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캠 만남 - 오수진(영문 05) 동문

기자명 권정현 기자 (gjunghyun98@skkuw.com)

“기상 정보였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 시청자들에게 날씨를 이야기하는 기상캐스터. 2분이 채 안 되는 일기예보를 위해
전국을 무대로 현장 중계를 다니는 오수진(영문 05) 동문을 만났다.

사진 | 유민지 기자 alswldb60@
축제서 잡은 마이크로
꿈에 한 걸음
사람들이 ‘공감’하는
날씨예보 만들고파

영어로 가득했던 어린 시절
“제 인생 전체가 영어로 가득 차 있었죠.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공부하시던 비즈니스 회화 영어 테이프를 무작정 듣고 따라 했어요.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로 중얼거린 거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영어와 친해졌던 것 같아요.” 그가 가장 먼저 가졌던 꿈은 외화번역이었다. “아버지 일 때문에 고등학교 1학년부터 2학년까지 중국에서 공부했어요. 그때 원어민을 처음 봤는데 그 앞에서 제가 너무 작아지는 거예요. 충격을 받고 그 이후로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됐죠.”

영어에 대한 애정이 넘쳤던 오 동문은 외화번역가라는 꿈을 위해 영어영문학과로 진학했다. “그 당시만 해도 외화번역이라는 게 흔치 않았어요. 지금은 누구나 쉽게 다운 받은 외화에 자기 개성을 담아서 번역할 수 있지만, 그때는 번역을 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더 끌렸어요. 이 때문에 외화번역의 길에 대한 확신이 두터워졌죠.”

대학 진학 후의 동아리 활동은 그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학우들이 음악 활동에 깊게 빠져서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이 멋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대학 진학 후 찾아온 자유와 함께 우리 학교 재즈 동아리 ‘그루브’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는 처음 마이크를 잡게 된다. “동아리에서 재즈 노래를 해야 해서 마이크를 잡았어요. 청중 앞에서 많이 서보지 못한 저로서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 거죠.” 그는 노래뿐 아니라 진행도 종종 맡았다. “축제의 동아리 야외 공연에서 진행까지 맡기도 했어요. 대학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에요.” 이러한 경험이 그에게 마이크로 말을 전달하는 재미를 알게 했다고 한다.

방송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은 취업준비 시기에 시작됐다. 방송인을 준비하는 주변 친구들을 보며 호기심을 갖게 된 것이 계기였다. 그는 체계적인 취업준비를 위해 방송 아카데미를 수강했다. “취업을 위해 면접대비로 방송 아카데미를 다녀보기로 결심했죠. 그런데 그곳에서 ‘말하는 법’을 배우면서 재미를 느꼈어요. 이게 나의 직업이 된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자연스럽게 계속 관심이 생기게 됐어요.”

자신감 위기에서 입사까지
기상캐스터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무엇보다도 면접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제가 책상에 한 시간 더 앉아 있다고 해서 면접 점수가 더 오르는 게 아니잖아요. 상대방이 심사하는데 내가 어떻게 눈에 띌 수 있을까, 맘에 들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죠. 계속 이 길로 가도 되는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뿐만 아니라 그는 외모 콤플렉스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처음으로 방송 아카데미에 가서 방송 준비를 하는 친구들을 마주한 날이 그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외국어라는 특기가 있음에도 외모로 인해 자존감이 계속 떨어지더라고요.”

그는 이러한 위기를 스스로 극복했다. “저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그룹 스터디를 하지 않았어요. 비교할 대상 자체를 스스로 만들지 않은 거죠. 떨어진 자신감을 회복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타인과의 비교를 줄이고 뭐든 해보자는 마인드는 그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자신감을 키운 그는 입사 직전 자신의 장기에 집중했다. 외화번역을 위해 키워왔던 언어 능력을 그는 입사 지원 영상에서 뽐냈다고 한다. “당시 아이슬란드에서 화산이 폭발하고 중국 쓰촨성에서 지진이 났어요. 지원 영상에 이러한 상황과 나의 장기를 어떻게 접목하면 좋을까 고민을 했죠. 우선, 두 나라의 상황을 한국어로 설명했어요. 이에 더해 외국인을 향한 배려의 차원에서 ‘러브 액츄얼리’ 한 장면처럼 스케치북을 이용해 영어와 중국어로 번역해 써서 보여줬어요.” 이러한 그의 노력은 그를 YTN 입사로 이끌었다.

