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진아 기자 (jina9609@skkuw.com)

인구학, 사회문제 진단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른 학문의 사회적 수요 늘고 있어

인구, 가장 근본적인 판단 기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한 성과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인구학적 구조에 따른 생산성 문제를 한국이 앞으로 직면할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올해부터 노동인구 10만 명 감소가 예상되는데, 이에 따른 생산성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2012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된 한스 로슬링 스웨덴 카롤린스카의학원 교수 또한 인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15년 방한해 ‘인구통계의 중요성’이라는 주제로 대담을 열고 “인구는 모든 통계의 기준이 되는 존재며, 인구 통계를 분석해 향후 각국의 인구 전망과 소득 문제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인구학은 인구의 △구조 △규모 △발전 △변동에 관한 과학적 연구 분야로, 인구에 대한 통계적 연구와 인구 현상 및 인구문제를 다루는 실용적인 학문으로 정의된다. 일반적으로 인구학은 형식인구학과 사회인구학으로 대별된다. 전자는 인구 분석에 필요한 통계 수치의 계산 방식과 정확성에 주로 관심을 가지며 표면적인 인구현상을 다루는 좁은 의미의 인구학이다. 후자는 이를 바탕으로 인구와 사회적 요인들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넓은 의미의 인구학이다. 사회인구학은 인구현상을 우리의 생활과 연결시켜 이해하고자 한다.

인구학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연구 방법은 기간 접근법과 코호트 접근법으로 구분된다. 기간 접근법이란, 한 시점 혹은 주어진 짧은 기간을 단위로 하여 여러 현상을 △관찰 △기술 △분석하는 방법이다. 코호트 접근법이란, 연령대가 비슷한 한 집단의 행위를 역사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이며, 인구학적 연구방법론의 핵심이다.

인구학적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인들은 무수히 많기 때문에 인구학자들은 독립적 학문 영역을 갖기도 하지만 학제 간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인구학과 비인구학 영역의 구분이 불분명한 경우도 많이 있다.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qwertys@

증가냐 감소냐, 그것이 문제다
인구학이란 용어는 1855년 처음 사용돼 학문으로서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구에 관한 논의는 고대부터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서구 고대사회의 많은 사상가들이 인구문제와 그 해결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대표적인 산아제한론자인 플라톤은 도시국가의 적정인구를 5040명으로 설정하고, 인구감소의 구체적 방법으로 만혼, 집단혼 등에 의해 가임력이 한창 높은 여성들의 출산을 억제하는 방책을 제시했다. 출산 억제를 통한 인구 감소가 힘들 경우 △식민지 경영 △이민 △전쟁 등의 방법을 건의했다.

근대로 접어들며 인구 증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스웨덴의 경제학자 헤크셔는 “중상주의 시대 전체를 통해 인구를 늘리려는 거의 광신적인 욕망이 모든 나라에 퍼져 있었다”라고 말했다.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기 위해 인구를 늘려 상업을 진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자국의 인구증가만으로 부를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 국내의 넘치는 인구를 해외 식민지로 이주시켜, 그곳에서 다시 국가의 부강을 도모하기도 했다.

현대의 인구 이론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의 인구론이다. 맬서스는 인구 수준이 생계유지 수단에 비례하며, 사망과 질병의 균형을 유지하는 △금욕 △자연 조절 △혼인 지연이라는 예방적인 조치에 의해 이 수준이 좌우된다고 주장했다. 맬서스는 그의 저서 인구론에서 ‘식량은 생존을 위해 필요하며, 양성 간의 성욕은 상수로 간주된다’는 전제와 ‘인간의 번식력은 인간을 위해 식량을 산출하는 토지의 힘보다 무한히 크다’는 가정을 설정하고 인구 증가가 생활수준의 상승을 근본적으로 봉쇄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카를 하인리히 마르크스와 19세기의 고전 경제학자들은 맬서스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에 따르면 맬서스가 인구 통제의 구체적 증거로서 보았던 빈곤한 과잉인구는 인구 수준과 무관한 자본주의의 구조적 속성이다. 따라서 생산관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지면 인구성장이 역사의 진보에 도움을 준다. 맬서스와 마르크스주의자의 논쟁을 바탕으로, 현대인구이론은 주로 이를 정교화하고 개선하기 위한 시도로써 나타나고 있다.

국내 인구학의 현주소
우리나라에서 인구학이 체계적으로 연구되고 대학에 인구학 관련 교과목이 개설되어 강의가 개설되기 시작한 시기는 1960년대 후반 무렵이다. 이 시기 인구학 강의의 대부분은 사회학과에서 개설되어 이뤄졌다. 그 후 1976년에는 각 대학에서 인구 분야를 전공한 교수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당시 가족계획연구원)이 중심이 되어 한국인구학회를 창립했으며 1977년에는 『한국인구학』이 창간됐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높은 출산율이 국가 경제발전의 걸림돌이라는 사회적인 인식이 확산돼 인구학을 전공한 학자는 물론 인접 분야의 많은 학자들이 인구학적 연구를 수행해 한국 사회에서 인구학은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출산율이 안정되면서 인구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차 축소돼 한국의 인구학은 이전 시기의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학문적 토양을 잃어 왔다. 한편, 최근 초저출산율이 다시 사회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하며 인구 문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데, 한국의 인구학은 이러한 사회적 필요성과 관심을 충족시키기에 그 토양이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대학 내에서도 인구학은 독립적인 학문 분과보다는 사회학의 세부 분야로서 존재하고 있다. 최근 초저출산율이 사회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서 인구학과 인구학자에 대한 사회적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