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스포츠 중에서 특히 야구를 좋아하시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나는 어릴 때부터 자주 야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해 왔다. 신기하게도 나는 그곳에서 평소 한국 프로야구의 열성 팬으로 알려진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 대사를 종종 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정치, 사회적으로 높은 직위의 사람들이 스포츠 경기장을 찾으면 이들은 VIP석에서 경기를 관람하다 경기가 끝나기 전 떠나곤 한다. 하지만 그는 야구장에서 팬들과 함께 응원 문화를 즐기며 ‘일반석’에서 열정적으로 응원을 하였고, 그런 그의 모습에서 나는 같은 야구팬으로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스포츠 시장에 ‘스카이 박스’라는 관람 시설이 도입되고 있다. 이는 스포츠 경기장에 ‘일반 관람석과 별도로’ 설치된 고급 관람시설이다. 이곳은 마치 호텔의 스위트룸과 같이 일반 응원석과는 차별화된 쾌적하고 고급스러운 시설로서 관람객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도 매우 좋다. 사례로, 냉, 난방 시설을 갖추고 있어 외부의 날씨에 관계없이 쾌적한 환경에서 스포츠 경기를 볼 수 있으며 호텔 레스토랑에서나 먹을 수 있을 법한 요리가 제공되기도 한다. 이용 금액 역시 호화로운 시설에 걸맞게 한 번에 200만 원을 호가한다. 그러나 이런 시설의 도입은 다음과 같은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다.

첫째, 스카이 박스는 스포츠의 가장 큰 순기능 중 하나인 사회 통합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본래 스포츠는 경기장에서 경제적, 사회적 계층과 관계없이 모두가 동일한 위치에서 한마음으로 응원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스카이 박스와 같은 좌석 형태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면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이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관람객들이 박탈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는 사회 계층 간의 위화감을 높여, 스포츠의 사회 통합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둘째, 스포츠 경기장이 기업들의 ‘로열 마케팅’ 장소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로열 마케팅’이란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으로, 접대 문화의 일종이기 때문에 한 번 고급화되면 하방 경직성이 있어 수준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또한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고객들에게 자사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기회가 되므로 스카이 박스 도입은 이러한 기업들의 경쟁을 더욱 심화 시키게 될 것이다.

오늘날과 같이 항상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현대인들에게 스포츠, 영화, 음악회, 전시회 등의 문화생활은 매우 중요한 활력소이다. 또한 좋아하는 팀과 선수들을 응원하며 야구 경기장에서의 밝은 에너지를 경험하는 것은 지친 우리들에게 삶을 살아가는 큰 힘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스포츠 경기장 내 스카이 박스의 도입은 재고되어야 하며 나아가 제도 자체의 폐지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앞서 언급한 나의 경험처럼, 사회 계층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같은 관람료를 내고 같은 좌석에서 평등하게 스포츠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안다인(인과계열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