날씨 전문가로의 도약
그는 YTN에 입사했을 당시만 해도 기상캐스터든 MC든 앵커든 방송이라는 분야에 막연한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날씨 예보라는 걸 준비하고 배워 나가다 보니 이 분야에서 좀 더 도약하고 싶었고,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더라고요. 그러다가 TV 자막으로 흐르는 KBS 입사 공고를 봤어요. KBS는 공영방송이며 재난주관방송사이기 때문에 제가 생각했던 도약은 KBS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KBS 입사를 위해 그는 기상캐스터로서의 ‘오수진’을 만들어 나가는 데 공을 들였다. “일단 모니터링을 많이 했어요. 현직에 계신 기상캐스터들의 방송을 보면서 흡수할 건 흡수하고 버릴 건 버리면서요.” KBS에서 일을 하고 있는 지금도 오 동문의 도약은 끝나지 않았다. “KBS 면접 중에 한 심사위원님이 물으셨어요. ‘이곳에 합격하면 다음에 BBC나 중국 CCTV로 또 도약하는 것 아니냐.’ 그때는 KBS가 최종 목표라 답했지만, 지금은 또 욕심이 나네요.”

KBS1에서 기상예보를 하고 있는 오 동문.
 ⓒKBS

기상캐스터, 매일이 새로운 직업
“최근 들어 기상이변이 많아지고 있어요. 지진, 태풍, 미세먼지, 황사와 같은 기후현상 때문에 평소에도 날씨에 대해서 끊임없이 탐구해야 해요.” 재난주관방송사인 KBS에서 근무하는 기상캐스터인 만큼 오 동문은 이상 기후가 발생할 때마다 계속해서 복잡한 수치와 새로운 용어를 공부한다. 정확하고 신속한 대응으로 국민들에게 상황을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가 늘었지만, 그는 그럴수록 기상캐스터로서 마음가짐을 새로이 한다.

또한 임팩트 있는 한마디를 위해 그는 요즘 멘트 공부를 하고 있다. “요즘은 저희가 구구절절 얘기하지 않고도 애플리케이션으로 간결하게 날씨를 체크할 수 있어요. 이에 대응해 기상캐스터로서 새로움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입사할 때만 해도 오로지 팩트만을 전달하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그는 거부했다. “‘지금 시간 되시면 하늘 잠깐 바라보시는 건 어떨까요?’라는 식으로 사람들에게 부드럽게 표현을 하죠. 이게 나중에 저의 멘트가 되고 개성이 되니까 나중에는 감독님들도 인정해 주셨어요.”

그는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일상적인 언어에 신경 쓰고 있다. “아침 방송 같은 경우, 사람들이 TV를 켜자마자 저를 보는 건데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래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너무 평범해서 잊고 있던 문장을 독서를 통해 상기시켜주려고 노력하죠. 사람들이 대화하는 것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귀담아듣기도 하고, SNS를 통해서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에 주목하기도 해요.”

긴장의 연속이 될 수 있는 생방송을 그는 즐기려 노력한다. “현장 중계 중에 아이가 달려들거나 갑자기 마이크가 꺼지는 상황들에 대한 대처법을 평소 염두에 두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위급 상황에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발휘가 돼요.” 실제로 과거 생방송 중 유선 리모컨을 떨어뜨리는 실수를 범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화면 밖으로 나와 리모컨을 주워 다시 방송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대응한 적이 있다. “현장 중계를 하는데 지나가던 아이들이 손을 뻗어 저의 진행을 방해할 경우에는 아이 손을 잡고 자연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기도 해요. 이렇게 아주 가끔씩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런 게 생방송의 묘미라고 생각해요.”

‘과거’가 아닌 ‘미래’를 
얘기하는 유일한 시간
기상캐스터로서 언제 가장 성취감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뉴스의 앞부분에서는 ‘이미 발생했던 일이나 발생하고 있는 일’을 이야기하는데, ‘앞으로의 일’을 설명하는 부분은 날씨가 유일하잖아요. 그래서 날씨는 미래의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점을 통해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같은 존재로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낄 때가 있죠.” 오 동문은 “제가 느끼는 가장 큰 기쁨은 저의 방송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데 있어요”라며 기상캐스터라는 직업의 매력을 덧붙였다. 날씨에 관해 묻는 지인들의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있을 때, 그들로부터 고맙다는 연락이 올 때 그는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후배들을 향한 조언
오 동문은 학업 외의 활동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동아리 활동도 좋아요. 시간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존에 하고 싶었던 게 있었다면 뭐든 망설이지 말고 적극적으로 참여해보길 바라요.” 그의 말에는 동아리 ‘그루브’에서 3년 넘게 활동을 해왔던 경험이 묻어났다.

오 동문은 한창 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학우들을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분명히 반짝거릴 청춘의 친구들이니까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취업난으로 정신적·육체적으로 고생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자신감이 8할인 것 같아요. 간절히 원하면 어떻게든 길이 열립니다. 도전을 이어나가는 청춘이 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