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기자명 김아영 기자 (kay8949@skkuw.com)

동물들이 존중받으며 자유롭게 살기 바라는 단체가 있다. 동물복지(Animal Welfare)에 대한 인식(Awareness)·연구(Research)·교육(Education)이라는 의미를 담은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AWARE)’다. 어웨어는 동물의 사회적 지위와 복지의 향상을 위해 동물복지정책을 개발하고 입법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시동물이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이형주 대표를 만나 전시동물 문제의 해결책을 들어봤다.


 
전시동물의 복지 향상이 시급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동 동물원을 필두로 최근 실내체험동물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요. 전시동물을 이용하는 상업시설의 형태는 계속 바뀌고 있는데 이에 대한 규제가 허술해 동물들이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에요. 실내체험동물원과 같은 시설에 전시돼 있는 동물들은 상업적 목적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한 눈요기와 오락거리로서의 기능만 강조되고 있죠. 더구나 상당수의 전시동물은 개와 고양이처럼 가축화되지 않은 야생동물이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그들의 습성과 생태 환경에 대해 알지 못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동물원 내의 전시동물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고 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실제로 전시동물은 관람객과의 원치 않는 접촉과 제한된 환경 속에서 비정상적 행동을 하는 등 심각한 신체·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어요. 

전시동물의 동물권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제도적 변화는 무엇인가.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법)의 개정이 이뤄져야 해요. 현재 동물원법은 동물원 등록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만 제시할 뿐 동물의 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조항은 없는 상태에요. 이를 위해 동물원법 일부 개정 법률안의 발의를 준비하고 있어요. 개정안은 정부에서 5년마다 동물복지종합계획을 마련하고 환경부 산하에 ‘동물관리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죠. 이 기관에서 기존 동물원을 관리하고 설립 예정의 동물원에 대해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고 있는지 평가하고 감시해야 해요. 동물원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고 이에 부합하지 않는 시설은 도태되도록 말이죠. 추가적으로 동물의 복지에 쓰인다는 조건으로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육에 부적합한 야생동물,
과감히 전시 포기해야
환경부 산하 ‘동물관리위원회’
신설해 전시시설 평가·감시해야

전시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어떻게 변화돼야 하나.
전시동물을 단순한 구경거리와 오락의 대상이 아닌 생명으로 존중해야 해요. 특히 전시 공간 안에 갇힌 동물들에게도 몸을 숨길 자유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죠. 동물들도 관람객과의 접촉과 눈길을 피하고 싶을 수 있어요. 이러한 경우에 대비해 사람들은 동물원에 가서도 동물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해요. 또한, 동물들을 열악한 환경에 전시하며 비교육적 메시지만을 전달하는 동물시설에는 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이 보고 싶다면 직접 서식지를 찾아가거나 다큐멘터리와 같은 시청각 자료를 이용해 동물을 접해야 해요.

장기적 관점에서 전시동물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돼야 한다고 보는가.
최대한 동물이 고유의 습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본래의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을 마련해줘야 해요. 곰에게는 웅덩이를, 원숭이에게는 수직 구조물을 제공해야 하죠. 한편 동물 중에도 사육에 매우 부적합한 야생동물들에 대해서는 과감히 전시를 포기해야 해요. 가령 코끼리는 굉장히 큰 모계사회에서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인데 동물원에서 한두 개체만 사육할 경우 목숨을 오래 부지하기 힘들어지거든요. 또한, 미래에는 사람들의 공간에 동물들을 데려다 놓고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들의 서식지에 관광시설을 만들어 개입하지 않고 볼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외래종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보전해야 할 토종 종 위주로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죠. 마지막으로 공영동물원같이 영향력 있는 시설에서 이와 같은 개선의 흐름을 주도해주면 좋겠어요.

앞으로 어떠한 활동을 할 계획인가.
동물원법 개정을 위해 계속해서 현장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현재도 이동 동물원과 야생동물 카페 등을 방문하며 개정 법률안의 발의를 위해 준비하고 있죠. 다가오는 11월 8일에는 국회에서 개최되는 동물원법 개정을 위한 입법토론회에 참가할 예정이에요. 전시동물의 동물권 증진을 위해 시민교육 캠페인도 계획하고 있어요. 설사 입법이 됐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법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죠. 우리 사회가 선진적인 동물복지정책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 날까지 ‘어웨어’의 움직임은 계속될 거에요.