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대한제국은 제국주의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알지 못하여 국권을 상실하였다. 일제는 36년간 난폭한 식민통치를 하면서 민족말살정책을 추진하였다. 상해임시정부는 광복군을 두었으나 국토수복의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해방이후 국토의 분단과 그로 인한 혼란이 정리되기도 전에 발생한 6.25사변으로 가혹한 시련을 겪었다. 외국의 원조를 받으면서도 추한 모습을 보여 외국 언론이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나라라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그러한 대한민국이 이제는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되었을 뿐 아니라 전자정부 등 여러 우월한 제도와 한류문화로 동아시아의 모범이 되고 있다. 여러 원인 중 국민의 열망을 담은 국가의 장기정책 수립과 온 국민의 자율적인 수행이 큰 역할을 하였다고 할 것이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의 임기는 5년 단임제이다. 원래의 취지는 장기 독재를 배격하고 국정의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자는 것이었다. 재임에 신경을 더 쓰는 연임제보다 역사만 생각하고 국정수행에만 최선을 다할 것이란 그 당시 정치적 명분에 희망을 담았다. 그러나 임기를 마친 5년 단임제 대통령은 누구도 아들이나 형제 등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심지어 탄핵으로 임기를 다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발생하였다. 현 헌법상 대통령제는 미국식 대통령제와 내각책임제를 혼용한 것이나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로 평가된다.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기에 이전 정권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새로운 변화를 강조하면서 지난 정권의 문제를 단죄하나, 대부분 집권 3년 만에 권력누수현상을 일으켜 추진력을 잃고 후속정권에 의해 평가될 운명에 처해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국가정책은 제대로 세워지지 못하고, 급한 마음에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져 상당부분 시행 중이던 국책공사도 중단시키는 상태에 이르렀다. 정책의 입안자는 10년 이상의 계획을 세울 수가 없어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없고 거기에다 다음 정권에서 심판의 대상이 되어 책임추궁을 당하는 사례가 쌓이면 공무원들의 혁신은 사라질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희망과 의욕이 없다고 한다. 율곡선생이 퇴계선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변화된 상황에 대한 개선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호소한 “경장하지 않으면 나라가 장차 나라가 될 수 없다(若不更張 國將不國)”는 문구가 지금도 유효하다.

나라마다 정권의 안정을 가져오기까지는 사연이 있고 헌법상 통치구조도 다르다. 독일의 메르켈총리는 2005년 11월부터 현재까지 10년 이상 장기 집권하고도 독재라는 소리를 듣지 않고 국가정책의 계속성에 대한 시비가 없다. 역사와 문화가 달라 정당의 기반이 다르고 정권의 성립도 단독정권이 아니라 연정이 주류이지만 안정감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정당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정확한 인식과 시대의 변화에 따른 정책의 탄력성 등이 어우러져 국가의 장기정책을 합리적으로 수립하고, 정권의 변화에 관계없이 계속성을 유지하는 것은 배울만하다.

결국 현 헌법상의 5년 단임제 대통령제하에서 이룩한 업적이나 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작용이 강조되어 우리에게 맞지 않는 제도라고 아니할 수 없다. 수차례의 개헌논의와 연구에 이어 현 국회에서 헌법 개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여건의 대한민국이 정치·경제적으로 발전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다른 나라의 모델이 된 원인과 부족한 부분에 대한 차분한 분석을 통하여 국가정책의 계속성이 보장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