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현영교 기자 (aayy1017@skkuw.com)

이번 건기제가 학우들에게 어떤 축제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나의 질문에 김현준 자과캠 총학생회 사무총괄국장은 남은 임기 동안의 마지막 큰 행사인 만큼 아름다운 마무리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어느새 총학생회에게도 마지막이 성큼 다가왔다. 그의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꽤 오랜 시간 머릿속에 맴돌았다. 우리는 일상에서 늘 시작과 마지막을 경험한다. 그리고 마지막을 맞이하며 지난 과정을 복기하다보면 후회라는 단어가 따라온다.

인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는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 “생각해보면 살면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건 다름 아닌 나였습니다. 남보다 부족한 능력과 떨어지는 외모, 그리고 끌려 다니기만 했던 인간관계를 지독히도 꾸짖었죠. 알고 있습니다. 한 번쯤은 좋은 소리를 해줬어야 한다는 걸, 그런데 그러질 못했어요, 아니, 그러지 않았어요. 제게 그건, 부족한 나에 대한 자기 합리화일 뿐이었으니까.” 할아버지의 말에 독일의 심리학자 안드레아스 크누프가 답했다. “세상에 일어나는 문제들은 수없이 많은 예측 불가능한 요소가 뒤엉켜서 일어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불가능한 것을 예측하지 못한 것조차 자신의 부족으로 여겨 스스로를 단점투성이의 인간으로 만듭니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반성하는 것은 좋은 태도입니다. 다만, 세상엔 당신이 완벽해지더라도 일어날 수밖에 없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당신이 채워내지 못한, 아니 채워낼 수 없는 그 빈칸들은 여백이지, 공백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나도 할아버지와 마찬가지였다. "그때 왜 나는 그런 선택을 했을까" "나에게 능력이 있었다면 좀 더 좋은 결과를 맞았을 텐데" 일상 속의 사소한 일부터 기사 하나하나를 마감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마지막은 후회로 가득했다. 내가 부족해 채우지 못한 공백이라고 자책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후회 속에도 분명히 여백이 존재했던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는 뻔뻔스럽게 이 여백을 환영하고자 한다. 나의 마지막이 아쉬움으로만 채워지기보다 좀 더 아름답기를 바란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곧 마지막을 경험할 누군가도 이 여백의 위로를 기억했으면 한다. 일의 끄트머리에 당신은 아쉬움과 후회로 슬퍼질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잘해왔다. 그리고 당신의 마지막은 여백의 미와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