벽이 온다』에서 처음 제시한 용어다. 인구절벽이란 생산 가능인구인 15세~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좁은 의미로는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40대 중후반 인구가 줄어 대대적인 소비 위축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인구 감소, 얼마나 심각한가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2015년 기준 1.26명으로 세계 219위에 해당하는 최저 수준이다. 현행 출산율이 유지될 경우 한국은 인구감소로 인한 지구상 첫 소멸 국가가 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6월 출생아 수가 2만 8천 명으로, 전년대비 12.2%가 감소하며 200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성 및 연령별 추계인구’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2031년에 5295만 여 명을 기록해 정점에 다다른 이후 계속 줄어들어, 2065년에는 4032만 여 명으로 급감한다. 일정 시점 이후 급격히 진행될 노령인구 자연사망에 따른 감소가 시너지를 일으키면, 결국 2031년에 정점을 찍은 후 30년 만에 전체 인구의 1000만 명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신인철 서울대 아시아문화연구소 한국사회과학자료원 기획연구실장은 “초저출산 현상은 인구절벽의 가장 대표적 전조현상이다”라며, 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의 노동력이 기술로써 대체되고 있지만, 여전히 인간 사회에서 노동의 기본 동력은 사람이기 때문에 인구의 감소는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초고령 사회로 치닫는 한국 사회
인구절벽으로 인해 생산 가능인구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을 인구학적으로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라 한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청년에 비해 노령인구는 무서운 속도로 증가세를 타고 있다. 2026년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에서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며, 2050년에는 38.8%까지 늘어나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을 노인 인구가 차지할 전망이다. 저출산의 근본적 문제로 지적되는 청년 실업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인구 오너스로 인한 노령 인구의 증가로 청년들은 고령자 부양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인구절벽, 취업절벽 해결하는 열쇠?
2018년 인구절벽이 도래한다는 학계의 전망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자리는 찾는 사람이 줄어드는 반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노동시장에 빈자리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앞으로 10년 후엔 청년실업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고 인구절벽에 대해 낙관한다. 이에 대해 신 실장은 “음모론적 시각에서 다가올 위기를 간과하고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없다면 그 파급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고 경고하며, “과연 인구가 감소했을 때 기업들이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청년층을 적극적으로 고용하려 할지는 미지수다”라고 덧붙였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구절벽은 단순히 산술적인 예측으로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인구절벽의 개념에서는 인구의 크기가 아니라, 연령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령 구조가 국가의 경제 규모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다. “인구 오너스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전체 인구에서 노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게 되면, 생산과 소비를 주도해 시장을 움직이는 인구가 빠져나간다. 노령 인구가 생산과 소비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산 가능인구에 비해 절대적인 소비량이 줄고, 소비를 하더라도 생필품 위주로 작은 규모의 소비를 하게 된다. 생산과 소비의 규모가 커져야 국가의 경제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데, 노령 인구 비중이 늘어나게 되면 경제 규모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조 교수는 말했다. 우리나라에 비해 인구절벽을 일찍 겪었지만 최근 취업률이 상승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에 대해서도, 그는 일본과 우리나라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조 교수는 “일본의 경우 경제 규모 자체가 우리나라에 비해 크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비해 탄탄한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신 실장 또한 “인구절벽에 대한 경고를 간과하고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파급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